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혁신 이끈 디자인, 고객 편의성 고민이 출발점”
‘모바일 온리(only)’ 시대,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은 카카오뱅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진 재미(fun) 요소는 ‘게임 체인저’로서의 카뱅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무기로 인식되고 있다. 전례 없는 카뱅의 성공 스토리에는 디자인팀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다른 조직과 다른 점은 디자인팀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까 합니다. 디자인팀에 대한 회사 차원의 각별한 신뢰가 사용자 편의라는 성과로 이어지고, 또 그 성과가 다시 신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카뱅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거죠.”

카카오뱅크의 길은정(영어명 Lena) 디자인팀 리더는 카뱅의 혁신 동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업종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인터넷 홈페이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외주 프로젝트로 인식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모바일 온리’ 전략을 펴고 있는 카뱅의 성공 과정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혁신적인’ 은행으로 평가받는 카뱅 앱의 성공 DNA는 ‘디자인’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카뱅의 디자인팀은 앱 디자인은 물론 신용·체크카드와 같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 디자인, 제휴 상품 굿즈 등과 같은 오프라인 이벤트 디자인까지 책임지고 있다. 사실상 카뱅과 관련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디자인팀의 손길을 거치는 셈이다.

현재 카뱅의 디자인팀에는 길 팀장을 비롯해 10여 명의 디자이너가 활동 중인데, 이 가운데 길 팀장과 함께 김지은(Jinn) 매니저, 이승진(Gray) 매니저는 카뱅 성공 스토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1세대 디자이너다. 길 팀장은 직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에서, 김 매니저는 SK컴즈와 현대카드에서, 이 매니저는 네이버재팬과 에이치나인에서 UI, UX 디자이너 경험을 갖고 있는 앱 디자인 전문가들이다.
“카뱅 혁신 이끈 디자인, 고객 편의성 고민이 출발점”
카뱅이 찻잔 속 태풍이 아닌 거대한 태풍이 됐습니다. 어느 정도나 예상했는지 궁금하네요.
Lena 앱 개발 당시만 하더라도 ‘공백 상태’라는 점에 끌렸던 것 같습니다. 온전히 도전 의지만 갖고 시작한 거죠. 많이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디자이너 3명이 새로운 앱을 만들어 간다는 즐거움도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카뱅 출범 이후 이토록 큰 관심을 받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카뱅 테스트 기간, 케이(K)뱅크가 먼저 화려하게 출범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큰 사고만 피하자’라는 조바심이 컸던 것 같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지도도 크게 낮았고요.
Gray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카뱅’이라서 합류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2017년 새빛둥둥섬에서 진행된 카뱅 출범식 당시 느꼈던 뭉클함이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카뱅 디자인팀은 모바일 앱 외에도 다양한 영역을 커버한다고 들었습니다.
Lena 기능적 측면에서의 영역이라고 하면 서비스, 오프라인 제작물, 카드, 부스 공간, PC, 이벤트, 프로모션 등 카뱅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디자인팀의 손을 거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앱 회사의 디자인팀이라고 하면 앱 디자인만 생각하는데 카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는 모든 디자인이 저희 업무라고 보시면 됩니다.
Gray 이를테면 영화관에 비치된 엑스배너가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네요. 저희 팀이 손수 제작한 배너를 오프라인상에서 실물로 마주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 되고 있습니다. 앱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과 관련된 모든 작업물까지 제작하면서 직원 개개인들도 ‘성장해 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26주 적금을 비롯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출시 배경이 궁금하네요.
Lena 26주 적금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할 수 있는 연 단위가 아닌 ‘26주’라는 기간 동안 저축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가 반영된 상품이었죠. 당시 증액을 한다거나 감액을 한다거나, 혹은 풍차 돌리기에 대한 아이디어도 있었지만 무언가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적금 과정에서 어떻게 해야 더 끈기를 갖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 결과물이 ‘26주 적금’이고 지금은 카뱅의 대표 상품이 됐죠. 여기에 좀 더 사용자 가치를 더해보자는 취지로 진행된 상품이 ‘파트너 적금’이었죠. 적금 자체의 금리 혜택 외에도 부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마트, 마켓컬리 등과 함께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습니다.
“카뱅 혁신 이끈 디자인, 고객 편의성 고민이 출발점”
파트너 적금과 연계한 한정판 굿즈 이벤트도 새로운 시도로 보이네요.
Jinn 모든 상품의 피드백은 빠르고 즉각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바이럴 마케팅과 연계시킬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죠. 금리 혜택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적금통장을 만드는 것 이상의 새로운 경험을 주면서, 동시에 오프라인상에서 서로에게 마케팅을 해주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게 굿즈 이벤트입니다. 물론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타려면 디자인팀의 역할이 중요하겠죠. 굿즈와 함께 캐릭터도 제휴사 전용으로 따로 제작해 부스팅에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사용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죠.

