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음식 배달 등 전방위로 확산 중인 규제…출생률 높이려 사교육도 금지

[글로벌 현장]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을 오가는 인파의 모습.(/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지하철역을 오가는 인파의 모습.(/연합뉴스)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압박을 연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검찰은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에 민사 공익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는 음식 배달·사교육·부동산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베이징 검찰은 최근 위챗의 ‘청소년 모드’에 청소년보호법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청소년의 합법적 권익을 침해한다면서 공익 소송을 제기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검찰은 다만 텐센트의 구체적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민감한 보고서 삭제한 텐센트
빅테크 기업 향한 규제의 칼날 들이댄 중국 [글로벌 현장]
위챗은 실제 이용자 수가 12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대표 소셜 미디어다. 중국에선 대부분 위챗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상품을 결제하며 동영상 등 게시물을 올리고 관심사를 공유한다. 텐센트는 지난해 10월 청소년 모드를 출시했다. 최신 버전은 부모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 접속, 동영상 스트리밍, 신용카드 사용 등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텐센트 측은 성명을 통해 “청소년 모드의 기능을 성실히 검사하고 이용자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공익 소송에 진지하게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검찰이 빅테크를 상대로 이러한 방식의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고 패소한다면 상당한 벌금과 배상액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텐센트연구소가 발간한 ‘디지털 경제에서 중국과 미국 간 확대되는 격차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자사 홈페이지와 텐센트연구소 위챗 계정에 게재했다가 검찰의 소송 제기 발표 직후 모두 삭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6~2018년 급성장한 중국 빅테크들이 현재 성장 둔화에 직면했고 매출과 시가 총액에서 모두 미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과거 산업혁명 기회를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보 발달과 디지털 혁명의 역사적 기회를 꽉 붙잡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SCMP는 “해당 보고서는 중국 검찰이 텐센트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이후 삭제됐다”면서 “중국 당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고서가 민감한 주제를 다룬 것을 강조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당국의 규제와 관영 매체 보도로 주가 폭락 사태가 촉발된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의 시총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인터넷 기업 순위에서 각각 6위와 7위를 차지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시총 합계는 올해 중반까지 세계 상위 7개 인터넷 기업 시총 총액의 13.3%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말의 17.4%, 2017년 말의 23.8%에서 크게 줄어든 규모다. 올 2월 최고점을 기록했던 텐센트의 주가는 최근 고점 대비 40% 이상 내렸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시장감독총국 등 중국 정부 기구 7곳이 지난 7월 합동으로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 플랫폼의 의무를 실천하고 배달원의 권익을 철저히 수호하는 것에 관한 의견(지침)’을 내놓았다. 중국에서 정부의 지침은 사실상 법률적 효력을 갖는다.

중국 음식 배달 시장점유율은 1위 메이퇀뎬핑이 60%, 2위 어러머가 35% 정도로 두 업체가 95%를 차지하고 있다. 메이퇀뎬핑은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다. 어러머는 알리바바그룹 계열사다. 배달원 권익 보호 역시 빅테크 견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각 업체에 속한 배달원은 메이퇀뎬핑이 950만 명, 어러머가 300만 명 정도다.

이번 지침의 핵심은 배달원 임금 인상과 휴식 시간 보장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들에 배달원 사회보험 가입 의무를 부과했다. 배달원들은 각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사업자이거나 인력 파견 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본사가 사회보험에 가입해 주도록 한 것이다.
음식 배달 플랫폼엔 연일 벌금 부과
또 보수적으로 계산한 배달원의 평균 수입이 해당 지역의 노동자 최저임금에 못 미쳐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각지에 배달원 휴식 장소를 마련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고도 요구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되면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메이퇀뎬핑과 어러머의 실적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 배달원 권익 향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에는 사회 안정도 있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음식 배달 시장에 대거 내몰렸고 그 과정에서 배달원 처우도 악화됐다. 이들이 사회 불만 세력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메이퇀뎬핑에 독점 규정 위반을 이유로 10억 달러(약 1조15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퇀뎬핑이 시장의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입주 기업과 경쟁사·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감독총국은 메이퇀뎬핑이 광둥성 지역 요식업계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고 다른 플랫폼에 등록하면 징벌적 수수료를 부과하는 독점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메이퇀뎬핑은 독점 행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플랫폼 이용 상인들에 대한 수수료를 낮추고 독점 약정 규정을 폐지하는 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공산당 중앙판공청과 행정부인 국무원 판공청은 지난 7월 ‘의무 교육 단계 학생들의 숙제 부담과 학원 수업 부담의 경감에 관한 의견’을 발표했다.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한국의 청와대 비서실과 비슷한 조직이다. 이 지침에 실린 무게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침에 따르면 의무 교육 단계인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영어나 수학 같은 이른바 ‘학과류’를 가르치는 사교육 업체는 일괄적으로 비영리 기구로 등록해야 한다. 사교육 업체의 신규 등록도 중단된다. 비영리 기구가 되면 이익이 나도 돈을 빼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돈을 벌 목적으로 학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얘기다.

온라인 교육 업체는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뀐다. 기존 업체들은 전면 조사를 거쳐 다시 허가받아야 한다. 온라인 교육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사교육 업체가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상장 교육 업체가 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금지된다.

중국 지도부가 이런 강도 높은 사교육 금지 정책을 내놓은 것은 사교육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키우고 부모의 경제적 부담 증가로 이어져 출생률 하락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인구가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중국인 스스로 인구 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고 경제적으로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은 선진국 기업들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도약하는 데도 풍부한 노동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출생률 제고를 모든 정책 기조에 깔고 있다. 여기에서 나온 게 교육비 절감이다.

30년 넘게 이어 온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중국의 교육열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가뜩이나 관시(關係)가 중요한 중국에서 칭화대나 베이징대 같은 명문 대학을 나오는 것은 학연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폭 높여 주기도 한다.

그런데 중국은 국가 경제 규모가 미국에 이어 2위이지만 여전히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이제야 1만 달러를 넘은 중진국이다. 재정적으로 아직 여유가 많지 않고 교육 인프라는 특히 부족하다. 부자들은 비싼 돈을 기꺼이 내고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킨다. 부자가 아닌 대부분의 중국인들은 아이를 낳아 무리하게 사교육을 시킬지, 아니면 아예 애를 낳지 않을지, 그것도 아니면 사교육을 아예 포기할지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부동산 값까지 치솟다 보니 애를 낳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출생률이 자꾸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정책이 사교육 금지다. 다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벌써 불법 과외가 성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공산당에 중요한 것은 정책 효과보다 정책이 주는 메시지라는 분석도 있다. 불만의 타깃을 사교육 업체나 불법 과외를 하는 부유층에게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중국)=강현우 한국경제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