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으로 하소연 하면 역효과…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사실’을 제시하며 설득해야

[경영 전략]
잘못된 리더의 생각,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김한솔의 경영 전략]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자연의 이치가 그렇다. 그리고 이건 조직도 마찬가지다. 윗사람인 리더의 행동을 보고 배워 아랫사람인 구성원들이 행동한다.

특히 조직이 ‘리더십’을 강조하는 이유는 아랫사람이 단순하게 윗사람의 행동만 따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업무에까지 큰 영향력을 주기 때문이다.

상위 리더의 순간적인 판단과 결정 하나 때문에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하루 혹은 1주일, 어떤 경우엔 1년 이상의 시간이 좌우되기도 한다.

그만큼 리더는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 다시 말해 ‘아랫물’로선 답답하기도 하다. 언제까지 위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만 할까.

그래서 생각해 본다.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아랫물을 위로 끌어올리는 ‘펌프’처럼 조직에서도 직원들이 리더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까. 또 ‘쓸모 있는 펌프’가 되려면 어떤 행동이 필요할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밝혀라

상위 리더의 결정 혹은 판단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대부분 직원들의 반응은 지시를 받은 대로 ‘그냥’ 하거나 뒤에서 ‘불평’하며 일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둘 다 썩 바람직하지는 않다.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직무 유기다. 뒤에서 불평만 하는 것은 어떤 변화도 일으키지 못하는 자기 위안일 뿐이다. 의견이 다르다면 그게 아무리 상사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본인의 생각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

이때 필요한 펌프는 ‘사실’이다. 감정적 투정이나 하소연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영업 조직의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리더인 팀장이 팀원들을 불러놓고 ‘찾아가는 영업의 중요성’을 외친다. 팀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라고 마냥 사무실에 앉아 대기할 수 없으니 거래가 없던 고객들에게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출을 늘리자”고 강조했다.

이런 팀장의 말에 당신은 납득할 수 없다. 대면 접촉이나 친분을 통한 영업은 소위 말하는 과거의 ‘올드’한 방식이다. 요즘에는 자료 중심의 전문성 측면에서 고객에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신은 생각한다. 이때 리더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감정적 대응은 쉽다. “팀장님, 그건 구시대적인 접근입니다”라고 내뱉으면 된다. 하지만 구성원의 대응이 쉬운 대응만큼 리더의 반응도 쉽다. “지금 뭐라고 했어”라는 호통이 돌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침묵하면 원하지 않는 행동을 영혼 없이 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하는 대응은 이렇다.

“팀장님 자주 만나 친분을 쌓는 것도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만 최근 거래량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방식을 분석해 보면 대면 미팅보다 사전에 충분한 자료 전달을 통한 맞춤 대응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한 최근 신규 거래처가 된 고객 중 60%가 우리 회사의 마케팅 자료를 먼저 접한 뒤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제 생각엔 대면 미팅도 좋지만 더욱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가. 이런 자료를 제시하면 리더가 즉각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구성원이 제시한 자료에 맞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한 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리더와 다른 생각을 ‘제대로’ 밝히는 방법이다.

대안을 제시할 때는 ‘Q·C·T’를 따져라

리더의 의견에 ‘반대’를 외쳤으면 그 뒤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하자고’라는 것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펌프가 ‘대안’이다.

대안을 제시할 때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조직이 지향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얼라인먼트’가 필요하다. 리더가 ‘대면 영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게 당장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구성원이 제시하는 대안이 현재의 매출보다 장기적 성장에 포커싱된 것이라면 채택되기 힘들다.

조직 방향과의 얼라인먼트를 판단할 때는 세 가지 관점을 따질 수 있다. 바로 ‘품질(Quality)’, ‘비용(Cost)’, ‘시간(Time)’이다.

회사가 품질(Q)을 중시하는 기조가 강하다면 아무리 돈이 들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를 만족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구매자라면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덥석 수락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비용(C)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회사의 현금 흐름이 좋지 않을 때다. 이럴 때는 아무리 새로운 것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또 당장 만족스러운 물건을 받을 수 없더라도 경제성을 최우선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시간(T)이 중요한 경우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적정 단가에 제공한다고 해도 3개월 후에나 납품이 가능한 업체가 있다면 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본인이 생각한 대안의 적정성을 판단해 보자. 회사의 운영 방향이 무엇이냐에 따라 본인의 아이디어가 대안이 될 수도, 뜬구름 잡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리더의 생각과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 ‘품질(Q) 관리 측면에서’, ‘비용(C) 절감을 고려할 때’, ‘빠른 대응(T)이 중요하기에’ 등의 근거를 제시하며 대안을 만들어 보자.

사람들은 대안을 떠올리고 나면 할 일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게 가끔 아주 큰 ‘화’를 부르곤 한다. 권한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많은 리더들은 자신의 힘을 ‘결정권’에서 찾는다. 일을 할지에 대한 여부와 또 누구에게 일하도록 할지 등을 정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리더들은 구성원이 대안을 제시하면 자신의 권한을 침범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런 염려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펌프가 ‘참여시키기’다. 쉽게 말해 결정은 ‘위’에서 하게끔 넘겨야 한다는 말이다.

방법은 쉽다. 질문하기다. 본인이 분석한 자료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품질(Q)·비용(C)·시간(T) 중에서 중요도를 잘못 생각하지 않았는지 등을 리더에게 묻는 것이다.

“제 생각은 이런데 팀장님은 어떻게 보세요”라는 식이다. 이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리더가 답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기 때문이다.

참여한다는 게 굳이 딴지를 걸거나 다른 의견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의 생각과 같아도 상관없다. 의도적으로 리더가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되게끔 해 주면 된다.

자기가 낸 아이디어인데 굳이 이렇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면 그 질문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직은 아이디어가 아닌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좋든 싫든 리더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다시 말해 리더의 지지를 받아내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참여시키기가 중요하다.

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게 하는 펌프에 빗대 조직에서 ‘아래’의 위치에 있는 구성원이 ‘위’에 있는 리더를 움직이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알아봤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기억하자. 인위적 개발은 자칫하다가는 난개발이 되는 위험이 있다. 의도하지 않은 환경 오염이 생길 수도 있다. 조직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라도 조심스럽고 세련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