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는 희귀 질환 분야에 대한 지속적 투자와 연구·개발(R&D)을 통해 글로벌 희귀 질환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GC녹십자가 2012년 세계에서 둘째로 개발한 ‘헌터라제(성분명 이두설파제베타)’가 대표적 예다.
‘2형 뮤코다당증’으로 불리는 헌터증후군은 남아 10만~15만 명 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 질환이다.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 예측하기 힘든 증상이 발현되고 심하면 15세가 못 돼 사망한다. 한국 환자는 약 70~80명으로 알려져 있다.
헌터라제는 순수 한국 기술로 탄생한 치료제로, 유전자재조합 기술로 만들고 정제된 이두설파제(IDS) 효소를 정맥 투여해 헌터증후군 증상을 개선한다. 기존 수입 제품보다 20% 가까이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해 왔다. 헌터라제는 우수한 제품성을 인정받아 한국을 포함해 세계 12개국에 공급되고 있다. 최근 품목 허가 승인을 통해 중국과 일본에도 공급될 예정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던 고가의 희귀 질환 치료제를 국산화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고 더 나아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게 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헌터라제’는 지난해 9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이는 중국과 중화권 지역에서 허가된 첫째 헌터증후군 치료제다. 중화권 국가 중 하나인 대만에서는 약 5만~9만여 명 중 1명꼴로 환자가 발생하는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헌터증후군 발생 비율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수 대비 유병률로 봤을 때 중국 내 환자 수는 약 3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2018년 제정한 희귀 질환 관리 목록에 헌터증후군을 포함시켰다. 아직 중국 내 약가가 정해지지 않아 정확한 시장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중국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은 한국의 10배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게 GC녹십자의 설명이다. 중국에서의 헌터라제 매출은 올해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첫 뇌실 투여 헌터증후군 치료제 일본 허가 GC녹십자는 지난 1월 일본 후생노동성(MHLW)으로부터 세계 첫 뇌실 투여 방식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ICV’의 품목 허가를 받기도 했다. 머리에 디바이스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중증 환자 치료 방식으로, 기존 정맥 주사 제형의 약물이 뇌혈관 장벽을 투과하지 못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하지 못한 점을 개선한 것이다.
GC녹십자는 일본에서 진행한 임상 시험에서 중증 헌터증후군 환자의 중추신경 손상을 일으키는 핵심 물질인 ‘헤파란황산(Heparan sulfate)’을 크게 감소시키는 결과를 확인했다.
헌터증후군 환자 중 중추신경 손상을 보이는 환자가 전체의 70%에 달하는 만큼 ‘미충족 수요’에 대한 치료 옵션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맥 주사 제형(IV)과 뇌실 내 투여 제형(ICV)의 헌터증후군 치료제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게 GC녹십자의 설명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환자 중심주의’라는 목표 아래 의료진과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치료제 공급뿐만 아니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교육과 정보 제공 등의 활동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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