직접 제품 확인하고 펀딩할 수 있는 공간 운영…빠르게 입소문 타며 ‘성수동 명소’로

[비즈 포커스]

좁은 골목을 굽이굽이 돌아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계속 지도를 띄워 놓은 채 길을 찾아야 할 만큼 ‘공간 와디즈’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었다. 다닥다닥 붙은 연립 주택가 사이에 터를 잡고 방문객을 기다렸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곳이 어떻게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성수동의 명소’가 됐는지 더욱 궁금해졌다. 이유를 확인해 보기 위해 4월 6일 직접 공간 와디즈를 방문했다.
외부에서 바라본 공간 와디즈의 모습. 낡은 인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사진=이승재 기자
외부에서 바라본 공간 와디즈의 모습. 낡은 인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사진=이승재 기자
공간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 와디즈가 운영하는 첫 오프라인 공간이다. 온라인에서 펀딩이 진행 중인 제품들을 직접 만지고 체험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와디즈가 오프라인 점포를 개설한 이유는 온라인에서 직면한 ‘한계’ 때문이다. 온라인만으로는 제품이 가진 가능성을 소비자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겼다.
오프라인 진출한 와디즈…비대면 시대 ‘역발상 전략’ 통했다
실제로 사용했을 때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이 온라인에서 매력을 고스란히 발산하지 못하고 펀딩에 실패할 때마다 와디즈 내부에서도 아쉬움이 컸다. 펀딩에 참여하는 고객들도 직접 제품을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손지은 와디즈 대외협력팀 프로는 “상품을 만드는 메이커와 펀딩에 참여하는 이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하기 위해 결국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공간 와디즈는 이렇게 탄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문을 열게 돼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와디즈의 오프라인 도전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와디즈에 따르면 오픈한 지 1년여가 지난 현재 누적 방문객 수는 5만5000명을 돌파했다. 주말에는 평균 1000여 명이 공간 와디즈를 찾는다. 예상을 뛰어넘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빠르게 성수동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고객 목소리’ 직접 듣고 성공 가능성 높여

내부에 들어서자 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이해가 갔다. 세련된 느낌의 인테리어가 돋보이긴 하지만 이를 공간 와디즈만의 강점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요즘 내부를 잘 꾸며 놓은 다른 오프라인 공간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옥상과 지하를 포함해 총 4개 층으로 구성된 공간 와디즈를 천천히 둘러보면 이곳의 숨겨진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점포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스페이스’라는 이름이 붙여진 1층 공간이 나타난다. 공간 와디즈의 핵심 역할을 하는 장소다. 현재 온라인에서 펀딩이 진행 중이거나 펀딩 예정인 제품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도록 꾸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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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생산을 앞두고 제작된 시제품들이다 보니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수는 없다. 체험만을 위해 조성된 공간인 셈이다.

이곳에는 처음 보는 신기한 제품들이 많아 눈을 즐겁게 했다. 금속이나 목재 위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다양한 형태로 조각할 수 있는 ‘레이저 커터·각인기’, 휴대전화·노트북·태블릿 PC 등 다양한 전자 제품을 동시에 충전하면서 조명 기능까지 갖춘 ‘휴대용 충전기’ 등 아이디어 제품들이 곳곳에서 방문객들을 반겼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품들도 재미있게 소개해 흥미를 자극한다. 한 향수 제품 앞에는 ‘27년 살면서 이만한 비누 향수 못 봤습니다’라는 재치 있는 소개글이 적혀 있어 저절로 향기를 맡아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잠깐 향수를 뿌리자 달콤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물론 단순히 보고 체험하는 것이 끝은 아니다. 모든 제품들 앞에는 제품명과 함께 QR코드가 적혀 있다. 그리고 이것이 1층 스페이스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와디즈 사이트로 연결된다. 바로 펀딩에 참여할 수 있고 또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본 뒤 느낀 점들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1층 공간은 펀딩 중이거나 펀딩이 예정된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특히 많은 패션 업체들이 펀딩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추세라고 와디즈 측은 설명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1층 공간은 펀딩 중이거나 펀딩이 예정된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게 꾸몄다. 특히 많은 패션 업체들이 펀딩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추세라고 와디즈 측은 설명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고객들이 직접 체험한 뒤 펀딩에 참여하는 효과도 물론 누리고 있지만 그보다 더 도움이 되는 것은 고객들이 쓴 체험 평가다. 좋은 후기들을 보고 현재 진행 중인 제품들의 펀딩이 더 활발하게 거래되기도 한다. 또 펀딩 예정인 제품들은 고객 평가를 반영해 제품을 수정하고 있다.” 동행한 손 프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누이오’라는 구두 브랜드다. 공간 와디즈에서 실착회를 진행했던 이 구두 브랜드는 사이즈를 더욱 세분화해 제품을 출시해 달라는 고객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구두를 제작했다. 그리고 실제로 이어진 펀딩에서 18억원을 모금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성율덕 제누이오 대표는 “현장에서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듣은 뒤 개선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펀딩에 성공한 제품들만 모아 숍 구성

또 공간 와디즈가 매력적인 점은 진열하는 제품들이 매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이번 주에 본 제품 대부분이 보통 한 주가 지나면 현장에서 사라진다.

와디즈에서 매달 새롭게 소개되는 제품이 100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매장 공간은 한 주가 지나면 새롭게 펀딩을 시작하거나, 신규 펀딩 일정이 잡힌 제품들로 채워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2층에 마련된 푸드 스토어.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식음료 제품들만 판매 중이다. /사진=이승재 기자.
2층에 마련된 푸드 스토어. 와디즈에서 펀딩에 성공한 식음료 제품들만 판매 중이다. /사진=이승재 기자.
그래서 공간 와디즈는 매주 월요일에 휴관한다. 이때 내부 직원들이 모여 새로운 물건들로 내부를 재단장한다. 기존에 방문했던 고객들 역시 이런 이유 때문에 꾸준히 공간 와디즈를 계속 찾게 된다는 설명이다.

