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영입·현지화 전략 등 사업 저변 넓혀
클라우드 바탕으로 테크 기업 도약 선포

[스페셜 리포트①]

숙박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알려진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환골탈태를 꿈꾼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로 데이터를 모아 예약, 호텔 운영, 레저 소비 등 여행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가 야놀자를 통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게 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숙소·레저·교통·맛집 등이 탑재된 야놀자 슈퍼앱(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으로 한국 시장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을 주도하고 야놀자 클라우드로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겨냥한다.
손정의는 왜 야놀자에 투자했나[야놀자, 쿠팡 될까 위워크 될까①]
모바일 하나로 예약·체크인·룸 서비스 이용 등을 모두 비대면으로 해결하고 소수의 인원으로 호텔을 운영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야놀자가 야심차게 준비 중인 자동화 솔루션 ‘와이플럭스’ 이야기다. 야놀자는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 관리 솔루션에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와 기업(호텔 등) 고객을 공략한 비대면 호텔 이용 서비스를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2019년 와이플럭스 키오스크를 선보였고 지난해 6월 KT 등과 IoT 기반의 객실 관리 시스템 ‘와이플럭스 GRMS’를 만들어 서울 강남구 보리호텔에 시범 적용했다.

8월 11일 야놀자가 구현하는 미래 호텔의 모습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에 있는 야놀자 쇼룸에서 직접 ‘와이플럭스’를 이용해 봤다.

우선 쇼룸에 들어서니 정면에 보이는 컴퓨터 화면에 기자의 모습과 그 위에 ‘여성, 27세, 기분-좋음’ 등 정보가 표시돼 나타났다. 천장에 부착된 스마트 로비 카메라가 적외선 카메라와 센서로 로비에 들어서는 손님의 성별과 추정 연령대, 감정 상태를 분석한 것이다. 성별 인식은 거의 정확했지만 나이는 실제 대비 대여섯 살 어리게 표시됐다. 마스크를 착용한 데다 기본 안면 데이터가 서양인을 기준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동양인을 대상으로는 아직 오차가 있어 보였다.

이번엔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 체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받은 QR코드를 키오스크에 인식시키니 5초 만에 체크인 완료와 함께 자판기처럼 객실 키가 입구에 툭 떨어졌다. 쇼룸 안쪽엔 호텔 객실 문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예약할 때 받은 링크로 투숙객 전용 페이지(와이플럭스 패스)에 접속해 객실 문을 열기 전 모바일로 ‘전체 전원’ 버튼을 눌러 조명을 켰다. 키오스크를 통해 열쇠를 받았지만 이번에도 모바일에서 ‘객실 문 열기’를 눌러 잠금을 풀었다. 문을 열자 환한 조명이 반겼다. 이 밖에 와이플럭스 패스엔 온도 조절과 엘리베이터 호출, 청소 요청 등 버튼이 있었다. 수건이나 물 등을 달라는 요청도 프런트에 전화로 문의하지 않고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야놀자 직원은 설명했다.
야놀자 쇼룸에 있는 스마트 로비 카메라가 야놀자 관계자(왼쪽)의 모습을 인식한 화면과 기자가 와이플럭스 패스를 이용하는 모습./사진=한경비즈니스
야놀자 쇼룸에 있는 스마트 로비 카메라가 야놀자 관계자(왼쪽)의 모습을 인식한 화면과 기자가 와이플럭스 패스를 이용하는 모습./사진=한경비즈니스
이처럼 와이플럭스 기술은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기업 고객이 이 서비스에 주목하는 이유다. 또 기업의 운영비도 절감돼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예컨대 현재는 호텔 객실 청소를 위해 일일이 문을 두드려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와이플럭스가 구현된 호텔에선 센서를 통해 고객이 방에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투자의 왕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한 것도 와이플럭스에 쓰인 정보기술(IT)의 기술력과 확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손 회장은 스스로를 비전 투자자라고 정의할 만큼 될성부른 기술 기업의 떡잎을 발견하는 데 능하고 거대 자금을 투자해 성공시킨다. 그런 손 회장이 야놀자를 숙박 중개 앱으로 보지 않고 테크 기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인재 영입, 공격적 투자로 흑자전환
올해 6월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테크 올인(Tech All-in)’ 비전을 선포했다. 야놀자가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서 여가 관련 기술력과 노하우를 통해 시장을 이끌겠다는 의미다. 사실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한국에선 생소하게 다가온다. 2007년 설립된 야놀자는 숙박 시설을 검색해 가격 비교와 후기를 보고 예약할 수 있는 앱을 제공하며 세간에 알려졌다. 사업 초창기엔 여기어때·데일리호텔 등과 경쟁하며 숙박 예약업에만 치중했다. 3사가 쿠폰 할인을 쏟아내며 치킨게임(제 살 깎기식 출혈 경쟁)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야놀자는 최근 5년 사이 숙박 예약과 호텔 관광업 서비스(호스피탈리티 솔루션), 공간 사업(건축‧디자인‧임대) 등 3개 사업으로 영토를 넓혔다. 한국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선 야놀자 앱에 숙박 상품과 연계할 수 있는 교통‧맛집‧레저 등 여행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슈퍼앱(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으로 변신하고 글로벌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선 클라우드 방식의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을 앞세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닦고 있다.

