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주로 재탄생한 독 브루어리

[막걸리 열전]

‘독 브루어리’의 정체성은 ‘올드 뉴(old new)’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좋은 술’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렇게 좋은 술을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좀 더 대중적인 막걸리를 내놓았다. 지난 1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실험적인 막걸리를 빚던 독 브루어리가 경기도 김포로 자리를 옮겼다. 기존에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해 막걸리의 한계를 넘고자 했다면 지금은 김포 지역의 특색을 담아내면서 음용성 있는 막걸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양조 전 3일 내에 도정한 쌀을 사용해 신선함이 살아 있는 DOK막걸리.
△ 양조 전 3일 내에 도정한 쌀을 사용해 신선함이 살아 있는 DOK막걸리.
실력 있는 세 사람이 만든 DOK막걸리
새로운 독 브루어리는 양조를 위해서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세 청년의 의기투합에서 탄생했다. 고릴라브루잉의 최고운영관리자(COO)였던 추덕승 독 브루어리 대표와 독 브루어리 양조사이자 창업자였던 이규민 상무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우화섭 상무가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2019년 7월 ‘노크(Knock)’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에서다. 노크는 효모와 누룩을 넣은 사우어 에일 맥주로, 당시 맥주 버전과 막걸리 버전으로 선보이며 시장에서 관심을 모았다. 추덕승 대표는 그때부터 ‘이 팀이 뭉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추 대표는 하나의 팀으로 새로운 막걸리 양조장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두 사람 모두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조장의 색깔도 확 달라졌다. 기존의 실험적인 레시피와 도전적인 맛으로는 제한적인 팬층과 소통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독 브루어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6%의 저도수로 깔끔하고 달콤한 막걸리를 만들었다. 5월 17일 ‘독(DOK)막걸리’를 정식 론칭하기까지 맛의 완성도를 높여 가는 작업을 반복했다.
△ 6%의 저도수로 깔끔하고 달콤한 막걸리를 빚는 독 브루어리.
△ 6%의 저도수로 깔끔하고 달콤한 막걸리를 빚는 독 브루어리.
독 브루어리는 ‘신선한 맛과 멋을 전달하고 막걸리로 즐거운 소통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효모가 살아 있는 생막걸리를 ‘라이브(LIVE) 막걸리’라고 정의했다. DOK막걸리는 3가지가 살아 있다. 독 브루어리는 최고 품질의 김포금쌀만으로 술을 빚는데 양조 전 3일 내에 도정한 쌀을 사용해 신선함을 잡았다. 여기에 쌀을 곱게 갈아 넣어 부드러운 질감이 입안 가득 느껴지도록 했다. 둘째는 뽀얀 우유 빛깔을 띠는 색이다. 독 브루어리는 순백의 막걸리 색을 ‘막걸리 화이트’라고 표현했다. ‘탁주는 탁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다. DOK막걸리는 막걸리 화이트 컬러를 통해서도 보드라운 질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저온 숙성을 통해 맛과 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온도 제어 탱크가 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싱그러운 참외와 멜론의 달콤한 과육 풍미가 살아 있다.

독 브루어리는 최고의 맛을 유지시키기 위해 매일 실험하고 양조 데이터를 기록한다. 발효는 술 안에 살아 있는 효모의 환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효모가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매일 발효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 데이터 관리를 통해 일정한 수치로 발효 효소를 관리하기 때문에 변수가 줄어들고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DOK막걸리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풍미가 달라진다. 병입 초기에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병 숙성 과정에서 산미와 탄산이 더해져 가볍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온도 제어 탱크가 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싱그러운 참외와 멜론의 달콤한 과육 풍미를 느낄 수 있다.
△ 온도 제어 탱크가 저온을 일정하게 유지해 싱그러운 참외와 멜론의 달콤한 과육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지역과 상생하는 술
독 브루어리는 김포에서 재배한 농특산물로 시즈널 막걸리를 선보일 계획이다. 사계절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양조장 설립 초기부터 지역 농가를 찾아다니며 계약했다.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베리류, 가을에는 햅쌀·배·사과, 겨울에는 포도를 넣은 신선한 막걸리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역 농산물을 높은 가격에 매입해 고부가 가치로 판매해 보겠다는 취지도 담았다.

추 대표는 “지역과 상생해 세상에 새롭게 나아갈 수 있는 술, 이를 통해 우리 지역의 농산물을 새롭게 알릴 수 있는 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독 브루어리는 어떻게 하면 좋은 맛과 풍미·향미를 찾을 수 있을지, 더 좋은 품질의 기술을 계속해 접목할 방법을 찾아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고 수유동의 DOK브루어리가 가진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챌린지를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술은 계속된다는 얘기다.

“다시 한 번 우리 브랜드의 마니아층에게 예전에 가졌던 향수를 달래 주려고 준비 중이에요. 아무도 모르게 깜짝 발표하려고요. 독 이즈 백(DOK is back)!”

[인터뷰] 추덕승 독 브루어리 대표
△추덕승 독 브루어리 대표.
△추덕승 독 브루어리 대표.
패키지에 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단순함·직관성·위트 등 3가지 철학을 담았다. 누가 봐도 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독은 한국에만 있는 문화다. 일상에서 언제나 신선하고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독이 됐으면 한다. 위트는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나중에 보여주겠다. (웃음)”

최근 와디즈 펀딩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막걸리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것은 김포의 양조장 중 우리가 처음이다. 내부적인 목표는 1000만원만 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3000만원을 넘겼다. 많은 팬들을 만난 게 큰 성과다. 새로운 펀딩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오픈도 준비 중이다. 김포 소소마켓에서도 DOK막걸리를 만날 수 있다.”

생산 규모는 어떻게 되나.
“1000mL 기준으로 월 4만 병 정도 생산한다. 수유동에 비해서는 생산 규모가 커졌다.”

이진이 한경무크 기자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