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과는 ‘비즈니스’”…미국 내에선 화웨이 ‘숨통 끊기’

[글로벌 현장]
바이든, 트럼프보다 더 세게 ‘중국 포위망’ 굳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포위망’을 굳히고 있다. 아시아·유럽 동맹과의 결속을 다지면서다. 지난 4월 일본, 5월 한국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 이어 6월 유럽 순방 중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 견제 전선’을 공고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까지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이에 반해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전략적 라이벌인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보다 훨씬 세게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NATO, 72년 만에 중국에 ‘화살’

러시아(구 소련)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 NATO가 72년 만에 아시아 국가인 중국에 화살을 겨눈 게 대표적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NATO 30개국 정상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6월 14일(현지 시간) 정상회의를 연 뒤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와 동맹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 정책에 대한 공동 대처를 약속했다. 특히 “(중국이) NATO 조약에 명시된 근본 가치와 대조되는 강압 정책을 펴고 있다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는 ‘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중국의 도전을 보다 체계적·전략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일본·호주·뉴질랜드·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과의 협력 방침도 분명히 했다. 중국·러시아와의 ‘우주전’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해 NATO의 공동 방위망을 우주로까지 확대했다.

NATO가 공동 성명에서 중국의 안보 위협을 공식 거론한 것은 1949년 창립 후 처음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펴 온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영국 콘월에서 6월 13일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을 몰아붙였다. G7 정상은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서 중국에 신장 자치구 주민에 대한 인권 존중, 홍콩에 대한 고도의 자치 허용,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촉구했다. 중국이 ‘내정’으로 여기는 이슈를 모두 건드린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저해하는 ‘중국의 비시장(non-market) 정책과 관행’도 문제 삼았다. 중국의 세력 팽창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에 맞서기 위한 G7 차원의 인프라 펀드인 ‘더 나은 세계 재건(B3W : Build Back Better World)’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바이든, 트럼프보다 더 세게 ‘중국 포위망’ 굳혔다
이탈리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참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중국은 다자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민주주의 진영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전제 국가”라고 각을 세웠다.

G7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재조사도 요구했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의 실험실에서 유출됐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G7이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 중국 인권과 민주주의, 대만 문제 등을 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후 기자 회견에서 이번 회의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17년간 이어진 미·EU 항공기 보조금 분쟁도 끝내기로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미·EU 정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6월 15일 열린 정상회의에서 항공기 보조금 분쟁과 관련해 5년간 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합의 조건이 유지되는 한 ‘관세 유예’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동맹 가운데 하나(EU)와 싸우는 대신 공동의 위협에 맞서 단합할 것”이라며 “중국의 비시장 관행에 공동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중국 기업에 불공정한 이득을 주던 이 분야(항공기 시장)에서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에 맞서고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2004년부터 보잉과 에어버스의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여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75억 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고 EU는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40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맞서 왔다. 이번에 이 같은 관세 분쟁을 해소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과 EU는 또 다른 무역 갈등인 철강·알루미늄 관세 분쟁도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로 했다.

중국은 반발…동맹국은 온도 차 보여

미국이 G7과 NATO에서 중국에 대한 강경 기조를 주도하며 성과를 냈지만 동맹국들이 100% 미국과 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후 “G7은 중국에 적대적인 클럽이 아니다”며 “중국은 (국제 무역) 규칙을 충실히 따라 줬으면 하는 경제 분야의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NATO 정상회의 후 “누구도 중국과 신냉전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문제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 둬야 한다”며 균형 있는 접근을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이 미국과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G7 및 NATO 정상회의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G7이 정상회의에서 대만 문제를 공식 언급한 직후인 6월 15일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28대의 군용기를 투입해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무력시위에는 J-16 전투기 14대, J-11 전투기 6대, H-6 폭격기 4대, KJ-500 조기경보기 2대, Y-8 전자전기 1대, Y-8 대잠기 1대가 동원됐다. 중국 군용기들은 대만 섬을 포위하듯이 남쪽에서 반 바퀴 돈 뒤 기수를 돌려 왔던 경로로 돌아갔다. 양녠주 전 대만 국방부장은 대만 중앙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주권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NATO 공동 성명에 대해 6월 15일 “우리는 누구에게도 구조적 도전을 하지 않겠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구조적 도전을 한다면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종일관 방어적인 국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ATO 30개국의 올해 국방비 총액은 1조1700억 달러로 올해 중국 국방 예산 2090억 달러의 5.6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NATO가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영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G7 정상회의에 대해 “작은 그룹의 국가들이 글로벌 결정을 지시하는 시기는 오래전에 지났다”며 “작은 집단이나 정치 블록의 이익을 위한 것은 사이비 다자주의”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도 ‘중국 옥죄기’를 이어 가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6월 17일 미국 시장에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업체의 장비 승인을 전면 금지하는 예비 판정을 내렸다. 이번 규제 대상은 FCC가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정한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ZTE, 감시 장비 업체 하이크비전·다화, 무전기 제조회사 하이테라 등 5개 중국 기업이고 그중 핵심 타깃은 세계 통신 장비 시장의 최강자인 화웨이다.

FCC는 지난해 화웨이와 ZTE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정해 미국 기업이 연방 정부 보조금으로 이들 기업의 통신 장비를 구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같은 규제를 ‘정부 돈’이 들어가지 않는 통신 장비 투자에까지 확대 적용하고 기존에 이뤄진 장비 승인도 철회할 수 있도록한 게 이번 FCC 결정의 핵심이다. 미국 내에서 중국 기업의 통신 장비 사용을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FCC는 여론 수렴을 거쳐 조만간 최종 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는 예비 판정 때와 마찬가지로 최종 판정에서도 FCC 위원들이 만장일치로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불편한 관계’를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6월 16일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 회견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 기자가 시 주석을 ‘오랜 친구’라고 표현하자 정색하고 “우린 서로 잘 알지만 오랜 친구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과의 관계는) 순전히 비즈니스일 뿐”이라고 했다.

워싱턴=주용석 한국경제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