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로 살해당하는 동창들, 훼손되는 신체…
옛 기억 속에서 사건의 단서를 찾는 한 경찰의 이야기
스테판 안헴 지음 | 김소정 역 | 마시멜로 | 1만6800원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너무 오래전이라 어렴풋하기만 한 과거 학창 시절의 같은 반 동창생들이 연달아 시체로 발견되고 그 사건을 맡아 수사해야 한다면…. 이 이야기는 과거 청소년기 시절에 벌어진 학교 폭력 문제와 연관된 ‘동창생 연쇄 살인 사건’을 기억하고 추적해 나가야 하는 한 경찰의 이야기를 담아낸 노르딕 누아르(nordic noir) 범죄 스릴러다. 스웨덴에서 출간과 동시에 큰 화제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독일·덴마크·노르웨이·핀란드·아일랜드 등 북유럽 전역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전 세계 30개국에서 출간돼 200만 부 이상이 팔린 스웨덴의 인기 스릴러 작가 스테판 안헴의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 첫째 이야기다.
북유럽의 신비롭고 고요한 풍경과 대비되는 잔혹한 사건을 중심으로 복잡한 사생활에 둘러싸인 염세적인 주인공이 밤낮으로 수사에 몰두하며 편견·증오·위선·추악한 욕망에서 비롯된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는 스토리를 지닌 장르답게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도 잔혹한 사건 뒤에 가려진 인물들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특유의 서늘한 공포와 묵직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스웨덴 헬싱보리의 학교에서 한 교사가 손목이 잘린 채 잔인하게 살해돼 발견된다. 그리고 얼마 뒤 연이어 또 한 명의 남자가 얼굴이 훼손된 채 사체로 발견된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동창이었고 모두 과거 학교 폭력의 가해자였다. 범죄 현장에 남겨진 단서는 단 하나, 피해자의 얼굴을 지워 버린 학창 시절에 찍은 단체 사진 한 장뿐이다. 그 사진 속에는 파비안 리스크도 있었다. 그는 이 사건의 담당 형사다.
파비안 리스크는 스톡홀름 범죄수사국 강력반 형사로 고향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래전 학창 시절의 과거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창들이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죽어 가고 있다. 그는 애써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잘 떠오르지 않는 옛 기억 속에서 그가 놓치지 말아야 할 단서는 과연 무엇일까.
시작되는 여름, 더위를 날릴 서늘한 범죄 스릴러
소설에서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 파비안은 예민하고 염세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사건 수사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냉철한 판단으로 끈질긴 저력을 발휘하지만 상관의 지시나 원리 원칙 따위는 가볍기 무시해 버리는 반항적인 기질도 가지고 있어 종종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자신과 연관된 사건을 맡아 과거 기억과 끊임없이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독자로 하여금 묘한 긴장감과 재미를 더한다.
이 사건은 어쩌면 매우 단순하고 손쉽게 해결될 수도 있었다. 과거의 피해자가 현재의 가해자로 추정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친구마저 살해되며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지고 수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처럼 보였던 파비안의 기억은 오히려 치명적인 오점이 된다. 이 시점에서 독자들도 파비안과 마찬가지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오랜 기간 시나리오 작가이자 각본가로 활동했던 저력을 자신의 첫 데뷔 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한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 때문일까. 이 책은 출간 첫해 스웨덴 최고 인기 작가상, 스웨덴 최고 범죄 소설상, 독일 최우수 범죄 스릴러상은 물론 핀란드 올해의 책, 아이리시 북어워드 최종 후보작에 선정되는 등 많은 수상 이력을 쌓으며 독자들과 평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이후 6편의 ‘파비안 리스크 시리즈’를 집필하게 되는 신호탄이 됐으며 노르디스크 필름 TV 시리즈 제작이 확정됐다. 끝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여름, 스칸디나비아가 열광한 북유럽풍의 차갑고 서늘한 스릴러로 더위 사냥을 해보는 건 어떨까.
