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A to Z]

관점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번 상승장의 시작을 2020년 10월 21일로 본다. 1만2500달러 아래에서 장기간 횡보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을 기점으로 1만3000달러를 돌파했고 이후 빠르게 상승해 보름 뒤인 11월 5일 1만5000달러를 넘으며 상승장의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2021년 4월 비트코인(BTC) 가격은 6만4899달러까지 상승해 최고점을 찍고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어 6월 초순인 지금은 약 4만~5만 달러를 오가고 있다. 그동안 알트코인들은 적게는 몇 배에서 많게는 수십, 수백 배까지 상승하며 시장에 광기를 불러왔다가 비트코인의 하락과 함께 큰 조정을 겪고 있다.

현재 겪고 있는 하락에 대해 잠시 지나가는 조정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큰 상승과 광기를 봤기 때문인지 전체 시장이 장기 하락장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어느 지점에 와 있고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개인적 경험과 직관·차트 등 여러 측면에서 제시될 수 있겠지만 온체인 지표를 기준으로 현재 상태를 진단해 본다.
비트코인, 잠시 지나가는 조정인가 장기 하락인가…온체인 지표로 분석해 보니[비트코인 A to Z]
SOPR, 1보다 큰 상태 ‘끝이 아니다’

SOPR(Spent Output Profit Ratio)은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한 코인이 전송됐을 때 그 코인이 바로 직전에 전송된 시점의 가격과 전송이 이뤄졌을 때 가격의 비율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비트코인이 2만 달러일 때 1BTC를 받고 이를 4만 달러일 때 B라는 사람에게 보낸다면 SOPR은 ‘4만÷2만=2.0’이 된다. SOPR이 1보다 커질수록 BTC 보유자들이 더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는 의미이고 1일 때는 수익도 손해도 없는 본전을, 1보다 아래일 때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과거 SOPR을 보면 상승장에서는 1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했고 상승장이 하락장으로 바뀌면 1 아래로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왔다. 2017년에도 이러한 특징을 그대로 따르는데 여기서 구체적으로 더 살펴보면 2017년의 SOPR은 상승과 조정을 반복하면서 진폭이 점차 커지는 패턴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시간이 지날수록 BTC 시장이 안겨주는 수익이 늘어났고 그러다가 12월이 되자 갑작스레 버블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2020년 10월 이후 지금까지 SOPR 패턴은 2017년과 사뭇 다르다. 진폭을 점차 키워 간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2021년 1월 최고점을 찍고 그 이후부터 진폭을 감소시키는 모습으로 진행돼 왔다. 우리가 체감하기에도 시장 초기에는 비트코인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점차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에 대한 기대가 더 커져 가고 있다. 그러나 SOPR은 여전히 1보다 큰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장이 끝났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하나의 가설을 제기해 보자. 2021년 1월 상승이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급격했고 그래서 지금은 이 과열된 시장을 식히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1월의 상승은 이상값(outlier)이고 전체 상승 흐름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이 담금질이 끝나면 시장의 상승과 함께 SOPR도 다시 상승할 것이다.

이 가설이 검증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암호화폐 강세장이 펼쳐지는 6~7월까지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 NUPL(Net Unrealized Profit/Loss)은 시장의 광기를 잘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를 자세히 설명하면 지나치게 복잡해질 수 있어 일단 NUPL이 높아지면 시장은 광기에 가까워지고 낮아지면 공포에 가까워진다는 정도만 알고 넘어가자.

일반적으로 온체인 지표에서는 NUPL이 0 이하면 ‘포기(빨강)’, 0~0.25는 ‘희망-공포(주황)’, 0.25~0.5는 ‘낙관-염려(노랑)’, 0.5~0.75는 ‘믿음-부정(초록)’, 0.75 이상은 ‘환희-욕망(파랑)’ 단계라고 정의한다.

2017년 상승장에서 NUPL은 믿음-부정 단계인 0.5~0.75를 유지하다가 12월 환희-욕망 단계에 진입한 뒤 곧바로 상승장이 마감됐다. 하지만 이번 상승장에서는 아직 환희 단계는커녕 믿음 단계의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 다시 말해 시장은 아직 충분한 광기를 겪지 않았고 버블이 터지기 직전까지 갔었지만 버블이 터질 정도로 과열되지는 않았다.

단기 투자자를 중심으로 본 NUPL은 또다른 통찰력을 제공한다. 2017년 이들은 기대와 낙관의 범위에 머물러있다가 상승장이 마감되기 직전 초록색으로 표시된 믿음-부정 단계에 진입했다. 즉, 다수의 단기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수익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다. 이런 경우 우리 피부에 와 닿는 현상은 암호화폐에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이 알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것이다.

2012년 이후 단기 투자자의 NUPL이 믿음-부정 단계로 진입했던 적은 2013년 3월, 2014년 11월, 2017년 12월로 단 세 번뿐이었고 모두 그 이후 큰 하락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장에서 단기 보유자의 NUPL은 아직 믿음 단계에 진입한 적이 없고 현재는 낙관 단계 수준이다. 따라서 이 지표에서도 아직 상승장은 끝나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비트코인, 잠시 지나가는 조정인가 장기 하락인가…온체인 지표로 분석해 보니[비트코인 A to Z]
MVRV(Market Value to Realized Value)는 코인이 블록체인에서 이동한 시점에서 목격된 가격의 평균과 현재 시가 총액의 비율이다. MVRV가 높다는 것은 비트코인의 현재 거래 가격이 투자자들에게 체감되는 가격보다 높다는 뜻으로 고평가됐다고 볼 수 있다. MVRV를 단기투자자에 초점을 맞춰 보면 과거 고점에서는 모두 2.0 이상을 기록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큰 상승장에서 중간중간 조정을 겪을 때마다 1.0 이하로 내려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상승장에서는 2020년 9월 이후 처음으로 단기 투자자의 MVRV가 1.0 이하로 내려왔지만 그 최대 수치는 올해 1월의 1.77로 2.0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이 또한 앞의 결론과 비슷하게 과열된 적은 있었지만 버블이 터질 정도는 아니었고 앞으로 상승장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결론을 제공한다.

새로운 출발선에 서다

온체인 지표들은 모두 비트코인이 상승장을 이어 나갈 여력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한국 시장과 암호화폐 커뮤니티에 비관론이 퍼져 나가고 있는 현실과 사뭇 다르다. 그 원인은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을 투자한다는 점, 커뮤니티 여론의 상당 부분을 단기 투자자들이 주도한다는 점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상황은 단기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이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아직 시장에 추가적으로 유동성이 들어올 여지도 많이 남아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과거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상승장의 버블이 터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트리거는 단기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익을 얻는 것이다. 올해 초 이 조건을 만족할 뻔한 위기가 잠깐 있었지만 시장은 이를 무사히 넘겼고 시장이 충분히 식은 지금 우리는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채굴자들이 수력 발전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여름은 전통적으로 암호화폐의 성수기다. 현재 중국 채굴자들은 내몽골과 신장 등지에서 쓰촨성으로 이주하고 있고 그 때문에 일시적으로 채굴 해시가 하락했다. 하지만 6월 초 이주가 거의 완료되고 6월 중순 비트코인의 업그레이드인 탭루트(Taproot)가 결정되면 비트코인은 새로운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팍스 및 한성대 온체인 데이터 분석 랩(HOD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