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이후 주가 상승 이끈 모멘텀 감속…실적 개선에도 개선 속도는 둔화하는 국면 진입

[머니 인사이트]
(사진)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2.87포인트(1.00%) 내린 3244.04에 거래를 마친 7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사진)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32.87포인트(1.00%) 내린 3244.04에 거래를 마친 7월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지난 4월 이후 주가 상승을 이끈 요인은 모멘텀(유동성+경기 정상화)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적절했고 이 때문에 경기와 이익 회복 속도가 가팔랐으며 코스피는 이를 앞서 반영해 왔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유동성과 경기(실적) 등 두 개의 모멘텀이 감속하고 있다.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 강한 상승 랠리로 진행되지 못하는 배경이다.

기업 압박하는 중간재 가격 상승세 여전

올해 3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영업이익은 22%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2분기 64%에 비해서는 둔화되고 있다. 실적의 레벨은 높아지지만 증가율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컨센서스에 반영되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점에서 발표하는 하반기 실적 가이던스를 일단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 코스피200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1분기 126% 증가에 비해 둔화된 수치다.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8%로 증가세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2분기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처음이자 마지막 어닝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주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도체 조사 기관 ‘D램익스체인지(DRAMeXchange)’는 7월 13일 올 3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3~8%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수기 진입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이지만 일부 PC와 서버 고객의 재고가 8주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모바일 D램의 비메모리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과 D램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감으로 수요가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일러야 올 2분기에나 도래할 것으로 봤던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세트 업체로서도 당연히 원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아마 가격 협상도 7월 말 이후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재고다. 반도체 외에도 여러 중간재의 재고 쌓기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 실적에는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진을 얼마나 확보하는지도 중요하다. 중간재 가격이 올라 재고를 줄일 수도, 아니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지 않아 재고를 늘리지 않을 수도 있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 보면 이익 모멘텀이 감속할 때 보통 나오는 현상이다. 미국 경제 지표 중 두 가지를 주목하고 있다. 첫째, 2분기 미국 생산자물가지수다. 전년 동기 대비 7.3% 상승으로 예상치 6.8%를 넘어선 서프라이즈였다.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보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 폭이 크고 4월 이후 CPI와 PPI 괴리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 미국 중간재 가격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2.6% 상승했다.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른 최종 생산 기업의 비용 압박이 잠잠해지지 않고 있다.

이미 미국의 제조업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 산업 생산과 설비 가동률이 각각 전월 대비 하락했다. 물론 산업생산지수는 2019년 8월 이후 최초로 100포인트를 웃돌고 있지만 재고는 이미 지난해 12월 이후 추세선을 넘어서 있다. 경제 사이클의 순서상 ‘수요 회복, 재고 확대, 생산 증가, 가동률 상승’에서 점차 ‘수요 정상화, 과잉 재고, 산업 생산 상승세 둔화, 설비 가동률 횡보’의 흐름으로 전환되고 있다. 경제 지표로 볼 때 주시하는 둘째 변화다.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공조도 ‘시들’

경기·이익 모멘텀이 감속돼도 여전히 증시에 우호적인 정책 흐름이 뒤따를 것이란 의견도 늘고 있다. 정책 모멘텀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증거로 제시하는 것 중 하나가 중국의 정책 스탠스 변화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0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지난 7월 9일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인민은행 대변인은 지급준비율 0.5%포인트 인하를 통해 약 1조 위안의 자금이 시중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 스탠스의 전환을 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가 중기 유동성 지원 창구(MLF) 만기를 고려한 것일 뿐 급격한 유동성 팽창을 지양하는 현 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LF 만기물량은 7~8월에만 1조1000억 위안, 하반기 4조1500억 위안에 달한다.

특히 크레디트 리스크에 대한 관리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전환을 단정할 수 없다. 인민은행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전 의장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언급 후 중국 회사채 시장이 받은 충격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국채 ‘-AA’ 회사채 스프레드는 1개 분기 동안 약 1%포인트의 변동성을 보였다.

물론 7~8월에 출현할 수 있었던 중국 경제의 위험 요인을 제거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번 조치는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위 사항들을 고려하면 전면적 정책 전환이 아닌 정책의 미세 조정으로 볼 필요가 있다. 7월 말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당초보다 완화된 정책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외부 불확실성(제롬 파월 Fed 의장의 테이퍼링 언급 등)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기대감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정책 모멘텀의 재개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돼 온 정책 모멘텀이라도 유지되면 좋겠지만 이 또한 녹록하지 않다. 정책 공조의 힘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발생한 코로나19발 금융 시장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 공조였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의 최저 수준 인하,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대출 요건과 담보 완화 등 그야말로 유동성 풀기에 적극적인 스탠스였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중앙은행의 공조가 당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국가별 백신 접종이나 경기 회복 속도가 상이하게 나타나면서 통화 정책이 디커플링되는 구간에 들어섰다. 일부 신흥 국가에서는 경기 회복에 앞서 자국 통화의 가치 절하 또는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 대비 큰 폭으로 웃돈다는 이유로 선제적 기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이라고 일컫는 Fed 역시 수개월 내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완화적 통화 정책 기조는 조금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CB는 최근 공개한 새로운 통화 정책 전략을 통해 물가 목표치를 ‘기존 2%에 가깝되 밑도는(below, but close to 2%)’에서 ‘2% 수준(at 2%)’으로 상향 조정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미국의 평균 물가 제도(AIT)와 다르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2%를 웃도는 물가 수준을 용인하겠다는 내용이기 때문에 단기 시계에서 ECB의 정책 전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현 상황에서 ECB보다 상대적으로 덜 완화적인 Fed의 통화 정책 방향은 유로화 약세, 달러화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밖에 과거 테이퍼링을 기억하기 때문에 글로벌리하게 불확실성 대비 측면의 달러화 수요도 달러화 강세를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4분기 미국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재정 수지 적자 폭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또 하나의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달러화 강세는 코스피의 한 단계 전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달러 약세로 인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이전될 때 한국 증시는 강했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한국 내 대표 기업들의 상승세가 강했던 시점은 달러 약세와 함께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이익·정책 모멘텀의 선행 지표들이 최근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 상황이 악화됐다고 보기에는 이른 시점이지만 기저 효과가 사라진 만큼 부정적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을 분명히 해주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정상화 사이클에서 경기·기업 이익 성장세는 기대에 못 미치고 정책 모멘텀의 비용 상승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가속화하기는 힘들다. 더 간략하게 요약하면 한국과 미국 모두 실적은 개선되고 있지만 개선 속도가 둔화되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실적의 개선 속도가 둔화되는 구간에서 주가의 상승 속도 역시 떨어질 수 있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반영돼 주가도 경제도 정상화로 향해 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속도의 개선이 지속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점차 불안감을 느낄 투자자들이 안심할 정도의 숫자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주가는 그간의 피로를 일시에 반영할 수도 있다. 여전히 코스피 상단을 제한적으로 보는 이유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