이혜영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가진 돈은 몽땅 써라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 윤지나 역 | 쌤앤파커스 | 1만4000원
세상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 없는’ 시대로 대격변 중이다. 단칸방 안에서 카메라를 켜 두고 퇴근 후 쓴 글을 온라인에 올리고 자신의 감각을 살려 포스트를 올리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 그 이면에서는 기존 사업이 쇠퇴하고 기성 채널이 몰락하며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중이다. 그늘진 곳의 쇠락도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이런 대격변의 굴레가 얼마나 더 가속될지 또 앞으로의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런 세태에서는 한두 푼 알음알음 저축하거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하는 일도 부질없다고 말한다. 통장의 잔액이 진짜 위기의 순간에 자신을 지키기에는 너무 미약한 금액일 뿐만 아니라 돈의 가치마저 언제 폭락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격변의 시대에 위험의 사각지대는 없다. 앞서 나가기 위해선 ‘당장, 지금이 아니면 살 수 없는’ 것들에 당신의 시간과 열정과 돈을 모두 걸어야 한다. 아마존의 팀장 수업
김태강 지음 | 더퀘스트 | 1만5500원
혁신의 대명사, 글로벌 기업 아마존의 커뮤니케이션은 조금 특별하다. 회의 시작에는 침묵의 시간을 갖고 발표할 때는 이미지로 만든 프레젠테이션 대신 글을 사용한다. 특히 아마존은 글이라는 매개체를 소통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보도 자료(PR)라는 글을 작성하고 상사에게 보고할 때는 6페이저라는 글을 쓴다. 침묵과 글로 개인의 인사이트를 끌어내고 쓸데없는 회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든 주니어든 자기 생각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이야기하며 듣는 사람 역시 반대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들어준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는 팀장들의 업무 원칙과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이책에선 치열한 업무 현장에서 살아남는 아마존 팀장들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소개한다. 면접관을 위한 면접의 기술
한근태‧백진기‧유재경‧조지용 지음 | 미래의창 | 1만4000원
회사의 대표와 임원들에게 기업 경영과 관련된 문제는 늘 고민의 대상이다. ‘우리 회사가 더 크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다른 회사에 비해 우리 회사에는 어떤 점이 부족한가’ 등 성공하는 경영은 기업의 영원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여기, 경영은 곧 채용과 직결된다고 말하는 4인의 전문가가 있다. 제대로 된 사람을 적합한 자리에 갖다 놓으면 경영은 만사형통이다. 관리할 필요도 없고 잔소리할 일도 없다. 알아서 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충분히 공을 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좋은 인재는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좋은 인재를 알아보고 그 사람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함께 일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관점에서 면접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온라인 판매 사업을 한다는 것
최인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1만8000원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놀라울 정도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60조원을 훌쩍 넘어섰고 2030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 쇼핑몰 창업자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저자는 30대 중반에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오로지 노트북 한 대만 가지고 온라인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장에서 상품과 서비스 기획자로 일한 경력 덕분에 단기간에 업계 현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그는 판매 상품을 선정하는 법, 제조사로부터 좋은 가격과 조건에 상품을 소싱하는 법, 판매가를 낮추면서도 마진을 남기는 법, 최소 비용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배송하는 법 등 차별화된 노하우를 쌓아 가며 온라인 가구 판매 회사를 창업한 지 5년 만에 100억원이 넘는 현금을 벌었다. 중국 딜레마
박민희 지음 | 한겨레출판 | 1만5000원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은 마오쩌둥 시기엔 외세를 몰아내고 통일을 이뤄 건국한 것,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시대엔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룬 것에서 나왔다. 하지만 시진핑 시대 들어 초고속 성장이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워졌고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빈부·도농·지역 간 격차가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동시에 체제를 흔들었다. 이 책은 시진핑이 주석에 집권한 2012년 이후를 ‘시진핑 시대’라고 이름 붙이고 중국이 제국의 꿈과 민주주의라는 갈림길에서 내린 선택과 결과를 상세히 살핀다. 저자가 직접 중국을 돌아다니며 취재했던 현장의 목소리를 되짚어 보고 지금 벌어지는 일들의 역사적 맥락과 기원을 되짚는다. 중국뿐만 아니라 위구르·홍콩·대만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찾는다.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