금융 앱의 표본이라는 평가까지 나옵니다. ‘사용자 1위’에 대해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Lena 사실 금융서비스와 관련해 ‘UX’나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시작한 시기는 수년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안정성’, ‘보안’ 등이 핵심 단어였죠. 그동안 카뱅이 더 좋은 상품과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해준 측면도 있겠지만, 결국 금융서비스에서도 디자인과 사용자 편의 측면에 대한 수요가 컸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 그런 수요가 빠르게 옮겨왔던 것과 달리, 금융의 경우 오랜 기간 정체됐던 거죠. 카뱅이 그런 부분에 대한 갈증을 해소시킨 것이 ‘사용자 1위’ 앱으로 인정받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그런 니즈가 디자인 측면에서 많이 해결됐는데, 결국에는 디자인의 심미성과 함께 사용자 경험에 대한 많은 고민이 사용자 1위 앱이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카뱅은 조직 측면에서 은행과 ‘딴 판’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떤 영향이 있다고 보나요.
Jinn
사실 그런 ‘알못(알지 못함)’의 관점이 지금의 카뱅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접할 때 저희 나름대로 재해석을 하는데, 해당 상품에 대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지, 어렵고 복잡한 금융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 수많은 정보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 게 더 쉽게 이해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집니다. 그동안 출시된 상품들 역시 그런 논쟁 과정을 거쳤고요. 이런 지난했던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금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큰 변화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Gray 디자인팀뿐 아니라 카뱅의 각 부문 직원들은 ‘안 돼요’라는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만들까요’, ‘어떤 식으로 수정해드릴까요’라는 식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저희 디자인 쪽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것 같습니다.

그동안 디자인 업무를 진행해 오면서 각별히 힘든 부분이 있었다면.
Lena
힘들다기보다는 카뱅 조직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적인 의사결정 체계와 달리 저희는 특정인이 결정하고 확정짓는 구조가 아닙니다. 이를테면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완성도 있게 끌어가야 할 책임자가 정해지지만, 카뱅 조직은 톱다운 방식의 업무 압박이 없는 대신 협업 부서와 끊임없는 소통과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왜 이렇게 바꿔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과정인 거죠. 오히려 산업 측면에서의 규제가 더 큰 압박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규제 측면에서 명확한 지침이 있다 보니 더 나아질 수 있는 여지를 고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울 때가 있는 거죠.
Jinn 저희 팀의 경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업무 패턴을 갖고 있어 문제 해결 과정을 즐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당국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내려올 때는 사용자 관점에서 좀 더 간편하고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죠. 디자인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거의 없을 때는 아쉬움이 큽니다.
“카뱅 혁신 이끈 디자인, 고객 편의성 고민이 출발점”
여타 금융사와 달리 카뱅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T)’이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카뱅에게 ‘혁신’이란 무엇일까요.
Lena 카뱅의 정체성이 ‘모바일 온리’, 즉 디지털 서비스다 보니 트랜스폼 할 게 없어서겠죠.(웃음) 사실 카뱅 오픈 이후 ‘디지털 혁신’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카뱅 서비스가 혁신을 목표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죠. 사용자의 편의 측면에서 문제 해결이 늦어졌고, 카뱅이 그 부분을 해소하기 시작한 것이 혁신으로 비쳐진 것 같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 혁신’을 묻는다면 기존에 해왔던 일을 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Jinn 좀 더 쉽게 얘기하면 저희가 해온 일은 금융에 대한 ‘번역’ 작업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 방언을 접한 분들은 대부분 의미 해석에 애를 먹게 되는데, 금융서비스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 탓에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죠. 결국 우리가 원하는 은행상(象)을 만들고자 한 노력이 혁신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3.0 업데이트를 앞두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등의 서비스 출시 계획이 궁금하네요.
Lena
2.0 서비스 개편 당시 ‘크게 새로워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의 변화는 없었는데, 3.0 역시 유사한 수준이 될 것 같네요. 1500만 명에 가까운 이용자가 쓰는 서비스를 갑작스럽게 변경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겠죠. 당분간은 이들 사용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좀 더 개선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 및 고도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네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연내를 목표로 서비스 시점을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내부 준비만 마쳤다고 바로 출시할 수 있는 성격의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죠. 청소년들을 위한 서비스인 ‘카뱅 미니’ 역시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는데, 국내 시장에 새롭게 적용되는 서비스의 경우 규제 측면에서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간편함은 카뱅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상품과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고민도 커질 것 같네요.
Lena
그렇습니다. 지금의 카뱅 역시 이전과 비교해 많이 무거워진 게 사실입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앱을 여러 개로 쪼개는 회사도 있는데, 카뱅은 사용자들이 ‘하나의 앱’이 편리하다고 하면 기존 전략을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대신 앱 자체가 무거워지는 부분은 기술적 측면에서 대단히 큰 숙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죠. 저희 조직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GD(정규돈) 역시 인터뷰를 통해 매번 하는 얘기가 있는데, ‘다른 앱들이 로딩 서클 세 바퀴 돌 때 카뱅은 두 바퀴만 돌 수 있도록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고 있다’고 합니다. 언뜻 보면 별거 아닌 문제 같지만, 그런 부분에서 차별화를 두기 위해 기술력을 쏟아 붓고 있다는 거죠. 다만, 스크린 자체가 늘어나고 서비스 및 상품이 많아지는 부분은 저희 디자인 쪽에서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겠죠.”

