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 이어 아테네도 최고 열관리 책임자 등용
이상기후를 ‘위험’으로 인식한 것

전례 없는 폭염과 이상기후, 도시 재설계 나선 ‘최고 열관리 책임자’
전 세계가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와 그리스 아테네가 올해 여름 이어진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최고 열관리 책임자’(CHO, Chief Heat Officer)를 임명했다. 기존 금융, 기업 내부의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 등장했던 최고위험관리책임자가 기후까지 진출한 것이다. 도시들은 기후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그 위험을 관리하는 최고위험관리책임자를 발 빠르게 임명했다. 임명된 책임자들은 폭염과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도시의 재설계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폭염 대응 위해 세계 최초로 열관리 책임자 등용한 마이애미

세계 최초로 최고 열관리 책임자를 임명한 다니엘라 레빈 카바 마이애미 시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염으로 인해 허리케인, 홍수 등의 자연재해와 함께 기후 위기의 가속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빈곤 지역사회는 이러한 자연재해로 인한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처를 위한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마이애미 최고 열관리 책임자로 임명된 제인 길버트는 도로 지열을 흡수할 수 있는 나무 덮개 30% 증가, 녹색 지붕 설치, 포장도로 가이드라인 개정 등을 주요 목표로 두고 도시 재설계에 나선다. 기후 위기 비상 대응을 위해 전문 봉사자로 구성된 재해 봉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도시 차원에서 미국 전역까지 기후 대응을 위한 훈련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미국 국립 기상청은 올 6월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더웠던 달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서부에는 폭염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파괴 문제도 잇따랐다. 여름 기온이 상승하며 수온도 함께 상승해 강에 살고 있는 다양한 어종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폭염과 건조한 공기로 인한 대규모 산불 역시도 낯선 뉴스가 아니다. 록펠러 재단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루이빌, 오클랜드, 피닉스, 휴스턴 등 미국 내 30여 개 도시에서 기상 이변 대처를 위한 전문가 고용 등 적극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아테네도 이상기후 해결 위해 최고 열관리 책임자 세워

마이애미의 뒤를 이어 최고 열관리 책임자를 임명한 곳은 그리스의 아테네다. 그리스 역시도 이상 고온 현상과 허리케인 등으로 전례 없는 기후 위기를 맞닥뜨렸다. 이후 아테네는 엘리니 미리빌리 전 부시장을 최고 열관리 책임자로 임명하고 도시 기온을 낮출 방안 마련에 나섰다. 미리빌리 책임자는 아슈트-록펠러 재단 도시 회복센터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이니셔티브인 도시 열 관리 액션(CCHA, City Champions for Heat Action)의 초기 멤버다.

우선적으로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도로와 건물을 재설계해 도시 전체의 기온을 낮추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건물에 사용되는 재료를 조사해 친환경 건물을 확보하고 녹지공간 조성과 스프링클러 설치 등으로 안정적인 도시 냉각을 이뤄내는 것이 최종 목표다.

안네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러한 아테네의 움직임을 지지하며 “기후라는 조용한 살인마가 더 많은 사망자를 낳지 않도록 도시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을 통해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