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술로 선보이는 다양한 컬렉션

[막걸리 열전]

막걸리의 변신이 무섭다. 다양한 재료를 넣은 새로운 콘셉트의 막걸리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 출생한 Z세대)의 취향과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청량감을 더한 스파클링 막걸리부터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 막걸리, ‘펀(Fun) 마케팅’으로 재미를 더한 막걸리까지 가세해 한국 막걸리 시장은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막걸리 해시태그는 128여 만 건에 이른다.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막걸리의 비결은 무엇일까. 형식과 틀을 깨는 다채로운 막걸리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첫 번째 주인공은 막걸리 문화의 다양성을 내세운 C막걸리다.

애주가를 위한 막걸리
△구룡산 인근에 자리한 C막걸리 양조장에서는 다채로운 부재료를 사용한 막걸리를 빚는다.
△구룡산 인근에 자리한 C막걸리 양조장에서는 다채로운 부재료를 사용한 막걸리를 빚는다.
모든 창작물은 만드는 사람의 성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다. 애주가를 자처하는 최영은 C막걸리 대표는 ‘주당’들을 위한 막걸리를 빚는다. 시작은 태국에 거주했을 때부터다.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을 직접 만들어 먹다 보니 자연스레 막걸리를 빚는 것에 관심이 생겼다. 독학으로 막걸리를 빚다가 양조장 설립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태국에 양조장을 차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소규모 양조장 주류 면허를 받기가 어려워 한국에서 시작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최 대표는 2년여간 레시피 개발에 집중했다. 100가지가 넘는 부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술을 만들었다. 2020년 4월 서울 강남에 양조장을 연 데 이어 그해 7월 첫 제품을 출시했다.

대부분의 막걸리는 지역 특산물로 술을 빚는데 도심 한가운데 양조장을 연 이유는 무엇일까. C막걸리는 강남이 가진 도시의 에너지와 솔(soul), 다양성, 창의적인 시도를 술의 콘셉트에 담았다. 전통 주조 방법으로 빚은 도시의 술이 바로 C막걸리다. 제철 재료를 사용한 시즈널 막걸리를 비롯해 특별한 날을 위한 기념일 막걸리 등을 이달의 술로 선보인다. 매달 바뀌는 막걸리는 마치 패션 컬렉션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더한다. 지금까지 만든 제품은 모두 16종이다.
△막걸리를 빚는데 쓰이는 재료들. (위에서부터) 라벤더, 카카오닙스, 주니퍼베리.
△막걸리를 빚는데 쓰이는 재료들. (위에서부터) 라벤더, 카카오닙스, 주니퍼베리.
C막걸리는 전통 양조에서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천연 컬러 푸드와 허브, 약재를 사용해 창의적이고 기발한 맛을 표현한다. 창의적인(Creative), 다채로운(Colourful), 세계적인(Cosmopolitan)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전통과 현재의 만남을 추구하고 막걸리 문화의 다양성을 만들어 나간다. C막걸리의 차별화 포인트는 쌀과 누룩이 아닌 독특한 색과 향을 내는 부재료에 있다.

최 대표는 “이런 재료를 조합해 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에서 출발해 실험적으로 만들어 본다”며 “창의적인 차나 칵테일을 마시다가 영감을 떠올리기도 하고 디저트 케이크에 들어간 조합에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맨티시즘을 콘셉트로 한 C퍼플막걸리는 프랑스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블루베리와 라벤더로 만들어 과일과 꽃 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태양을 콘셉트로 한 C골드막걸리는 열대 과일인 망고와 대추의 맛이 조화롭게 스며든다.

C막걸리를 대표하는 시그니처 큐베는 범벅 밑술을 고집해 부드러운 텍스처와 은은한 향이 자아낸다. 범벅 밑술은 익반죽해 술을 만드는 기법이다.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넣고 손으로 반죽하는 것으로, C막걸리 만의 특별한 제조 방법이다. 쌀을 설익은 상태로 치대 술을 만들다 보니 온도나 습도, 환경에 매우 민감하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범벅 밑술을 고집하는 이유는 특유의 향과 질감 때문이다.
△밑술을 발효 중인 항아리.
△밑술을 발효 중인 항아리.
△항아리에서 발효된 밑술을 스테인리스 탱크로 옮겨 담는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을 추구한다.
△항아리에서 발효된 밑술을 스테인리스 탱크로 옮겨 담는 하이브리드 제조 방식을 추구한다.
C막걸리의 알록달록한 컬러 때문에 맛도 달콤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C막걸리는 알코올 도수가 9~15%로 일반 막걸리 6%보다 훨씬 높다. 막걸리는 원주에 물을 넣어 희석하는데 술의 에센스보다 물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이 최 대표의 생각이다.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은 프리미엄 탁주들은 본연의 맛을 위해 꾸덕꾸덕하고 진한 것이 대부분인데, C막걸리는 쌀술의 끈적함을 덜어내고 향이 진하게 빚어낸다.

C막걸리는 지금까지 맛보지 않은 새로운 술을 원하는 애주가를 위한 술이다. 실제로 당근과 레몬그라스로 만든 옐로 막걸리는 드라이한 맛으로 미식가와 애주가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최 대표는 옐로 막걸리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는 이들을 ‘찐팬’으로 인정한다고 말한다.

C막걸리는 전통주 보틀숍, 주점과 음식점에서 만날 수 있다. 이전에 나왔던 술이 맛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일(DM)을 보내면 된다. 요청한 제품을 만드는데 약 5주가 소요되므로 느긋하게 기다리자.

최은영 대표 인터뷰
△최영은 C막걸리 대표.
△최영은 C막걸리 대표.
패키지에 담긴 양조 철학이 궁금하다.
“고딕체의 C자 위에 세리프체를 함께 디자인해 하이브리드를 강조했다.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지만 기존 전통주에 사용하지 않았던 재료를 사용하거나 항아리에서 밑술 발효를 시작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옮겨 담는 제조 방법에서도 하이브리드를 추구한다.”

패키지 리브랜딩도 진행 중이다.
“지난 학기 서울대 디자인과의 정보인터랙션디자인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C막걸리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새로운 로고와 라벨은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론칭할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용 잔, 코스터, 패키지 박스, 레시피 카드, 테이블 매트 등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 달라.”

생산 규모도 궁금하다.
“최종 제품은 월 1000병 정도다. 혼자 양조장을 운영하다 보니 그 이상은 못 만든다.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 확장을 구상 중이다. 제조장을 큰 곳으로 옮기려고 한다.”

제조장 이전은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에 다양한 프리미엄 농산물이 풍부한 경기도로 자리를 옮기려고 한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브랜드 이미지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지역 특산주로 전환해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 특산주 최초로 라인업을 바꿔 가면서 시즈널 컬렉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후 점유율과 인지도를 더 높여 당초 계획이었던 해외 현지 양조장을 설립하는 게 중·장기 목표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막걸리로 꼽힌다.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온라인 판매를 못하는 대신 활발하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소통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컬러와 디자인 때문에 ‘MZ세대 취향 저격 막걸리’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닌다. 물론 감사한 일이지만 사실 술맛을 보면 MZ세대 중에서도 아재 입맛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한다. 술을 만드는 타깃은 저처럼 다양한 술을 즐기는 애주가다. 2030뿐만 아니라 40대, 50대를 아우르는 술이기를 바란다.”

이진이 한경무크 기자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