카뱅만의 디자인 철학이 있는 것 같네요.
Gray 일반적으로 ‘금융’이라고 하면 딱딱하고 복잡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저희는 나름의 키워드를 갖고 업무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금융에 말랑말랑하고, 친구같이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습니다.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공적인 대화보다는 가족과 친구들, 주변인들과의 대화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 것 같네요.
Lena 굳이 철학이라고 명명하자면 ‘재해석’ 정도로 칭하면 될 것 같네요. 금융의 경우 복잡한 내용이 많다 보니 사용자들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가 관건인 거죠. 수많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쭉 나열해놓고 사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정보를 제공하면 이해하기 쉽고 간편할지 해석하고 조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작고 사소한 정보라도 지나치리만큼 집요하게 접근해 나름의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하고 있죠. 복잡한 것도 단순화시키려는 시도를 반복하는 셈이죠.
Jinn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카뱅 디자인의 주요 방향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태의 기획이 진행되든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어느 정도로 제공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죠. 즉, 복잡한 내용을 삭제한다기보다 정보의 흐름상 사용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 팀의 역할이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Lena
카뱅 개발 초기에만 하더라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거의 없었습니다. 팀원들끼리 수시로 의견을 나누는 방법밖에 없었죠. 전통적인 예술의 경우 예술가 홀로 작품을 만들어도 역작이 나올 수 있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거기서 최선의 답을 찾는 게 가장 이상적이죠. 저희 디자인팀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화가 많은 편입니다.(웃음)
Jinn 사실 저희팀은 디자인을 구성하는 시간보다 ‘수다 떠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모임통장’, 그리고 ‘매일매주매월적금’의 시작도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죠. 매일매주매월 적금의 경우 회의 과정에서 ‘적금이라고 꼭 정해진 날짜에 할 필요가 있나’라는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됐고, 모임통장도 ‘이런 통장 있으면 잘 쓸 것 같은데’라는 가벼운 대화에서 만들어진 상품이죠. 특히 모임통장은 입출금 내역 공유 및 친구 동의 절차 등과 관련해 개발자와의 간단한 대화 직후 Lena가 반나절 만에 그린(디자인한) 상품이죠. 이처럼 ‘내가 쓰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이 아이디어가 되기도 합니다.
“카뱅 혁신 이끈 디자인, 고객 편의성 고민이 출발점”
끝으로 디자인 전문가로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Jinn
카뱅이 기존 금융사와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은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금융사들의 경우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 개발 관련 업무를 외주 사업 정도로 인식하고 있죠. 이럴 경우 단순 수정조차 여러 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개편 과정에서도 개발자들을 갈아서(압박해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길게는 2~3년이 걸립니다. 그런데 서비스가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또다시 개편에 나서는데, 그러다 보면 결국 같은 문제가 반복되죠. 반면 카뱅은 고객들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거나 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빠른 대응이 가능합니다. 또 개선된 사항을 알아봐 주는 사용자들이 많아 디자인팀으로 보람도 많이 느끼고 있죠.
Lena 그렇습니다. 사소한 불편이라도 살짝만 개선해놓으면 이를 금방 알아채고 사용자 리뷰를 남겨주는 분들이 많습니다. 너무 고맙고 디자인팀이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죠. 회사가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즉 디자인을 외주 사업으로 인식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는 결과물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카뱅 디자인팀은 과도할 정도로 회사로부터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것 같네요. 결국 팀에 대한 신뢰와 성과의 선순환이 지금의 카뱅을 이뤄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