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항 봉화군수…내성천에 봉화 랜드마크 ‘내성천 봉화타워’착공
주민 참여형 그린 에너지 사업, 투자 주민 모두 연수익 5%대 가능
엄태항 봉화군수는 민선 7기 당선 때부터 봉화의 미래를 자연 친화 도시에서 찾았다.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산업화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할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을 일찍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21년 전 세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화두로 삼으며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제로 경제를 이야기하는 사이 봉화의 미래 비전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경북 봉화가 자연 친화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경북 봉화는 자연의 선물과도 같은 천혜의 환경을 갖춘 곳입니다. 낙동강이 감싸고 아름다운 청량산에는 고려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머물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축융봉부터 시작해 12봉우리가 병풍처럼 펼쳐집니다. 신라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 약수 또한 봉화의 자랑거리고 27개의 사찰과 암자 터 중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청량사)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 성리학을 집대성한 오산당(청량정사)도 바로 이곳 봉화의 자산이죠.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구한 문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지만 봉화 면적 중 83%가 산입니다. 개발이 어렵죠. 면적은 서울의 두 배 정도 되는데 인구는 3만 명이 조금 넘어요. 고속도로·철도·대학교가 없는 3무(無)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산업 발전은 더뎠어도 이제는 청정 자연환경과 임야로 둘러싸인 싼 땅값이 기회가 돼 봉화의 미래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봉화가 어떻게 달라진다는 것인지요.
“스웨덴에 ‘말뫼’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2002년 당시 말뫼에 있던 세계적 조선 업체 코쿰스에서 최대 규모의 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사왔다는 일화가 있는데 그때 ‘말뫼의 눈물’이라는 말이 생겨났어요. 조선 산업으로 흥한 말뫼의 쇠락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이죠. 그런데 지금 말뫼는 유럽의 대표적인 자연 친화 도시로 재탄생했습니다. 말뫼의 인구는 당시보다 5만여 명이 더 늘었고 강 건너 덴마크 코펜하겐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며 가장 살기 좋은 북유럽 도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친환경 에너지 자립 건물인 ‘터닝 토르소’라는 190m 높이의 유명한 랜드마크로도 유명합니다. 봉화는 한국의 말뫼와 같은 도시가 될 겁니다. 이를 위해 관광과 생활의 편의를 돕는 인프라도 계속 정비해 나가는 중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은어축제가 열리는 내성천에 인도교를 설치하고 그 위에 66m 높이의 ‘내성천 봉화타워’를 세우는 작업입니다. 5월 착공하니 올겨울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그 모습을 보일 겁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디자인한 류춘수 건축가의 작품인데 류춘수 건축가의 고향 역시 봉화죠. 봉화타워는 하천 한가운데 세워지는 전국 최초의 사례이기도 합니다.” 녹색 에너지 산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서요.
“무분별한 친환경 에너지 산업과는 다릅니다. 우선 ‘전원 생활 녹색 도시’의 모델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 조성 중인 총 5000가구의 테마 전원주택 단지를 중심으로 고부가 가치 사업인 버섯 농장과 태양광 발전 사업을 함께 아우르는 것인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소득도 높일 수 있는 정책 중 하나죠. 버섯은 그늘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버섯 재배사 위를 태양광 패널로 덮는 거예요. 330㎡(100평) 정도 버섯 재배를 하면 농업 소득이 연간 5000만원 정도 되고 태양광 에너지 소득이 약 2500만원 나옵니다. 그만하면 여유로운 은퇴 생활이 가능하거든요. 이를 위해 에너지사업기금 융자지원사업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봉화군에 주소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설 자금의 90%를 융자받을 수 있어요. 여기에서 얻은 소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녹색에너지협동조합도 신설했습니다. 협동조합은 직접 태양광을 생산하지 않아도 봉화 주민이면 누구나 투자금 대비 연 5%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금을 운영합니다. 에너지 기본 조례와 에너지 기금 운용 조례를 제정해 외지인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주민이 주도적으로 녹색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도록 한 것인데 실제 오미산 풍력 발전 사업은 약 1600억원 규모의 전액 민자 사업으로 석포면 전체 주민 2000여 명이 지분 참여했습니다.”
전원 생활 녹색 도시가 줄어드는 인구의 대책이 될 수 있겠습니다.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봉화는 그 비율이 35%에 달합니다. 1960년대에는 봉화군 인구가 12만 명이나 됐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도시로 빠져나가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지금에 이르렀죠. 하지만 전원 생활 녹색 도시에 쏟는 관심도 높아 이미 많은 외지인들이 버섯 농사 교육을 받고 있어요. 5000가구가 다 분양되면 부부가 함께 온다고 가정하고 1만 명 정도 인구가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죠. 봉화를 잘사는 지역,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 인구 유출을 막고 귀농·귀촌 인구가 늘도록 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합니다. 또 그게 초대 봉화 군수에 이어 2대, 4대 그리고 또 이번 7대까지 제게 군수 역할을 맡겨주신 봉화 군민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군수님의 책임감도 더 클 것 같습니다.
“그렇죠. 봉화 주민들에게서 ‘먹고살기 좋다’는 말이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7대 군수의 책임을 맡은 뒤 봉화군 안에서 경제가 잘 돌아가는 데 관심을 많이 기울였고 그렇게 나온 정책이 바로 ‘봉화 퍼스트’예요. 인적·물적 자원의 외부 유출을 막자는 게 핵심이죠. 예를 들어 관광버스를 운영해도 봉화에서 나는 식재료로 먹거리를 사고 봉화 사람을 채용해 내부 일자리도 늘리는 식입니다. 지난 2년간 전국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봉화 퍼스트를 추진하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침체된 상권을 살리려고 전통 시장에 ‘불금축제’ 만들어 금요일이면 봉화 군민 모두가 시장에서 축제를 즐기고 봉화사랑상품권으로 지역 내에서 생산과 소득의 시너지를 내도록 하는 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경북 처음으로 봉화군이 농업인 경영안정자금도 지급하기 시작했죠.”
관광도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텐데, 봉화만의 특색 있는 관광 자원은 무엇인가요.
“내성천 은어축제나 송이축제는 이미 한국관광공사가 인정한 우수 축제로 이름 높죠. 여기에 더해 내성천 봉화타워를 필두로 청량산 제1탐방로 급경사 부분에 길이 600m에 달하는 세계 최장 길이의 현수교도 놓을 예정입니다. 현수교가 준공되면 청량산 12개 봉우리와 낙동강 상류 계곡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집라인 체험과 낙동강 래프팅까지 봉화만의 액티비티 시설도 계속 늘려 나가고 이색 관광지로 인기를 끄는 봉화 산타마을도 관광 명소화 사업을 추진 중이라 곧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게 될 겁니다. 한국의 유일한 베트남 타운 조성도 문화와 역사 관광 자원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왕조가 고려 시대에 어떻게 한국, 그것도 봉화에까지 내려와 정착하게 됐는지 이야기를 담은 문화 타운이죠. 봉화는 자연환경과 유구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나날이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엄태항 봉화군수
중앙대 약학과 졸업.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1대, 2대, 4대 봉화군수. 새정치민주연합 경상북도당 공동위원장. 2018년 45대(민선 7기) 봉화군수(현).
이선정 SRT매거진 기자 sjlgh@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