2층은 ‘플레이스’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1층과 달리 바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와디즈에서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들을 판매하는 ‘메이커 스토어’라는 상점이 있기 때문이다.

펀딩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움을 느꼈던 소비자나 펀딩에 참여해 받은 제품이 너무 만족스러워 추가로 구매하거나 주변에 선물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많다는 니즈를 파악해 이 가게를 만들었다.

와디즈를 거쳐간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쓰리잘비(빗자루)’, ‘매쉬(섬유 향수)’ 등의 제품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제품 앞에는 과거 달성했던 펀딩액과 제품 평점 등도 함께 적혀 있어 구매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2층 메이커 숍.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들 중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2층 메이커 숍.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친 제품들 중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방문객들이 앉아 쉴 수 있도록 좌석 공간을 비치한 ‘푸드 스토어’도 바로 옆에 있다. 이곳 역시 와디즈에서 펀딩했던 식음료(F&B) 제품들로만 채워졌다. 손 프로는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에도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푸드 카페 옆에는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는데 펀딩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담당자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회사 업무를 볼 수도 있고 다양한 업계 관계자나 투자자들과 만나 네크워크를 쌓는 ‘만남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3층 옥상은 현재 야외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강좌나 공연 등이 열리기도 한다. 지하 공간 역시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대여해 투자 설명회를 열거나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뛰어난 기술력과 제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이다. 손 프로는 “다양한 메이커들의 비전과 가치를 직접 소개하고 또 투자를 창출해 낼 수 있는 곳인 공간 와디즈를 통해 이 같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최동철 와디즈 부사장
“오프라인 매장 늘린다…백화점·쇼핑몰 등에도 입점 계획”
오프라인 진출한 와디즈…비대면 시대 ‘역발상 전략’ 통했다
와디즈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현재 공간 와디즈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최동철 부사장은 “와디즈에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상품들을 한곳에 모아 판매하는 신규 점포를 론칭해 백화점·쇼핑몰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와디즈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하다. 최 부사장에게 와디즈의 오프라인 전략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공간 와디즈를 찾아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공간 와디즈가 들어선 곳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다. 성수동에서도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들어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온라인에 베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매달 1000만 명이 와디즈 온라인 사이트를 방문해 펀딩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이 가운데 공간 와디즈에서 진열해 놓은 상품들은 따로 ‘전시 중’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이 표시를 클릭하면 공간 와디즈의 주소가 나타난다. 고객들은 이 주소를 보고 공간 와디즈에 찾아온다. 그래서 편의점이나 옷가게처럼 길 가는 사람들의 눈에 띌 필요가 없다. 홍보도 온라인으로 하면 된다. 공간 자체도 재미있지만 이렇게 온라인에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부분 역시 공간 와디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빠르게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지난해 공간 와디즈가 문을 열었다.
“오랜 기간 준비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펀딩을 진행하는 ‘메이커’와 여기에 투자하는 ‘서포터’ 양쪽 모두 오프라인에 대한 니즈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메이커는 온라인에서 자신들이 만든 제품의 매력이 제한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많은 서포터들도 직접 제품을 보고 펀딩하길 원했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인 공간 와디즈를 열게 됐다.”
-팬데믹(세계적 유행) 가운데 오픈했는데 실패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확신이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 출점을 염두에 두고 2019년 판교 본사에서 테스트 형식으로 체험 존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일부 펀딩 중인 제품을 전시해 놓고 온라인에서 이런 사실을 서포터들에게 알렸다. 이때만 해도 ‘과연 사람들이 올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놀라웠다. 부산·광주·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제품을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때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제품을 전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펀딩을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는 메이커들이 전시를 원하면 언제든지 온라인에서 입점 신청을 하면 된다. 물론 입점 신청을 한다고 모두 다 전시할 수는 없다. 상품의 완성도 등 자체적인 기준이 있지만 가능하면 최대한 전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대로 와디즈 머천다이저(MD)들이 전시하면 효과가 좋을 것 같은 상품을 선별 요청하기도 한다.”
-추가로 공간 와디즈를 확장할 계획이 있나.
“오픈한 지 약 1년이 지난 현재 영세한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공간 와디즈가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프라인 점포를 추가로 더 만들 계획을 세우게 됐다. 다만 공간 와디즈는 규모가 커 추가 출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간 와디즈와는 조금 다른 형태의 오프라인 점포를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어떤 형태의 점포인가.
“현재 공간 와디즈 2층에 있는 ‘메이커 스토어’를 새롭게 브랜딩해 점포화할 예정이다. 이곳은 성공적으로 펀딩을 마쳐 자금을 확보하고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메이커들을 모아 놓은 가게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도 많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와디즈에 입점해 달라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다.
“공간 와디즈를 운영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유명 백화점 등에서 하루에 한 건 이상 팝업 스토어 요청이 오고 있다. 신기한 제품들이 너무 많으니까 장소를 제공해 줄 테니 공간 와디즈처럼 제품들을 전시해 달라고 한다. 당장이라도 10개 이상의 점포를 개설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여러 자원들이 부족해 요청에 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조만간 와디즈의 이름을 내건 오프라인 점포들을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점포 확장을 통해 와디즈의 실적 증가도 기대되지만 스타트업이나 영세한 기업들, 이른바 메이커들의 판로를 더욱 확장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