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세그윗 업그레이드 이후 처음…디파이 생태계 확대 가능성에 주목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4년 만에 대규모 업그레이드…분산 금융 역할 더 커진다[비트코인 A to Z]
2017년 진행됐던 세그윗(segwit) 업그레이드 이후 비트코인이 오는 11월 4년 만에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앞두고 있다. 세그윗은 세그리게이티드(segregated)와 위트니스(witness)의 합성어로 ‘분리된 증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세그윗은 생성된 블록의 트랜잭션을 계산할 때 속해 있는 서명을 분리하게 되고 이는 거래 내역에 그만큼의 용량을 더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개의 블록이 1MB로 제한돼 있는 비트코인의 특성상 서명을 분리함으로써 블록당 처리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4년 만의 업그레이드

11월 중 예정돼 있는 이번 업그레이드는 탭루트(taproot)라고 불리며 비트코인 보유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업그레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탭루트는 ‘곧은 뿌리’라는 말뜻처럼 슈노르(Schnorr) 서명, MAST(Merkelized Abstract Syntax Trees : 머클 추상화 구문트리) 등 굵직한 사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프라이버시와 효율성 증대, 스마트 콘트랙트(소프트웨어 프로토콜로 미리 프로그래밍한 조건을 등록하고 이를 만족시키면 계약이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기술)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슈노르 서명 방식은 기존의 타원 곡선 전자 서명 알고리즘(ECDSA : Elliptic Curve Digital Signature Algorithm) 방식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슈노르 서명 방식은 1989년 독일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인 클라우스 슈노르(Claus Schnorr)에 의해 발안된 서명 방식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됐던 2009년 당시 사토시 나카모토는 ECDSA 방식을 적용했다. 당시 더욱 널리 쓰이던 방식이기도 했거니와 슈노르 방식의 특허가 2008년 만료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기존 ECDSA 방식의 특징 중 하나인 다중 서명은 트랜잭션의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추적이 용이해져 프라이버시가 취약해지고 거래 속도에 영향을 준다는 단점이 지적돼 왔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블록에서 거래 데이터와 서명 데이터를 분리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블록 크기를 늘리는 세그윗 기술이 2017년 적용됐던 업그레이드였다.

반면 슈노르 서명 방식을 사용하면 공동 공개 키를 생성해 하나의 서명으로 공동 서명할 수 있다. 세그윗 기술의 연장선상에 있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슈노르 서명 방식을 도입해 블록 크기 제한의 변경 없이 효율성 증가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슈노르 서명 방식은 MAST 기술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게 한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는 단순한 송금 작업뿐만 아니라 스크립트를 활용해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존 방식에서는 스크립트에 기능을 많이 부여할수록 기능 자체를 실행하는 데 드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스크립트에 나열된 조건이라면 모두 검증하던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적용될 MAST는 비트코인 스크립트에서 해시 값을 추출하는 별도의 자료 구조다. 이는 모든 조건을 직접 실행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먼저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세그윗 업그레이드에 MAST만 독립적으로 적용하게 된다면 기존의 방식보다 효율성이 개선되지만 여전히 다수의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 반면 슈노르 서명 방식을 적용한 후의 MAST 구조를 살펴보면 서명이 온체인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 머클트리의 전반적인 구조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게 된다. 또한 1번의 서명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고 그에 따라 속도 개선과 효율성 증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본래 공개형 블록체인인 비트코인의 특징에 따라 라이트닝 채널에서 비공개 거래를 하더라도 라이트닝 채널을 거쳐 갔다는 흔적이 외부에 공개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트닝 채널을 만들 때 들어간 스크립트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적용되는 스크립트 기능을 사용하면 사용자의 모든 스크립트 중 하나만 공개하면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크립트를 숨길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사용자의 프라이버시가 더욱 강화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4년 만에 대규모 업그레이드…분산 금융 역할 더 커진다[비트코인 A to Z]





디파이 생태계 주도 또는 확장

슈노르 서명 방식과 MAST의 도입에 따라 비트코인에서도 보다 효율적이고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기술의 결합에 따라 궁극적인 결과는 비트코인 기반의 스마트 콘트랙트 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콘트랙트는 양측의 계약 조건을 코드에 직접 작성해 중개자의 필요성을 줄이는 자체 실행 계약이다.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댑(DApp :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과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 등의 구현이 보다 용이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식 승인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 적용이 11월로 예정된 이유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50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이더리움 주도의 디파이 생태계를 비트코인이 대체하게 될지, 비트코인 기반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조성해 전체 디파이 생태계가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비트코인 기반의 스마트 콘트랙트가 늘어나면 디파이 생태계 내 비트코인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비트코인 기반의 다양한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번 업그레이드 이후 향후 디파이와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팍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