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리더십 최하점 치명타
손 사장 2년 3개월 만에 중도 사퇴
역대 사장 9명 중 임기 채운 CEO ‘0명’
한국철도공사는 6월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중간 정도 수준인 ‘보통(C)’ 등급을 받았으나 경영 관리 부문에서 최하 등급인 ‘아주미흡(E)’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2020년 발생한 중대재해로 인해 손 사장은 기관장 경고 조치까지 받았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가운데 최근 5년간 한국철도공사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2016년 7명, 2017년 6명, 2018년 2명, 2019년 2명, 2020년 1명 등 총 18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한국철도공사가 고객 만족도 조사(PCSI)를 진행하면서 직원 208명이 고객인 척 설문조사에 참여해 결과를 조작한 것이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한국철도공사는 낙제점인 ‘미흡(D)’ 등급을 받고 손 사장은 기관장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은 성과급도 받지 못했다.
2019년 12월에는 감사원의 2018년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감사에서 한국철도공사가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도 3000억원 가까운 흑자를 낸 것으로 속여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2005년 1월 철도청에서 공사로 전환한 뒤 16년 동안 9명의 사장이 거쳐 갔으나 모두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손 사장의 전임인 8대 오영식 전 사장은 강릉선 KTX 탈선 사고 등 잇따른 열차 안전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10달 만에 중도 사퇴했다.
4대 허준영 전 사장과 6대 최연혜 전 사장은 총선 출마 등 정치적 행보를 이유로 중도 사퇴한 바 있다. 신광순 초대 사장은 2005년 유전 개발 비리에 연루돼 5개월 만에 불명예 사퇴했다.
한국철도공사 사장 자리는 정치권의 외풍에 시달리며 사장들이 정권 교체기에 철도 분야와 무관한 친정부 성향의 ‘낙하산 인사’에 떠밀리거나 각종 사건 사고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는 흑역사를 반복해왔다.
전문성 논란도 단골 소재다. 낙하산 논란이 계속되면서 역대 사장 9명 중 철도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은 국토교통부 국토정책국장·철도국장·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친 손 사장을 비롯해 신광순 초대 사장, 최연혜 전 사장 3명뿐이었다.
손 사장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사의를 밝혔으며, 청와대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이 물러나면서 한국철도공사는 정왕국 부사장 대행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손 사장은 이임사에서 “한국철도가 처한 재무 위기 극복 등 경영 현안과 인건비·조직 문화 등의 개선을 통해 국민이 더욱 신뢰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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