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기술원 개관으로 연구소 간 시너지 구축…애터미·종근당건강 등 300개 고객사 보유

[스페셜 리포트]
‘건기식 ODM의 절대 강자’ 콜마비앤에이치 식품과학연구소를 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0년 건기식 시장 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건기식 시장이 성장한 것은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함께 ‘잘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너도나도 건기식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의 건기식 제조업자 개발 생산(ODM) 1위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엔 또 다른 도약의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헤모힘’ 만들어 낸 최고의 기술력
콜마비앤에이치는 2004년 2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콜마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민간 최초의 합작 회사’다. 한국콜마의 화장품·제약 제조 노하우 및 자금력과 원자력연구원의 면역 기능 개선 기술이 결합돼 ‘건기식 ODM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았다.

건기식 ODM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 기술력이 탄생하는 곳이 바로 콜마비앤에이치의 ‘식품과학연구소’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식품과학연구소는 단일 연구소로 구성돼 있지 않고 화장품 연구소와 마이크로바이움 연구소, 피부천연물연구소 등 종합기술원에 모여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기존에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마비앤에이치로서는 화장품과 건기식 연구소를 한곳에 모음으로써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식품과학연구소는 지난 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정하는 우수 기업 연구소에 선정됐다. 2017년 처음 선정된 이후 두 번째다. 이는 식품과학연구소의 기술력 덕분이다. 가장 뛰어난 기술은 ‘천연물을 소재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일반 식품이나 식물 또는 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기능을 추출해 건기식 소재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러한 추출 기술을 통해 당귀·천궁·작약 등 국내산 생약재 3종으로 면역 기능 개선 천연 생약 복합 조성물을 추출해 개발했다. 이렇게 추출된 헤모힘(헤모힘당귀혼합추출물)은 원료를 통해 개별 인정형 등록을 받아 홍삼에 이은 최고의 건기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6월 28일 서울시 서초구 헌릉로에 자리 잡은 종합기술원을 방문했다. 지난해 한경비즈니스가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내부를 보도한 적은 있지만 콜마비앤에이치의 연구소를 살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곳에는 60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 인력의 25%는 석·박사 출신으로 다양한 국책 연구와 민·관·산의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연구원들의 주 연령대다. 콜마비앤에이치에 따르면 연구원들의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1990년생 연구원들이 주를 이루면서 최신 트렌드에 맞는 신규 제형 등 참신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타 기업에 비해 젊은 팀장들은 연구원 사이의 수평적 분위기를 만들며 긍정적인 팀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기여하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 식품과학연구소는 종합기술원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총 다섯 군데의 실험실을 사용하고 있는데 건기식 샘플들은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콜마비앤에이치가 식품과학연구소를 설계하며 중점에 둔 것은 ‘공장의 축소판’이다. 제제 연구, 소재 연구가 주로 이뤄지는 이곳은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든 제제를 실제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과 동일하게 제조하고 있다. 즉 제조-혼합-타정-코팅-분석까지 모든 설비를 다 갖췄다. 또 개발 결과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구역을 나눠 교차 오염을 방지하고 있다.
‘건기식 ODM의 절대 강자’ 콜마비앤에이치 식품과학연구소를 가다

‘공장의 축소판’ 구현한 연구소
‘건기식 ODM의 절대 강자’ 콜마비앤에이치 식품과학연구소를 가다
시제실은 원료들을 측량해 제작하고 제형을 검토하는 곳이다. 연구원들이 다양한 제형의 샘플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타정실은 혼합된 원료를 정제 형태로 제조하는 곳이다. 타정실에서 만들어진 정제는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코팅 과정을 거쳐 샘플로 탄생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건기식 제품들이 어떤 온도와 상황에까지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해 유통 기한을 측정하고 있다. 각각 40도와 4도로 설정된 안정도실 두 곳에 샘플들을 두고 어떤 환경에 두면 제품들이 변화하는지 실험한다. 40도 방을 열면 후끈한 습기가, 4도 방은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시설과 함께 식품과학연구소는 연구원들의 연구 능력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신기술이나 제형 등을 개발한 연구원에게는 그에 따른 보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또 회사 자체적으로 화제의 기술 개발을 주도한 연구원에게 상금과 상패를 수여하는 ‘석오기술대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석오기술대상은 연 1회 신기술 개발, 신기술에 따른 신규 사업 진출, 매출 증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여한다. 1등을 수상한 연구원은 종합기술원 내 중앙회의실 이름을 수상자 이름으로 명명해 운영하는 영예를 누린다.

