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르는 정년 연장
정년 연장 갈등 본질은 노동 시장 이중 구조 문제
정년 연장을 노동 복지 개혁 기회로 삼아야

[경제 돋보기]
정년 연장의 정치 뒤 숨은 꼼수를 보라[경제 돋보기]
한국은 공무원과 대기업 노조 조합원 등 노동자의 10%만 60세 정년을 채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보통 노동자는 50세에 회사를 퇴직하고 자영업이나 단순 노무직으로 일하다가 70세가 넘어 은퇴한다. 정년보다 10년 빨리 회사를, 10년 늦게 노동 시장을 떠나 정년이 무색한 원인은 법의 미비에 있지 않다.

정부가 2016년 정년 연장을 57세에서 60세로 의무화하면서 성장률이 올라가고 국민연금의 적자가 준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로 성장이 둔화되고 연금의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청년 일자리가 줄고 고령화가 빈곤화됐다.

다른 나라의 경험을 보면 정년 연장의 성공에는 조건이 있다. 정년 연장이 기득권 연장으로 되지 않게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정년을 연장했지만 노조가 임금 피크제와 같은 최소한의 기득권을 줄이는 대책마저 반대했다. 정치권은 노조의 압력과 선거를 의식해 제도 개혁을 외면하고 정년만 연장했다.

대선이 다가오자 정년 연장을 둘러싼 꼼수가 재현되고 있다. 현대차노조는 정년 연장을 청와대에 청원했다. 그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과 부산의 시장 보궐 선거를 앞둔 올해 2월 정년 연장이라는 말은 피했지만 고용 연장 검토를 지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계속 고용을 들고나와 문 정권이 끝난 2022년부터 시행하자고 했다. 고용 연장이든 계속 고용이든 정년 연장의 편법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과보호하는 제도를 개혁하자는 말은 하지도 않는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계속 고용은 문 정권이 그토록 미워하는 일본의 제도다. 핵심은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고용 연장의 의무를 부과하되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중 선택하면 정부가 지원금을 준다. 일본은 계속 고용 제도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 부채가 증가하며 저임금 노동자만 늘었다. 종신 고용과 호봉제 급여 체계를 개혁하지 못하고 계속 고용으로 정년만 연장한 결과였다.

정년 연장과 연금 개혁은 세계 각국의 공통 과제다. 정년 연장이 기득권 연장으로 된 나라는 재정 악화와 함께 쇠락했다. 반면 정년 연장을 노동 개혁과 복지 개혁의 기회로 삼은 나라는 경제가 성장하고 실업이 줄고 재정이 건전해졌다. 한국의 진보 진영이 선망하는 스웨덴 등 북부 유럽이 그랬다. 스웨덴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로 일본(28%)보다 낮은데 한국도 2025년께 20%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위기를 스웨덴은 정면 돌파했다. 첫째, 법적 정년을 아예 폐지했다. 정년은 연령 차별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정년 연장이 아닌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정년과 은퇴의 차이가 사라졌다. 둘째, 은퇴와 연금 수령 시기를 일치시키고 개인이 시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것은 생산 인구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 왔다. 셋째, 빨리 은퇴하면 연금 액수가 적어지고 늦게 은퇴하면 많아지도록 했다. 그 결과 국가 재정이 건전해졌다.

내년 대선에서 정년 연장은 핫이슈가 될 것이다. 사회 주류인 586세대가 고령화되고 청년은 고실업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정년 연장 갈등의 본질은 세대 문제가 아니라 기득권을 누리는 10%와 소외된 90%로 나눠진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다. 편법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측은 필패하고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측은 승리할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