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號, 주가·순이익·총자산 모두 '1위'

지난해 9월 3연임이 확정된 후 첫 출근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지난해 9월 3연임이 확정된 후 첫 출근하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최고경영자(CEO)의 주된 역할은 뚜렷한 경영성과를 일궈 기업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특히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경우 주주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의 주가 상승을 이끌어내는 일도 CEO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다만 대표적인 규제산업이자 리스크 관리가 '금과옥조'로 여겨지는 은행산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CEO의 경영능력과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인식이 컸다. 정말 그럴까.

'실적+주가' 두토끼 잡은 윤종규 회장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KB금융은 5만8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4조1169억원으로 금융권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윤종규 회장이 지난 2015년부터 6년여 가량 이끌어 왔는데, 임기 초반 3년간은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장을 겸직했다. 직전 KB금융그룹 회장과 KB국민은행장 간 갈등이 격화된 데 따른 'KB사태' 수습 차원에서 내려진 이사회의 결정이었다.

2014년 말 윤 회장 취임 직후 KB금융의 경영은 빠른 안정세를 되찾았고, 2014년 말 3만6000원대였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윤 회장 임기동안 60%대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같은 주가 상승세는 윤 회장 임기 6년간의 경영성과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기간 KB금융의 순이익은 1조4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연 평균 25% 성장세를 나타냈고, 총자산 역시 308조원에서 610조원으로 16%의 연평균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비은행 부문에 대한 윤 회장의 적극적인 M&A(인수합병)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윤 회장은 회장 취임 직후 캐피탈을 시작으로 손해보험, 증권 등 대형 M&A를 잇따라 성사키며 'M&A 승부사'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와 함께 KB금융은 최근 수년간 은행권의 최대 악재로 등장했던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한발 비켜서며 '리스크 관리' 역량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 금융그룹 회장의 임기 중 경영성과]
구분순이익 추이총자산 추이(신탁자산 제외)임기 중 주가 추이
KB 윤종규 회장(임기 6년)1.4조 → 3.5조308조 → 610조3만6000원 → 5만8000원
신한 조용병 회장(임기 6년)2.2조 → 3.4조338조 → 605조4만4000원 → 4만1000원
하나 김정태 회장(임기 9년)1.2조 → 2.6조178조 → 460조3만50000원 → 4만6000원
출처 : 각사 사업보고서

김정태 회장 '무난'...조용병 회장 '글쎄'

윤종규 회장이 전 부문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면, 경쟁사인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윤 회장과 비슷한 시기인 2015년 신한은행장 임기를 시작한 조 회장은 2017년 신한금융 회장에 올라 총 6년 간의 CEO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신한지주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신한은행장 임기 직전 4만4000원대였던 주가는 20일 현재 4만1000원으로 8% 가량 하락했다. 줄곧 지켜온 대장주 자리도 KB금융에 빼앗겼다. 이날 기준 신한지주의 시가총액은 21조1800억원으로 KB금융에 비해 3조원 가량 뒤쳐진다.

이같은 주가 하락세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경영성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조 회장의 임기 중 순이익 증가세는 연 평균 9% 수준으로 KB금융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자산 증가세 역시 연간 기준 13%대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다만 신한금융의 경우 국내 은행권의 후발주자로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총자산 기준 금융그룹 3위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하나금융을 이끌어 왔다.

김 회장 선임 직후인 2011년을 기준으로 하나금융의 순이익과 총자산 증가율은 연평균 각각 16%, 17%를 나타냈다. 임기 중 주가 역시 3만5000원대에서 4만6000원대로 30% 가량 상승했다.

경쟁사 대비 임기가 길어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무난한 성적표라는 평가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산 규모 기준 4위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의 경우 손태승 회장의 임기가 우리은행장 포함 3년에 불과한데다, 지주사 전환 시기 역시 2년 여에 못미친다는 점에서 임기 중 경영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감이 없지 않다. 다만 지난해 그룹 순이익의 경우 대규모 펀드부실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년 대비 오히려 후퇴해 단기 성적표에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