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사로잡은 쿠키' 사상 최대 실적 낸 데브시스터즈
기약 없는 침체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던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견 게임사 ‘데브시스터즈’의 이야기다. 올 초만 해도 1만원대를 오가던 주가가 지난 3월 16만 1000원까지 치솟았다. 5월 들어 주가는 10만원대로 조정됐지만, 올 초보다 무려 10배 가량 뛰어오른 것이다.

데브시스터즈가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던 건 모바일 RPG게임 ‘쿠키런 : 킹덤’ 덕분이다. 올 초 출시한 ‘쿠키런 ;킹덤’이 대성공하면서 데브시스터즈의 올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0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3억원)에서 6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8억원으로 흑자 전환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쿠키런 : 킹덤’의 매출만 855억원이다.

1020 여심 사로잡은 쿠키런 킹덤
‘쿠키런 : 킹덤’의 탄생은 2013년 4월 출시된 ‘쿠키런 for Kakao’에서부터 출발한다. ‘쿠키런 for Kakao’의 개발이 한창이던 2012년 말만 해도 데브시스터즈는 폐업 위기에 놓일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회사의 재정이 여의치 않아 조직의 절반을 축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브시스터즈의 창업자인 이지훈 대표를 필두로, 팀원들은 향후 쿠키런 시리즈의 IP(지식재산권)를 만드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어려운 상황에서 출시한 ‘쿠키런 for kakao’이후에도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에 몰두했다. 2014년 ‘LINE Cookierun’로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렸다. 2016년에는 카카오와 라인을 벗어나 ‘쿠키런 : 오븐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직접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2019년까지 데브시스터즈는 영업손실 100~200억원대를 기록하며 5년째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쿠키 하나만 굽던 뚝심이 통했을까. 지난해 ‘쿠키런 : 오븐브레이크’가 성공하며 데브시스터즈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올 초 ‘쿠키런 : 킹덤’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데브시스터즈의 실적은 그야말로 급성장했다.

이와 같은 성공에는 데브시스터즈의 꾸준한 ‘쿠키 사랑’이 있었다. 데브시스터즈가 그간 출시한 게임들은 모두 쿠키런 IP를 활용한 것이다. 대신 게임의 장르는 다양화했다. 출시 초기만 해도 러닝 장르에 국한돼 있었지만, 전략 배틀 장르의 ‘쿠키워드’, 퍼즐 장르 ‘쿠키런 : 퍼즐월드’, SNG와 RPG를 결합한 SNRPG 장르의 ‘쿠키런 : 킹덤’으로 IP의 확장성을 입증했다.

기존 게임을 즐기는 유저층은 물론, 10~20대 여성까지 포섭했다는 점이 ‘쿠키런 : 킹덤’과 타 게임과의 타별점이다. 특히 쿠키런 세계관에 푹 빠진 MZ세대는 향후 기업들의 가장 큰 고객으로 꼽힌다. 이들의 '쿠키 사랑'은 다양한 2차, 3차 창작물들이 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쿠키 캐릭터들의 높은 인기를 기반으로 다양한 캐릭터 상품도 출시됐다. 유통 및 식품 기업들과 활발한 콜라보를 펼치기도 했다. 게임 개발 초기부터 출시까지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원화, 컨셉 아트와 함께 캐릭터들의 탄생 및 발전 과정이 담긴 ‘쿠키런 ; 킹덤 아트북’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무려 1만4000부에 이른다.

증권가는 데브시스터즈에 대해 1분기 실적에서 ‘쿠키런 : 킹덤’의 출시로 인건비와 마케팅비 지출이 반영됐기 때문에 향후 실적이 더욱 안정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 측은 “주요 라이브 게임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과 더불어 하반기 신작 출시를 통한 모멘텀으로 기업 가치의 비약적인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