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최 확정돼 상표권 등록 완료…명칭 변경 시 분쟁 휘말릴 수 있어

[지식재산권 산책]
2021년에 열렸는데…‘2020 도쿄 올림픽’ 명칭 사용한 이유 [송재섭의 지식재산권 산책]
‘2020 도쿄 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모두 마치고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좋은 성과를 거둔 대한민국 선수단에 아낌없는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이번 올림픽은 작년 7월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1년 연기돼 올해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20 도쿄 올림픽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표권 문제도 그중 하나다.

도쿄 올림픽은 2013년 개최가 확정돼 상표 등록이 이미 완료됐다. 만약 대회 명칭을 변경하면 자칫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일본올림픽조직위원회(JOC) 등이 상표 사용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OC의 ‘올림픽’ 브랜드 관리 노력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단순한 행사의 명칭이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는 지식재산이다. IOC는 올림픽 관련 명칭과 오륜기 및 대회 엠블럼 등을 각국에 상표로 등록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올림픽 재산’으로 강력히 보호하고 있다.

IOC는 한국에서도 많은 올림픽 대회 로고를 상표로 등록해 두고 있다(참고로 한국 상표법은 IOC가 아닌 자가 올림픽 관련 상표를 등록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올림픽의 최상급 공식 후원사로 선정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최소 2억 달러로 알려져 있는데, 올림픽 브랜드가 이처럼 값비싸게 유지되고 있는 배경에는 IOC의 올림픽 브랜드 관리 노력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IOC는 개별 회원국으로 하여금 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하도록 함으로써 공식 스폰서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올림픽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 별도 제정해 브랜드 보호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 역시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 당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 및 동계 패럴림픽 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평창 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해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유사한 명칭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이와 같이 IOC는 여러 갈래로 각국 올림픽위원회와 공조해 올림픽 명칭 등에 대한 독점적 상표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올림픽과 관련한 명칭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도 경기장에 올림픽 명칭을 붙이기 위해 IOC와 지난한 협상을 벌이기까지 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올림픽 대신 ‘국제체육대회’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사례까지 있지만 단지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적인 종합 스포츠 행사’를 지칭하기 위해 올림픽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는 상표권 침해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올림픽을 마케팅과 홍보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많은 기업들은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올림픽과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데, 이를 일컬어 ‘앰부시(ambush) 마케팅’이라고 한다.

앰부시 마케팅은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이 올림픽 등 특정 행사와 관련해 마치 후원 계약을 한 것처럼 대중이 오인하게 만들어 해당 행사가 갖는 상업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앰부시 마케팅 자체가 반드시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케팅 활동의 목적과 내용, 그에 관한 대중의 인식 등 여러 사정에 따라 앰부시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등록 상표와의 출처 혼동을 야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상표권 침해가 인정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앰부시 마케팅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례들도 있다. 특히 IOC는 올림픽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 올림픽 특별법에서 앰부시 마케팅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따라 평창 올림픽 특별법에서도 앰부시 마케팅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한 사례가 있다.

2020 도쿄 올림픽은 끝났지만 내년에는 베이징에서, 그리고 3년 후에는 파리에서 또 다른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올림픽에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자 한다면 올림픽 관련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송재섭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