지난 5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야놀자가 테크 기업으로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첫째, 인재 영입이다. ‘인사만사(人事萬事)’, ‘좋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써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이 총괄대표는 눈에 띄는 인재가 있다면 삼고초려해서라도 기어이 영입할 정도로 인재 욕심이 많다. 삼성·현대·SK 등 한국 대기업 출신부터 구글·맥킨지 등 글로벌 기업의 인재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영입에 성공했다. 특히 야놀자 클라우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김종윤 대표는 이 총괄대표가 1년 가까이 영입에 공을 들인 끝에 2015년 부대표로 입사,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여기에 이 총괄대표는 이들에게 자율권과 업무 관련 전권까지 주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줬다. 김 대표가 해외와 클라우드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야놀자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던 셈이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왼쪽)와 김종윤 야놀자 부문대표 겸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왼쪽)와 김종윤 야놀자 부문대표 겸 야놀자 클라우드 대표.
둘째, 공격적인 투자 경영이다. 야놀자는 숙박 중개 사업의 경우 2016년 호텔 타임커머스 플랫폼 호텔나우를, 2018년 3월 레저·액티비티 솔루션 기업인 레디큐를 인수하며 콘텐츠를 강화했다. 이듬해 9월에는 데일리의 경영권을 확보해 몸집을 키웠다. 한때 야놀자와 양대 산맥을 이뤘던 여기어때가 맛집 추천 플랫폼 망고플레이트 한 개만 인수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광폭적인 행보다. 다만 레저큐와 데일리는 야놀자 편입 이후에도 계속 적자를 내는 등 예상했던 수준의 시너지를 내지 못해 최근 합병을 통해 소멸시킨 상태다.

클라우드 사업을 위한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에도 가속 폐달을 밟았다. 야놀자는 2017년 호텔·레저시설·레스토랑 등 여가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으로 개발했다. 2019년 한국 PMS 시장점유율 1위의 가람정보통신과 씨리얼에 이어 그해 9월 세계 시장점유율 2위인 이지(eZee)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며 기술 확보에 매진했다. 이 덕분에 야놀자는 반년 만에 전 세계에 2만1000여 개의 호텔을 고객으로 둔 글로벌 PMS 기업으로 우뚝 올라섰다. 현재 전 세계 170여 개국 3만 개 이상 호텔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연구·개발(R&D) 인재를 단기적으로 1000명까지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전체 임직원의 70% 이상으로 꾸려 기술 혁신에 올인할 방침이다.

셋째, 적극적인 투자 유치다. 야놀자는 2015년 파트너인베스트먼트로부터 당시 벤처 투자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였던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투자 유치에 두 팔을 걷어붙여 총 10건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7월 기준 누적 투자 유치금은 2조3710억원이다. 손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조 단위 투자도 하루아침에 갑자기 받은 게 아니다. 김 대표가 투입된 후 계속 관계를 이어 왔고 AI·빅데이터·자동화를 내세우며 5년간 꾸준히 문을 두드린 결실이다.
손정의는 왜 야놀자에 투자했나[야놀자, 쿠팡 될까 위워크 될까①]
넷째, 현지화 전략이다. 야놀자는 다른 글로벌 온라인 여행 플랫폼(OTA)과 달리 중국·일본·동남아시아 등 현지에서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토종 브랜드를 앞세웠다. 2018년부터 일본의 라쿠텐, 중국 트립닷컴 등 대표 주자들과 제휴, 글로벌 호텔 예약 서비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뛰어들었다. 예컨대 중국인이 한국을 여행할 때 트립닷컴을 이용해 숙소를 검색하면 야놀자 앱에 있는 콘텐츠와 연동돼 예약할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토종 OTA가 없는 동남아에선 1000개 이상의 이코노미급 호텔 체인을 운영 중인 기업 ‘젠룸스’를 인수했다. 미국과 유럽 등에 진출하기 위해 익스피디아·아고다·호스텔월드 등 글로벌 OTA와도 손을 잡았다.

야놀자의 해외 매출은 2018년 69억원에서 2019년 300억원으로 4배 이상 뛰었다. 국내·글로벌 사업을 포함한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5년 367억원에서 2016년 500억원을 넘어섰고 2017년 1000억원, 2019년 2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전년 대비 17% 증가한 2888억원을 기록, 5년 새 8배 가까이 성장했다.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출범한 지 13년 만이다. 다만 아직 당기순손실 상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숙박 앱 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고 단순 숙박 앱이 아니라 레저·맛집·교통 등 여행과 관련된 모든 것들과 제휴하며 종합 여행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또 OTA 업체가 기술을 개발하고 클라우드라는 신산업을 공략했다”며 “최근엔 부동산 플랫폼으로의 진출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향후 트래블 테크를 넘어 프롭테크 시장까지 진출하는 테크 기업으로의 성장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정의는 왜 야놀자에 투자했나[야놀자, 쿠팡 될까 위워크 될까①]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