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메뚜기 떼처럼 싼 지역으로 이동…호재 등 판단 필수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매주 바뀌는 집값 상승률 1위 지역, 싸다고 덜컥 매수하면 발목 잡힌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집값 상승세가 무서울 정도로 거침이 없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전월 대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1.89%다. 2006년 12월 이후 최대 폭의 상승세다. 6월만 오른 것이 아니다. 올해 들어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요동치고 있다.

증시 이어 주택 시장에도 등장한 ‘순환매’

올 들어 어느 지역의 집값이 많이 오르고 있을까. 올해 3월 이후 전국 아파트 주간 단위 상승률을 보면 가장 많이 오르는 지역이 매주 바뀌고 있다. 월요일 기준으로 3월 첫 주에는 안산 단원구가 1등을 차지하더니 2주 차에는 고양 덕양구, 3주 차에는 수원 권선구, 4주 차에는 인천 연수구, 5주 차에는 인천 계양구 등이 1위를 차지했다.

4월에도 순위 변동은 계속됐다. 4월 첫 주는 동두천이 1위를 차지하더니 2~3주 차에는 시흥이 1위가 됐다. 한 지역이 연속 2주 1위를 차지한 것은 올해 3월 이후로는 시흥이 유일하다. 4주 차에는 안산 단원구가 1위에 올랐다.

5월에는 1위 자리가 동두천→안산 단원구→인천 부평구→인천 동구→인천 부평구로 매주 바뀌었다. 6월에는 동두천→평택→안성 등이 각각 1위를 했다.

올해 3월부터 17주일 동안 시흥을 제외하고는 연속으로 1위를 차지한 지역이 없을 만큼 자리 바뀜이 매우 활발한 모습이다. 한마디로 증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순환매’가 주택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위 지역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수도권 지역이라는 점이다. 올해 들어 지방 집값 상승세도 가파르지만 여전히 수도권의 상승률은 지방의 두 배 정도다.

둘째는 저가 지역이라는 점이다. 3월 이후 1위를 차지한 지역은 수도권 평균 집값보다 낮은 지역이다. 특히 6월 들어 주간 상승률 1위를 차지했던 안성·동두천·평택 등은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싼 편에 속하는 곳이다. 수도권 평균 집값을 낮은 순으로 보면 안성이 1위, 동두천이 2위, 평택이 4위다.

그러면 저가 지역이 많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저가 지역에는 입지가 좋은 곳이 거의 없다. 입지가 좋은 곳은 주택 수요가 이미 몰려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 결국 저가 지역은 상대적으로 교통 등 집값 상승 재료가 부족해 주택 수요가 적은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소위 키높이 맞추기다. 그동안 입지가 좋은 지역의 집값이 너무 올라 상대적으로 싼 지역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요가 몰리고 있는 평택이나 안성 지역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도권에서 집값이 가장 덜 오른 1위와 3위 지역이다. 특히 평택은 현 정부 출범 후 수도권에서 집값이 하락한 유일한 지역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 설득력 있는 분석은 정부의 부동산세제, 특히 취득세제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제 지역에서 2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주택 한 채를 더 살 경우 주택 규모에 따라 12.4~13.4%의 취득세를 내야 한다.

그런데 기준 시가(공시가)가 1억원 이하인 주택을 취득하면 기존 주택과 관계없이 1.1%의 취득세(국민주택 규모 이하)만 내면 된다. 예를 들어 같은 2억원이라도 공시가가 1억원인 주택을 취득하면 취득세는 110만원만 내면 된다.

반면 공시가가 1억원에서 10원이라도 넘는다면 취득세는 2480만원이 된다. 취득 원가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 다주택자들은 공시가가 1억원 이하인 매물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매물은 집값이 가장 싼 지역에 많아 이들 지역의 상승률을 부추겼다. 한마디로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가 시장에서 쏠림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매주 바뀌는 집값 상승률 1위 지역, 싸다고 덜컥 매수하면 발목 잡힌다[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수도권 저가 지역, 수요 몰리며 장점 사라진다

수도권 저가 지역의 주택을 지금이라도 사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해당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이유는 집값이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요가 몰리며 집값이 오르니 이들 지역의 유일한 장점인 ‘싸다’는 특징이 사라지게 된다.

집값이 오르면 거짓말처럼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 집을 사 줄 사람이 없게 된다. 투자자들은 메뚜기 떼처럼 저가 매물이 많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이에 따라 상승 지역이 최근 매주 바뀐 것이다.

주택 시장이 주식 투자와 다른 점은 투자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주식은 세금을 포함한 거래 비용이 적어 오전에 사 오후에 팔아도 된다. 하지만 주택은 사는 순간 취득세와 등기 비용이 들어가고 사고팔 때 중개 수수료가 발생한다.

더욱이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이라면 양도 차익의 77%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1년 이상~2년 미만도 66%가 세금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주택 투자는 2년 이상 보유를 전제로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2년 후 시장 상황이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택과 주식 투자는 쌀 때 사 비쌀 때 파는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주택에는 상당한 세금이 부과돼 취득·보유·양도·세금 납부까지의 긴 사이클을 하나의 단위로 생각해 판단해야 한다. 지금 싸다고 덜컥 사 놓으면 2년 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없을 공산이 크다. 성공적인 투자라고 할 수 없다.

투자 성공을 위해선 저가 지역이더라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집값이 싸다는 점만으로 투자하면 향후 투자 금액보다 낮게 팔지 않으면 팔리지 않을 수 있다. 저가 지역이라도 과거에 없던 호재가 나타난 지역, 실수요자가 늘어나고 있는 지역 위주로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

실수요자가 늘어나는 지역은 전셋값이 다른 지역보다 많이 오르는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지역은 2년 후 그 집을 팔 때 실수요자가 그 집을 살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전셋값이 오르지도 않고 뚜렷한 호재도 없는 지역이라면 싸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투자금이 장기간 묶여 버릴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