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특징인 멀티 페르소나, 디지털 네이티브까지 충족
에스파(aespa), 제페토(아바타 서비스). 로블록스(게임 플랫폼) 세 가지의 공통점은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자신을 대리할 수 있는 개체인 아바타가 활동할 수 있는 가상현실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웹상의 세계를 현실 세계와 공존하게 만드는 방법론으로 기존의 가상현실(Virtual reality)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가상현실은 말 그대로 가상의 세계에 구현된 세계가 현실과 별도로 존재했다면 메타버스는 가상현실에서 얻은 수익이 현실의 수익으로 이어지거나, 내부 유저와 자유롭게 사회·문화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다. 콘텐츠 시장 강타한 메타버스…이유 있는 성장메타버스는 이미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네이버제트(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는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제페토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새로운 커뮤니티의 장이 됐다. 자신을 대신해 아바타가 현실과 유사한 가상현실에서 실제로 다른 유저와 소통하고 사회생활을 한다.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공간에서 거의 제약 없이 현실과 비슷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한강을 산책할 수도 있고, 자신만의 뮤직 비디오를 제작할 수도 있다. 이렇듯 유저의 활동에 입체적인 자유도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가상현실과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아바타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은 MZ세대의 특징인 ‘멀티 페르소나’와도 일치한다. 제페토를 이용하고 있는 10대 이용자 박 모씨는 “친구들과 아바타 아이템을 추천해주거나 현실의 만남이 어려울 경우 제페토 안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고 말했다.
메타버스의 또 다른 기능은 경제활동의 재현이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게임 내 모든 거래를 ‘로벅스’라는 화폐로 지원한다. 로블록스 내에서는 게임을 제작하거나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도록 세계관을 구축했다. 아이템이 판매될 경우 실제로 유저가 그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제페토 역시 ‘젬’이라는 자체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며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팔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의 성장을 위해서는 자금 세탁이나 신뢰도 문제에 따른 리스크 해결이 필요했다. 메타버스의 대두와 함께 주요 결제 수단인 암호화폐의 가치도 재평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나 대신 아바타가 듣는 채용설명회부터 축제까지
메타버스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LG이노텍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채용설명회를 열지 못하게 되자 기존 채용설명회를 그대로 가상공간으로 옮겨왔다. 온라인 가상공간 플랫폼 게더타운(gather town)을 활용한 업계 최초의 메타버스 채용 설명회다. 400여명의 취준생과 20명의 인사담당자, 현업 실무자가 LG이노텍 본사 1층을 재현한 가상공간에 모였다.
취준생은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기존 온라인 설명회와의 차이점은 모든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인사 담당자나 선배사원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사내 카페를 그대로 구현한 휴게공간에서 참여자들끼리 대화도 가능했다.
LG이노텍 인사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가 불가해 화상 등 온라인 채용 설명회를 진행하며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느꼈다”며 “메타버스는 MZ 세대에 친숙한 방식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강점을 결합해 비대면으로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라고 말했다.
건국대, 숭실대가 기획한 메타버스 축제도 눈길을 끈다. 캠퍼스를 자세하게 구현한 가상현실에서 전시나 행사를 감상할 수 있는 비대면 축제다. 서로의 아바타가 마주치면 대화도 할 수 있고 이벤트에 참여해서 받은 사이버 머니로 아바타를 꾸밀 수도 있다. 축제에 참가한 건국대 학생 김 모씨는 “비대면 행사는 항상 한계가 있거나 형식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건국대를 위한 메타버스 세계관을 구축하고 학생들이 이끌어나가는 축제의 방식으로 접근하니 색다른 것 같다”며 참여 소감을 밝혔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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