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커지는데 ‘기업 문화’는 여전히 미숙한 기업들 많아져…두려움 없는 소통으로 극복해야

[경영 전략]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꾼다면…기업이 앓고 있는 ‘성장통’을 챙겨라[김광진의 경영 전략]
기업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최근 몇몇 기업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트렌드의 변화와 디지털 혁신에 힘입어 과거에는 약 10년 동안 이뤄 낼 수 있었던 성장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빠르게 성장 중인 기업의 경영진과 리더, 인사담당자 또는 기업 문화를 담당하는 이들을 만나 보면 얼굴이 그다지 밝지 않다.

최근 2년간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걱정거리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일까. 고민거리를 듣는 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성장통’이다. 성장통을 앓는 기업들이 생각보다 많아지고 있다.

비유하자면 마치 아이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몸의 여러 곳을 아파하는 현상과 비슷하다. 몸의 크기만큼 생각과 사고가 성숙되지 못한 상황을 우화적으로 표현하는 ‘어른아이’라는 표현도 있다. 두 표현은 관점이 달라도 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아픔을 말하는 것은 같다.

기업의 성장통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경영학 관점에서 말하는 기업의 성장 사이클을 보면 급격한 성장과 정체되는 시기가 여러 번에 걸쳐 굴곡으로 나타난다.

상황과 원인은 정말 다양하지만 결과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성장통을 이겨내고 흥하거나 아니면 서서히 곪아 가다가 망하는 경우다.갈수록 복잡해지는 기업들의 성장통대부분의 기업들이 겪고 있는 성장통에는 여러 가지 증상과 원인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다음의 다섯 가지다.

예를 들어 성장의 속도와 확장에서의 불균형, 성장과 구성원의 역량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성장통, 사업 조직과 구성원 간의 사일로와 협업 장애, 전략적 판단과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오류, 전문성에 갇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방적 비즈니스 활동 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경험하고 있는 내용들이고 관심을 갖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며 해결해 나가고 있는 이슈들이다.

쉽지는 않지만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최근 주목해 봐야 할 것은 이러한 성장통의 종류와 증상 그리고 그 내용이 과거와는 좀 결이 다르고 또 복잡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 경영 활동, 혁신 활동, 조직 문화 활동에서 제시하던 처방전들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겪고 있는 성장통에는 과거 기업들이 겪어 왔던 것들과 다른 세 가지 경향이 보인다.

첫째, 성장에 따른 보상과 공정성에 대한 이슈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인 변화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 모든 분야에 걸쳐 가장 뜨거운 단어는 ‘공정’이다.

너무나도 중요하고 당연한 얘기다. 그런데 이를 위한 해결과 변화의 과정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다. ‘공평’과 ‘공정’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이제는 없다. 단순히 ‘맞다, 틀리다, 어쩔 수 없다’의 합리와 논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리더들과 구성원들이 갈등을 빚고 힘들어하고 있으며 ‘기업의 성장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둘째, 조직 관리 관점에서 경영진을 포함한 구성원들 간 갈등 요소가 다양해지고 또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건이 얼마 전 한 기업에서 발생했다.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굴지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생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비극적이고 가슴 아픈 얘기다.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 온 사실이라는 것이 내부의 목소리다. 이런 현상은 비단 특정 기업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조직 내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발생한 개인 간의 문제만도 역시 아닐 것이다. 급격한 외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누적돼 온 사람에 대한 문제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이 중요하다.

셋째, 개인의 성장에 대한 ‘통(痛)’이다. 기업의 성장이 개인의 역량 향상과 성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과 조직을 바라보는 구성원들의 직업관과 가치관이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다.
미래를 내다보는 성장 방식도 고민해야
새로운 세대들이 기업의 리더와 관리자 역할을 하기 시작한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더 도드라진다. 이도 당연한 변화일 수 있다. 역시나 짚어 볼 내용은 앞서 기업을 일궈 낸 경영진과 리더 그룹에는 참 힘든 일이라는 점이고 이 과정에서 경험하는 작은 통(痛)들이 기업의 성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역량보다 재능이라는 단어가 더 중시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변화를 내다보는 성장 방식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는 일률적인 동기 부여와 조직의 성장 당위성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성장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기업의 숙명을 위해서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 기본적으로 빨리 갖춰야 할 것은 전 임직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 성장을 방해하는 10가지 증상’이라는 도서의 저자인 에릭 플램홀츠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기업의 성장과 역량의 차이가 성장통의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개인과 조직의 역량이 성장의 속도를 감당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준비와 앞으로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역시 소통이다. 소통의 상황과 이슈는 다양하다. 그런데 신경 써야 할 점은 소통을 위한 소통이 아니라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며 통하는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전 임직원에게 주어진 몫이고 함께해야 할 중요한 액션이다. 두려움 없는 소통을 시도하고 두려움 없는 조직을 함께 만들고 두려움 없는 성장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단편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좀 멀리 떨어져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킬적인 문제 해결 기법 하나로 해결되는 이슈들이 아니다.

필자의 경영 혁신 프로젝트 경험을 돌아봐도 이런 문제들은 대부분 인과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과정에서 덮여 있는 것들이 많다.

집중해야 할 제약 조건을 찾하내고 해결하는 제약 이론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기 쉽다. 하나하나 증상을 풀려고 하면 정확히 어디,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를 놓치게 된다.

앞으로 몇 년간 기업이 겪고 있는 성장통의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위의 이슈들이 잘 풀리지 않고 있고 기업 내부에서 일종의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몸은 커지는데 생각과 근육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원한다면 바로 현장을 점검하고 다가올 무게감 있는 성장통을 이겨 내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성장통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이 또다른 성장의 자양분이 될지, 아니면 어설픈 봉합 수술로 보이지 않는 흉터와 상처로 남을지는 리더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될 것이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