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 없는 임금 상승, 고용 시장 냉각 가속화
노동 시장 양극화 초래
피해는 취약 계층 몫
힘의 논리 아닌 객관적 경제지표 통해 결정해야

[경제 돋보기]
고통 분담 외면한 최저임금 인상[경제 돋보기]
최저임금위원회가 7월 12일 2022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대비 5.1% 올린 시급 9160원으로 결정했다.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하면 주휴일에 노동을 제공하지 않아도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받는 주휴 수당을 고려하면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이 된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470원에서 5년간 41.6%나 인상된 것이다. 시간당 임금을 주 40시간, 월 209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해 보면 2017년 135만2230원에서 2022년 191만4440원으로 65만원 증가한 셈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4% 정도로 예측할 때 5년 동안 1인당 명목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10% 남짓이 되는데 임금 상승률은 그에 비해 4배나 뛰었다. 이전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률이 1인당 소득 증가율의 두 배에도 못 미쳤던 것을 고려하면 경제 여건에 비해 지나치게 오른 것이다.

경제 상황을 도외시한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배경에는 소득 주도 성장이라는 현 정부의 정치적 어젠다가 자리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경제가 나아지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변화에 대한 시도를 포기한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5% 상승하면 최소 4만3000개에서 최대 10만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최저임금 상승률이 16.4%였던 2018년 일자리가 15만9000개 감소했고 10.9%였던 2019년에는 27만7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세계적 트렌드는 테크놀로지가 모든 것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제조업은 물론이고 대표적 서비스 산업인 의료·법률·금융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으로 인해 고용이 대체되고 있는 시점에서 생산성 향상과 무관한 임금 상승은 고용 시장의 냉각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주52시간 근무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해 더 위축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충격으로 벼랑 끝에까지 내몰리게 됐다. 중소기업의 52.8%가 영업이익으로 대출 등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고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예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24.6%로 미국 6.1%, 일본 10.0%에 비하면 매우 높다. 비슷한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가진 이탈리아의 22.7%보다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는 30개월 연속 감소한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8개월 연속 증가했다. 수입이 줄어들고 고용원 임금이 상승하면서 그나마 사용하던 인력도 다 내보내고 고용주가 홀로 운영할 수밖에 없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상승률과 임금 총액 상승률의 증감이 같은 형태를 보인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일반 정규직 임금 상승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노동 시장의 양극화와 실업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어려운 시기 고통 분담에 동참하기를 외면한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약 12%를 대표한다. 기존 일자리만 보호하고 있던 일자리까지 없애 버리는 최저임금 상승의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일용직, 20대 시간제 근로직 등 취약 계층의 몫이다. 힘의 논리보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그리고 생산성 향상 등의 객관적 경제 지표를 고려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필요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