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사진)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해 합성한 물질의 약효 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사진) 종근당 효종연구소 연구원이 신약 개발을 위해 합성한 물질의 약효 평가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종근당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하며 연구·개발(R&D) 선도 기업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약 1500억원을 R&D에 투자해 한국 제약사 중 가장 많은 33건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등 합성 신약, 바이오 신약, 개량 신약 등의 R&D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의 연구 역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도 돋보인다. 종근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나파벨탄(성분명 나파모스타트)’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번 임상 3상은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 약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임상이다. 한국에서는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10여 곳의 기관에서 진행한다. 임상 환자의 신속한 모집을 위해 유럽·브라질·러시아·인도 등에서 글로벌 임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러시아 임상 2상에서 나파벨탄이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악화를 방지하고 치료 기간과 치료율을 크게 개선하는 것을 입증했다”며 “현재 중증의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나파벨탄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특히 나파벨탄이 해외를 중심으로 한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최근 ‘나파모스타트’가 기전적으로 바이러스의 변이와 무관하게 동등한 수준의 약효를 나타낸다고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에도 속도

종근당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임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6월 유럽 임상 1상을 승인받은 ‘CKD-508’은 혈액 내 지방 단백질 사이에서 콜레스테롤에스테르(CE)와 중성지방(TG)의 운반을 촉진하는 콜레스테롤에스테르 전이 단백질(CETP)의 활성을 억제한다. 저밀도 콜레스테롤(LDL-C)을 낮추고 몸에 좋은 고밀도 콜레스테롤(HDL-C)을 높여 주는 기전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다.

안전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던 기존 CETP 억제제와 달리 지방 조직에서 약물이 축적되거나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종근당의 설명이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08은 스타틴으로 조절되지 않는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또 다른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는 약물”이라며 “현재 60억 달러 규모에서 2027년 14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이상지질혈증 시장에서 혁신 신약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근당의 샤르코-마리-투스(CMT) 치료용 파이프라인 ‘CKD-510’도 유럽에서 임상 1상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CMT는 유전성 말초신경병증으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운동 신경과 감각 신경이 손상돼 정상 보행이나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희귀 질환이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근당은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항암이중항체 바이오 파이프라인 ‘CKD-702’의 한국 임상 1상도 진행하고 있다.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CKD-702는 암세포주에서 암의 성장과 증식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동시에 억제하는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 종근당은 향후 위암·대장암·간암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