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사가 게임을 출시했다고?” 한진 조현민의 이색 경영
한진이 모바일 택배게임 ‘택배왕 아일랜드’를 정식 출시했다. 그간 물류 업계의 신사업은 타 기업의 배송 인프라를 도맡는 것이 주류를 이뤘다. 게임 출시는 업계에서는 최초의 일이다.

한진의 ‘택배왕 아일랜드’는 대표적인 택배 프로세스인 분류, 상차, 배송을 모티브로 한 미니게임 3종을 플레이하는 3D형태의 캐주얼 아케이드 게임이다. 한진 측은 “언택트 시대에 라스트마일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택배사가 고객에게 재미있고 스마트한 택배/물류의 경험을 제공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게임 출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출시한 지 아직 한 달이 안됐지만, 유저들 사이에서는 ‘택배의 배송 시스템을 이해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악당의 방해를 뚫고 ‘한진택배 히어로즈’가 무사히 배송을 마치는 과정이 유저들이 흥미를 자극한다.

조현민 부사장의 ‘게임 마케팅’ 첫 작품

한진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택배왕 아일랜드’가 택배/물류에 대한 고객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회공헌에도 게임을 활용한다. 게임 내 광고 유치를 통해 얻는 수익금을 택배 기사의 근로환경 개선에 사용해 택배 종사자와 상생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택배왕 아일랜드’는 지난해 12월 단행한 임원 인사에서 한진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현민 부사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조 부사장은 올해부터 한진에서 미래성장전략과 마케팅을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은 과거에도 게임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조 부사장이 대한항공 전무로 재직하던 2010년 대한항공은 온게임넷 스타크래프트 리그 공식 스폰서를 맡았는데, 여기에 조 부사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 열렸던 스타크래프트 리그 결승전은 게임팬들의 기억 속에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조 부사장은 계열사인 진에어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e스포츠팀을 창단해 꾸준히 e스포츠 리그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 ‘택배왕 아일랜드’ 출시도 게임과 물류를 접목하면서 그간 물류 업계가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으로 택배 물량이 증가한 상황에서, 고객들이 게임을 통해 택배 시스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진은 향후 게임 내 세계관을 컨테이너 항만, 공항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택배왕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물류업계의 문화 아이콘인 新로지테인먼트(Logistics + Entertainment)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