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정통 커리 등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수…한식·양식 등도 맞춤 브랜드로 공격 마케팅

[비즈니스 포커스]
샘표가 최근 출시한 '티·아시아 키친 커리' 4종.
샘표가 최근 출시한 '티·아시아 키친 커리' 4종.
배우 전지현 씨가 파우치에 담긴 카레를 개봉해 전자레인지에 넣는다. 조리가 완료됐다는 신호음이 들리자 카레를 꺼낸 뒤 밥 위에 부어 맛있게 한입 먹기 시작한다. 그러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과 함께 “너 어디서 왔니”라는 멘트를 날린다. 여기에 응답이라도 하듯 ‘티·아시아 키친’이라는 브랜드 로고가 등장하며 영상은 끝이 난다.

샘표식품(이하 샘표)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단연 간장이다. 5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이 시장에서 부동의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샘표=간장’이라는 공식을 써내려 왔다.

이런 샘표가 가정 간편식(HMR)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시장 공략에 나서 주목된다. 최근 TV에서 자주 등장하는 티·아시아 키친 광고 역시 샘표가 HMR 시장 공략을 위해 새롭게 론칭한 브랜드다. 장류업계 1위 기업의 새 도전이다.

최근 샘표는 제품 라인업 확대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티·아시아 키친 브랜드를 통해 파우치 카레 제품을 처음 선보였는데 반응이 심상치 않다. TV 광고 효과에 힘입어 ‘전지현 카레’라고 불리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HMR 시장

샘표의 올해 목표는 HMR 시장의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HMR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어 이런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HMR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해 말 펴낸 ‘2020 가공식품 세분 시장 현황 보고서’를 살펴보자.

한국의 HMR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2조2700억원이었는데 2019년 4조원대로 두 배 정도 커졌다. aT는 2022년 HMR 시장 규모가 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을 계기로 유행이 된 ‘집밥’ 트렌드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면서 HMR 시장이 aT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음식 맛’에 일가견을 가진 샘표로서는 당연히 군침을 흘릴 수밖에 없다.

샘표 관계자는 “HMR 시장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는 실적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이다. 전망이 밝은 HMR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샘표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HMR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시장에 친출하는 상황이다.

가령 배달의민족만 보더라도 최근 전국 ‘맛집’과 손잡고 MHR 제품을 내놓겠다는 ‘출사표’를 던질 정도로 다양한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은 샘표가 차별화 상품으로 승부수를 던지게 한 배경이 됐다.

카레 판매 호조...추가 신제품 선보일 예정

샘표에 따르면 ‘티·아시아 키친 커리’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HMR 카레 제품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카레 특유의 강한 향신료 냄새를 줄이고 밀가루를 넣어 걸쭉하게 만든 ‘일본식 카레’다.

반면 티·아시아 키친 커리는 특유의 향이 강한 인도와 태국의 정통 카레를 담았다. 여전히 일본식 카레가 대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국에서도 계속해 인도·태국 카레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샘표 관계자는 “인도·태국 전문 음식점이 곳곳에 들어서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서 색다른 카레 맛을 다양하게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출시한 지 이제 막 두 달 정도 지난 현재 이 카레 제품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호조를 기록 중이다. 샘표는 올해 티·아시아 키친 커리의 판매 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다.

샘표 관계자는 “외식 자제에 따른 반사 이익으로 색다른 맛의 티·아시아 키친 커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향후에도 티·아시아 키친 브랜드를 앞세워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의 이색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카레와 조합이 잘 맞는 인도식 ‘난’과 ‘라씨’ 제품도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티·아시아 키친 외 브랜드를 통해서도 HMR을 강화하기 위해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티·아시아 키친이 이색적인 동남아 음식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HMR 브랜드라면 한식 HMR은 샘표 브랜드를 내걸고 다양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초 ‘쓱쓱싹싹 밥도둑’이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장조림과 메추리알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양식은 ‘폰타나’ 브랜드를 앞세워 공략한다. 지난해 말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을 수 있는 폰타나 수프 4종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신제품 2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수프 외에도 다양한 서양식 HMR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다.
▶인터뷰
서효영 샘표 마케팅팀 부장
“음식의 기본은 맛…50년 노하우 HMR에서 진가 발휘할 것"
‘간장 맛집’ 샘표, HMR 시장에 도전장
서효영 샘표 마케팅팀 부장은 샘표가 가정 간편식(HMR)을 강화하기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한국의 유명 식품 대기업 등에서 20여 년간 활약하다가 2019년부터 샘표에 몸담게 됐다.

현재 티·아시아 키친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총괄하고 있기도 한 그는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뛰어난 맛의 HMR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아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샘표가 HMR 사업에 굉장히 공격적이다.
“샘표가 HMR 시장에 진출한 지는 오래됐다. 1976년 통조림 깻잎 반찬으로 시작했는데 이 제품은 지금도 판매 중이다. 처음 샘표에 왔을 때 많은 소비자들이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어 아쉬웠다. 제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전달하는 것이 큰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 시중에 출시한 제품들을 대대적으로 광고하며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HMR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맛에서만큼은 경쟁사에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음식은 결국 간이다. 샘표는 50년 넘게 음식 맛의 기본이 되는 다양한 장류를 만들어 온 기업이다. 그 누구보다 맛을 잘 낸다. 게다가 연구·개발(R&D)에 매년 큰돈을 쏟아붓는다. 전체 이익의 약 4%가 R&D에 투입된다. 경쟁사 평균인 1%를 크게 웃돈다. 맛과 관련한 기술력과 R&D 시너지가 HMR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앞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 독특한 맛의 카레 제품을 선보였다.
“티·아시아 키친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론칭한 것은 2019년이다. 팟타이와 같은 동남아시아 음식을 만드는데 사용할 수 있는 이색 소스류를 먼저 선보이면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때 HMR 제품 출시도 함께 준비했는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당초 예상했던 것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약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차별화된 맛을 구현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레시피는 인도와 태국 왕실에서 요리하고 있는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만들었다. 그래서 제품에 그들의 이름과 사진도 넣었다. R&D에도 꽤 긴 시간이 투입됐다. 일본 카레와 다르게 인도와 태국 카레는 크리미한 성분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상온 형태로 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R&D 인력이 몰입해 개발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올해 초 마침내 시장에 출시할 수 있었다.”

-출시 초기인데 시장 반응은 어떤가.
“태국이나 인도 카레를 꾸준히 찾는 마니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틈새시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런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제품을 출시했다. 그리고 현재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색다른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해 이색적인 맛의 ‘티·아시아 키친 커리’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계속해 티·아시아 키친을 통해 이색 HMR들을 선보이기로 결정했다.”

-어떤 제품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우선 티·아시아 키친 브랜드는 인도식 빵인 ‘난’과 인도식 요구르트 ‘라씨’의 출시가 확정됐다. 분말 형태로 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출시한 카레와 조합이 잘 맞는 제품들이다. 인도나 태국 전문점은 음식 값이 비싼 편인데 이런 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여러 메뉴들을 HMR로 만들어 출시할 것이다. 샘표나 폰타나 브랜드를 통해서도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된 맛의 제품들이 나올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