그 무엇보다 콜마비앤에이치 연구원들이 중시하는 것은 고객사의 만족이다. 건기식 ODM 1위 기업으로서 건기식을 판매하고자 하는 모든 기업이 고객이라는 원칙을 갖고 있다. 현재 콜마비앤에이치는 애터미·종근당건강·녹십자·이마트·링티·세라젬·동국제약 등 300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잘 대응해야 하는 것은 ‘1등 기업’의 숙명이다. 최근 화장품 기업들이 ‘이너뷰티(먹는 화장품)’ 시장에 진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몸 안에서부터 건강을 다질 수 있는 이 제품들은 건기식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점에서 화장품 연구소와 건기식 연구소가 한데 모인 종합기술원은 최고의 이너뷰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콜마비앤에이치가 쌓아 온 기술과 시장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화장품 기술이 필요한 마케팅 영역에 연구 기술력을 더해 이너뷰티 제품 다양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건기식 ODM의 절대 강자’ 콜마비앤에이치 식품과학연구소를 가다

중국 이어 호주까지 해외 시장 공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혔다지만 콜마비앤에이치만은 예외였다. 올해도 실적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2021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73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284억원으로 집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시장 진출이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7월 중국 장쑤성에 총면적 7만5840㎡ 규모의 부지에 ‘강소콜마’를 신설했다. 강소콜마는 뛰어난 기술력과 시설을 바탕으로 지난 5월 아이니더생물의약유한공사(아이니더)와 120억원 규모의 건기식 제조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 건기식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해 한국 기술로 제품 R&D와 생산까지 ODM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최초다. 새롭게 개발하는 제품은 유산균을 비롯한 오메가3·콤부차·멜라토닌 등 건기식 10종이다.

중국 외에도 콜마비앤에이치는 미국·일본·캐나다·싱가포르·필리핀 등에도 수출을 이어 나가고 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 5월 청정 건기식으로 유명한 호주에서 제조·품질 능력(TGA GMP 인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세종 공장에서 만드는 제품들은 호주로 수출이 가능해졌다. 이번 인증이 의미가 있는 것은 ‘수출 절차의 간소화’다. 호주와 상호인정협정(MRA)을 맺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 지역을 포함해 유럽 각지로의 진출이 가능해졌다. 호주와 MRA을 맺은 국가들은 호주 인증을 근거로 수출 절차를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건기식 시장이 커지면서 뛰어드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는 차별화를 꾀하지 않으면 1인자도 언제든지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콜마비앤에이치는 종합기술원에 자리 잡은 다양한 연구소들을 통해 기술의 ‘크로스오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그중 기대가 모아지는 곳은 ‘바이옴 연구소’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바이옴 연구소는 후보 물질을 도입하고 화장품·건기식·의약품 영역으로 확대해 개발한다. 구체적인 목표는 바이옴 연구소를 통해 면역 중심의 건기식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 자가 면역 질환 및 호흡기 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물들의 군집과 그들의 유전체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근 사람의 몸속에 존재하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 상태 및 질병과의 상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이를 이용한 화장품과 식의약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 콜마비앤에이치는 건기식 ODM 1위 기업으로서 ‘프로덕트 리더십(product leadership)’을 갖고 차별화된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연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국산 천연물 소재에서 고유의 기능성을 찾아 내는 것과 기능을 차별화된 제형과 제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향후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콜마비앤에이치 관계자는 “이미 의약품 수준의 설비와 품질력을 보유한 콜마비앤에이치는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뢰를 주는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설비와 R&D 기술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