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 여성 임원 비율 높은 곳이 재무 성과도 높아…젠더 이슈는 평판·인재 유치에 치명타

[ESG 리뷰] 이슈
구글·우버도 못 피한 철퇴...‘젠더 감수성’ 기업 새 화두로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는 2019년 직장 내 성추행·성차별 혐의로 51억원의 합의금을 지불했다. 2017년 해당 논란이 일어나자 트위터에서는 우버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졌고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영향력 있는 여성 단체 ABI는 우버와의 파트너십을 단절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우버는 성추행·성차별 문제에 강력 대응하기 위해 내부 감사를 실시했고 관련된 20여 명의 직원들에게 해고 조치를 내렸다. 우버의 창업자이자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트래비스 캘러닉은 책임을 지고 2018년 사임했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도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2017년 구글의 전 직원 3명은 동일 조건에서 동일 업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이 낮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수천 명의 구글 직원들은 전 세계적인 동맹 파업을 전개하며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글은 부당한 임금 격차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2018년 총 1만677명의 직원에게 약 109억원의 임금 조정 보상금을 지급했다.

우버와 구글 사례는 젠더 감수성이 기업의 평판과 이해관계인과의 분쟁 등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리스크를 잘 보여준다. 수많은 노동자와 소비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의 관심을 받는 기업들은 이러한 이슈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에서도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어 우리 기업들도 이러한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이 젠더 감수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실시하는 사회 평가에서 전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정규직 여성 노동자 비율은 평균 약 28%에 그쳐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최근 5년 지배 구조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등기 임원 중 여성이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여성 등기 임원을 2명 이상 또는 전체 인원의 25% 이상 포함한 기업은 약 2%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반면 2020년 5월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에 편입된 모든 기업은 이사회에 적어도 1명 이상의 여성을 선임했고 편입 기업의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28%는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남성에게 편중된 이사회 구성 현상은 여전하지만 한국 기업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지난 1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된 자본시장법 개정이 가결됐다. 그동안 이사회의 다양성과 여성 임원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이를 기업의 자율적인 해결에 맡겨 왔지만 결국 법제화에 이르렀다. 이러한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던 기업들과 달리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강화된 규제, 그에 뒤따르는 이해관계인의 새로운 요구가 리스크로 작용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가 2018년 발간한 다양성과 재무적 성과에 관련된 보고서에 따르면 임원의 성별 다양성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에 비해 EBIT(이자와 세금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 성과가 21% 정도 높게 나타났다. 또한 MSCI 월드 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2010~2015년 재무 성과를 분석한 결과 여성 임직원 비율과 평균 상대 수익률, 위험 조정 수익률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존재했다.

기업 내 젠더 감수성 부족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는 운영·소송·평판·인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인재 유치 및 유지 측면에서 맥킨지에서 발간한 ‘직장 여성(Women in the Workplace) 2018 ’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 노동자 5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유일한’ 여성이라고 답했고 고위직 또는 기술직 여성일 경우 비율은 5명 중 2명으로 증가했다. 직장 내 ‘유일한’ 여성의 64%는 미묘한 수준의 차별(microaggression)을 받는다고 응답했고 고위직 또는 기술직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은 80%를 웃돈다. 이러한 유형의 여성 노동자들은 일반 여성들보다 이직을 고민하는 경향이 1.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고위 및 상위 직급 내 여성 인력이 부족하고 이러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기업일수록 우수한 인재 유지에 불리한 것이다.

사회 책임 투자(SRI :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펀드를 통해 여성의 역량을 강화하는 분야에 투자하는 기조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자체적으로 투자 원칙을 수립할 뿐만 아니라 펀드를 구성해 여성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거나 성희롱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젠더 감수성을 지향하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직장 내 젠더 관련 차별 사건이 소송으로 격화된 경우 네거티브 스크리닝(negative screening) 전략을 활용해 투자 대상에서 배제하고 기업에 젠더 이슈 관리를 유도하고 있다.

기업의 젠더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들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명문화된 정책을 마련하고 전사 차원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우선 윤리 규정이나 인권 정책과 같이 임직원의 행동 강령에 젠더 감수성을 제고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윤리 규정을 제정해 뇌물 수수, 횡령과 같이 부패 방지 및 준법 관련 내용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

명문화된 정책을 수립했다면 이러한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목표의 경우 단기·중기·장기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정성적·정량적 지표를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 목표 수립 시 국내외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제시하는 젠더 다양성 관련 목표를 참고하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다.
구글·우버도 못 피한 철퇴...‘젠더 감수성’ 기업 새 화두로
DGB·CJ제일제당 등 8개 기업 UNGC 프로그램 참여

유엔 지속 가능 발전 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지속 가능 발전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인류 공동이 달성하기로 결의한 목표다. SDGs는 ‘성평등’이라는 가치 실현을 위해 5번 목표로 ‘성 평등(gender equality)’을 제시한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에 맞춰 한국 또한 2018년 K-SDGs라는 공식 명칭으로 SDGs와 동일하게 목표 5번을 ‘성평등 보장’으로 설정해 여성과 여아의 인권 신장을 위한 계획을 공표했다.

‘여성 역량 강화 원칙’은 유엔여성기구(UN Women)와 유엔글로벌콤팩트(UNGC)가 발족한 공동 이니셔티브로 기업 내 여성 역량 강화를 이행하기 위한 실천 방안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은 이니셔티브가 제시하는 7가지 원칙과 하위 원칙을 참고해 젠더 다양성과 관련된 정책과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20년 기준 27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UNGC는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해 회원사의 여성 임원 비율 향상과 여성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인 ‘TGE(Target Gender Equality)’를 운영하고 있다. UNGC는 TGE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가 멘토링, 성 격차 분석 툴 보고서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해 참여 기업은 여성 리더십과 여성 임원 비율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2006년 DGB금융그룹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CJ제일제당·LG화학·KT 등 8개 기업이 참여했다.

구체적인 목표를 수립한 후에는 그에 맞는 세부적인 정책과 프로그램을 함께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젠더 이슈에 민감한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다양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별도로 수립하고 있고 해당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전사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과 표준에는 젠더 감수성 제고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 반드시 공개해야 하는 지표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정보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에게 젠더 감수성 증진을 위한 회사의 책임 이행 여부를 소통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젠더 관련 정책과 활동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업의 다양성 존중을 요구하는 내·외부 이해관계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젠더 감수성을 보유한 기업 문화 구축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성 평등적 문화 조성은 단순히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요소라는 의미를 넘어 기업 가치와 직결되며 인적 리스크, 평판 리스크 등 다양한 형태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기업은 현재의 젠더 감수성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취약한 부분의 우선순위를 설정한 후 젠더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각종 성평등 이니셔티브와 각 기업의 우수 사례, 국내외에서 추진하고 있는 ESG 공시 제도와 가이던스를 참고하면 기업 내 젠더 감수성 전략을 보다 용이하게 수립할 수 있다. 성차별적 관행으로 내·외부 이해관계인으로부터 높은 리스크를 보유한 기업으로 인식될지,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해 임직원과 투자자가 만족하는 기업으로 인식될지는 전적으로 기업의 결정에 달려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