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핵심 산업 육성 앞다퉈
한국도 세제 혜택 외 지원법 논의 시작
산업 기술 보호 등 관련 법적 체계 개선 필요

[경제 돋보기]
부활하는 선진국 산업 정책[경제 돋보기]
선진국의 산업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해당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전략적 산업 정책이다. 정부의 과도한 정보 독점, 정경 유착에 따른 부패 가능성, 정책 실패 등으로 인해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선진국은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 한국 역시 1960년대 경공업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1970~1980년대 중화학 공업 육성 정책으로 이어져 왔지만 1990년대 민간 주도의 전자 통신 산업 육성으로 전환된 이후 정부의 역할이 과거보다 상당히 축소됐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한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에 바탕을 두고 공기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적 산업 정책을 수행하면서 가공할 속도로 성장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은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자국의 핵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인 통상 정책을 통해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던 정책은 일관성 없이 중국의 대미 수출 억제와 양자 간 무역 수지 적자 해소에 초점을 뒀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자국의 핵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미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 역시 미국의 핵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을 제출하고 있는데, 지난 6월 미 상원은 ‘미국 혁신과 경쟁법(USICA)’을 통과시켰다. 미 하원에서도 독자적인 법안을 논의 중이고 향후 상원과 하원의 통일된 법안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USICA 법안은 총 2000억 달러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포함하고 있는데 반도체, 핵심 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적 경쟁 강화 방안,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방안 등 총 7개의 장으로 구분돼 있다.

중국 역시 기존의 ‘중국 제조 2025년’ 계획과 소위 ‘홍색 공급망 구축’ 등의 전략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산업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벤처캐피털을 이용한 우회 지원을 통해 산업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천인 계획’을 통해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인력에 대해 소위 ‘1·5·3 전략’으로 ‘1년에 한국의 5배 임금을 3년 동안 보장’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고급 인력을 빼 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핵심 기술 탈취를 목적으로 한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M&A)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은 해외 M&A에 대한 심사 과정을 강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과거보다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축소된 한국은 주로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 등에 대한 세제 혜택 중심으로 산업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최근의 산업 흐름을 반영해 반도체·디스플레이·백신 등을 중심으로 ‘국가전략산업특별지원법’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한 K반도체·K배터리 등 핵심 전략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더해 한국 역시 국가 안보, 산업 기술 보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적 체계를 좀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법’ 등으로 최근의 국제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이 변화된 국제 환경 속에 적절한지 검토하고 기술 탈취가 목적인 M&A에 대한 심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