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소비 양극화 심화
자산 증대로 고가 상품 소비 증가
거품 빠지면 역효과 위험

[경제 돋보기]
부동산·주식 상승 ‘부의 효과’ 함정에 빠지지 말라[경제 돋보기]
최근 소비의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중임에도 명품과 고급 자동차 등 고가 상품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 중대형 고급 자동차 판매는 높이 치솟고 중소형 자동차는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국내 고급차와 수입산 고급 자동차는 출고 기간이 6개월이 넘어 보통의 인내심이 아니고는 구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 또한 계속 상승하면서 월급을 모아 집을 장만하려던 일반 국민은 그 꿈을 접어야 할 정도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하루하루를 걱정하며 지내는 국민이 많아졌다. 또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법이 제정돼 그 보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고 또 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그 지급 방식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 지난해 1월 하순이니 이제 1년 6개월이 거의 다 돼 가는 셈이다. 장기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와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줄고 소득 또한 줄어든 국민이 많은 상황이지만 한편에서는 자산 가치가 증대돼 고가의 상품과 서비스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비와 소득의 양극화가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말 기준으로 코스피지수는 2197이었지만 2020년 3월 19일 1439로 저점을 찍은 후 다시 반등해 2020년 말 2873.5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상승세가 계속 이어져 3000을 돌파하고 지금은 3300대를 넘나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계속 상승해 자산 가치 증대에 일등 공신이 됐다.

이렇게 국가 재난 상황에서의 자산 가치 증대로 부의 양극화가 커지고 소비 또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부의 효과(주식 등 자산의 가치가 증대되며 그 영향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로 고가 상품의 소비가 증대된 반면 저소득층은 생계형 소비, 즉 생활 필수품 중심의 소비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부의 효과와 함께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생활 물가를 포함해 전반적인 물가가 오르면서 재난 상황 중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지난 6월 물가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2.4%에 이르면서 물가 상승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의 상태에서 물가 상승은 저소득층에게는 실질 소득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나며 그 어려움이 가중되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난 농식품 가격의 상승은 코로나19 사태로 저소득층의 가계 지출에서 농식료품의 비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물가 인상은 생활 물가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고 부의 효과와 함께 코로나19의 종식을 기대하며 소비가 증가하는 등의 이유로 물가가 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의 효과에 따른 소비 증대는 언제라도 거품이 빠지면서 역(逆)의 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언제라도 시장 상황에 따라 그리고 기대 심리의 변화에 따라 요동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주식과 부동산 시장 상승에 기여한 원인의 하나인 저금리 기조가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오를 수 있다는 신호가 통화 당국에서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재정 확대 정책에 의해 풀려진 유동성을 언제까지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더욱이 가계 부채 또한 1800조원에 이르면서 향후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이에 대한 관리도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자산 가치 상승으로 미래 소득에 들떠 지금의 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과한 소비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겸허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의 경제적 측면의 미래는 여전히 그 불확실성 크기에 보다 합리적인 투자와 소비가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를 살펴봐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