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CIR(영업이익경비율), 신한·하나 이어 세번째

'규모의 경제' 균열…카카오뱅크, 경영효율성 '탑 3'
그동안 은행의 경영효율성은 자산 규모의 증가세와 함께 비례해 높아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은행산업의 불문률처럼 여겨져왔던 것.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성장 스토리는 전통적인 금융 생태계를 뿌리채 흔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4대은행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4대 시중은행'으로 불리며 국내 금융시장의 전통강자로 군림해 왔다. 이들 4대 은행을 자회사로 둔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소위 '4대 천왕'이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의 4대 은행 체제는 20여년의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됐다. 지난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소위 '조상제한서'(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로 불리는 5개 대형 은행의 경쟁 구도였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줄줄이 후발 주자에 매각되는 비운을 맞았다.

당시 조흥은행은 지금의 신한은행이, 상업·한일은행은 우리은행이, 서울은행은 하나은행으로 각각 M&A(인수합병)됐다. 제일은행의 경우 외국계인 SC(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인수돼 그나마 '제일'이라는 명맥은 유지하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옛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리딩뱅크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에도 4대 은행은 중소형 부실 은행들을 잇따라 인수했으며, 지난 2012년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로 지금의 4대 은행의 진용이 짜여졌다.

특히 IMF 사태는 은행산업 내 '규모의 경제'의 당위성을 강화시키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는데,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국내에도 글로벌 수준의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금융계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되며 노동계와의 극렬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덩치 키우면 효율성도 제고? "글쎄"

사실 당시의 메가뱅크론, 즉 은행간 M&A는 IMF 사태가 반면교사로 작용한 측면이 컸다. 급격한 외화유출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핵심 원인을 시중은행의 취약한 기초 체력에서 찾은 탓이다. 은행의 자산 규모를 키우면 자연스레 경영효율성이 제고되는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메가뱅크론의 기저에 깔려 있던 셈이다.

실제 2000년대 들어 이들 4대 은행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총자산에 비례해 성장해 온 게 사실이다. 은행간 M&A는 곧 전국적인 네트워크 확장과 함께 대규모 인력 확충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진화를 등에 업은 카카오뱅크(카뱅)의 성장세는 기존 금융 생태계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4대 은행 및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우리의 경쟁상대는 은행이 아닌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오히려 기존 은행들은 비대해진 덩치가 경영효율성을 갉아먹으면서 영업점 축소 및 인력 감축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뱅의 경영효율성 지표인 CIR(영업이익경비율)은 출범 3년만에 시중은행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개선됐다. CIR은 영업이익 대비 어느 정도를 인건비, 전산비 등의 판매관리비로 지출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경영 효율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말 기준 카뱅의 CIR은 51%로 신한은행(48%), 하나은행(48%)에 이어 탑3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기간 국민은행(53%), 우리은행(60%)은 물론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66%), 한국씨티은행(64%)에 비해 크게 양호한 수준이다.

특히 카뱅의 CIR은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2017년 첫해 이후 2018년 104%, 2019년 75%, 2020년 51%로 급격한 개선 추이를 보인다는 점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우 여전히 300%를 넘어서며 3년째 '손해보는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과도 대비된다. 이는 카카오라는 강력한 모객 플랫폼과 함께 '무(無) 점포'라는 경비절감 효과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말 기준 카뱅의 임직원은 913명으로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1만7810명)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총자산의 경우 국민은행이 422조원, 카뱅이 27조원으로 압도적 격차지만, 직원 1인당 총자산은 카뱅이 294억원으로 국민은행(266억원)을 상회하는 생산성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생산성 지표인 1인당 총자산은 하나은행이 32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326억원)과 카뱅이 그 뒤를 이었다.

공인호 기자 ba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