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다움’보여줄 수 있나 … 지지율도 관건
‘경제 전문가’강점이나 캐릭터 약하고 가치 불분명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정치판으로 돌아오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관심은 크게 세 가지다. △정 전 총리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주 판도를 흔들 수 있을 것인지 △친문(친문재인)이 누구와 손잡거나 지원할 것인지 △여당 내 제3 후보가 떠오를 수 있을지 여부 등이다.
정 전 총리의 지지율은 의미있는 숫자라고 하기엔 미미하다. 대부분의 여론 조사에서 1~2%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관건은 이 지지율을 어느 수준까지 올릴 수 있느냐다.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의 민주당 당헌·당규대로라면 대선 6개월 전인 9월 8일까지 대선 경선을 치러 본선에 나갈 후보를 뽑아야 한다. 4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정 전 총리는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면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설 예정이지만 조직을 다지고 바람을 일으키기엔 빠듯하다. 정 전 총리는 자신의 지지율이 저조한 데 대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즐겁기야 하겠느냐”며 “아마 꼭 필요할 때 뜨려고 그러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그간 ‘내 정치’를 하는 것에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이 내게는 축적의 시간이다. 결정적 순간, 반드시 필요한 순간에는 틀림없이 지지율이 나올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한 측근 의원은 “지금까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 등에 주력하느라 대선에 곁눈질을 할 틈도 없었다”며 “이제 신발 끈을 조여 매는 만큼 지지율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세균계의 핵심인 3선의 이원욱 민주당 의원에게 물어봤다.
▶대선 시간표가 다가왔다. 어떤 계획을 짜고 있나.
“아직 구체적인 플랜은 없다. 전당대회 이후 본격 움직인다는 계획인데 세밀한 것은 그때 정치 상황을 봐야 한다.”
▶지지율이 낮게 나온다. 지지율을 올릴 방안은 뭔가.
“고민이다. 이제 본격 정치 활동에 들어가는 만큼 지지율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은 인위적으로 어떻게 끌어올리겠다는 방안은 없다.”
▶정 전 총리가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나.
“정권 재창출을 위한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면 정세균밖에 없는 것 아닌가. 친문·비문 할 것 없이 차츰차츰 알아줄 것이다. 지금은 열심히 할 뿐이다.” “경제 살리기 강점 불구 총리 때 내세울 업적 없어”
정 전 총리의 강점으로는 기업·경제인 출신이라는 점이 꼽힌다. 정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경제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있어 차별화될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의 가장 큰 과제인 위기관리 능력과 미래 지향적인 경제 재건에 적합한 자질을 갖췄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는) 여야 대선 주자를 통틀어 제일 낫다고 자신한다”고 했다.
정 전 총리의 경제 철학은 ‘분수 경제’다. 서민과 중소기업 등 하층부에 대한 지원을 통해 그 효과가 분수처럼 경제 전체로 퍼지게 한다는 개념이다. 현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과 맥이 닿아 있다. 정세균계의 또 다른 의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 회복인 만큼 정 전 총리의 역량이 장점으로 부각된다면 지지율 회복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치 평론가인 서성교 건국대 초빙교수도 정 전 총리에 대해 “경제 현실을 경험해 민주당의 편향된 이념을 중화시키고 실용적 경제 살리기 노선, 특히 코로나19와 그 이후 과제인 민생 경제 살리기에 강점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또 6선 국회의원 출신에 당 대표, 국회의장, 총리, 산업자원부 장관 등 당·정의 최고위직을 두루 거쳐 조직 관리 운영 능력과 경험을 겸비한 것도 장점이다.
원만한 인품과 포용력을 갖췄고 당내 적지 않은 계보 의원들도 있다. 당내 정세균계 의원 모임인 ‘광화문 포럼’은 지난 4월 14일 ‘4·7 보궐선거 분석과 민주당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제목의 강연회를 연 것을 기점으로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계보 의원들은 이원욱·안규백·조정식·김영주·김성주·임종성·안호영 의원 등 15명 안팎에 이른다.
서 교수는 정 전 총리의 약점으로는 △정치인으로 고유한 자기 캐릭터가 부족하고 △많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철학·가치·정책이 불분명하며 △총리 1년 3개월 동안 뚜렷하게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고 △70세로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서 교수는 “특히 최근 ‘스윙 보터(부동층 유권자)’로 등장한 2030세대로의 소통 확장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호남(전북 진안) 출신으로 충청과 영남 지역 확장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관건은 친문의 선택이다. 친문은 지난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맺어 왔다. 친문 직계 중 뚜렷한 대선 주자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친문은 지난해 8월 실시된 7개월 임기의 대표 경선에 나선 이 전 대표를 지원해 왔다. 하지만 지지율 수위를 달리던 이 전 대표는 지난해 중반기부터 이 지사에게 지지율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더니 연말과 연초를 거치면서 뚝뚝 떨어졌다.
최근엔 ‘4·7 재·보선’ 패배 책임까지 겹쳐 한국갤럽의 4월 3주 차 조사에선 한 자릿수(8%)까지 급락했다. 반면 이 지사는 24%를 나타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 조사 기관이 합동으로 조사한 4월 3주 차 전국 지표 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는 8%에 그쳤다. 이 지사(25%)에게 한참 뒤진 것이다.
그렇다면 친문이 정 전 총리의 손을 잡을까. 정 전 총리도 범친문으로 꼽힌다. 정 전 총리 스스로도 친문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친문 주류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 교수는 “문제는 정 전 총리가 이 전 대표와 차별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호남 출신에 문재인 정부 총리를 지냈고 합리적 노선 등 일란성 쌍둥이 같은 느낌이다. 이 전 대표에게 실망해 이탈한 친문을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문, 달리 선택 여지 없을 것” 대 “경쟁력 의구심”
또 “친문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정 전 총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확실한 대척점에서 경쟁력을 보여 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난망”이라고 했다. 이어 “가치와 노선, 정책 지지 기반 등 면에서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이 지사와 뚜렷하게 차별화돼야 하는데 아직 각이 분명히 서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친문을 확 끌어당길 만큼의 ‘정세균다움’을 보여주는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 최대 변수는 정 전 총리가 지지율을 6월까지 최소한 10% 이상으로 올려놓을 수 있느냐다. 그래야 친문들도 정 전 총리와 손잡을 여지가 있다. 물론 일반 여론 지지율과 당내 경선 결과가 반드시 등치되지는 않는다. 민주당 당내 경선 표 분포는 대의원 45%,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40%로 당심이 8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강성 친문이 상당수다. 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문 러브콜 경쟁에 나서는 이유다.
정 전 총리가 의미있는 지지율을 얻지 못한다면 제3의 친문 후보 등장 가능성도 있다. 친문 그룹이 여러 후보를 출마시켜 이 지사와 일대다 구도를 형성한 뒤 경선 과정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친문 단일 후보로 결집시키는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다. 만약 친문이 미는 후보가 이 지사를 이긴다는 확신이 서지 않을 경우 친문은 분화할 가능성도 있다. 정 전 총리, 이 전 총리, 이 지사 지지 쪽으로 흩어진다는 얘기다. 이는 친문 폐족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홍영식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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