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기업 중 유일하게 혁신 기업에 지정된 대전의 테크핀 기업

[인터뷰]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루센트블록은 정부 출연 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 창업 프로그램의 지원으로 2018년 설립된 테크핀 기업이다. 루센트블록의 핵심 서비스는 부동산 수익 증권 거래 플랫폼인 ‘소유’다. 주식처럼 부동산을 소액 투자해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 철학이다.

비수도권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혁신 기업에 지정된 대전 거점의 테크핀 기업 창업자인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허 대표는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목표가 루센트블록의 창업 이유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최대 프롭테크(부동산+기술) 기업으로, 한국의 ‘직방’과 같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마미코스’와 파트너십도 맺었다. 이를 통해 한국을 넘어 동남아권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루센트블록은 어떤 기업인가.

“루센트블록은 그동안 기관투자가나 거액 자산가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고가의 상업용 빌딩을 증권화해 일반인도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부동산 증권 거래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과거 서울 성수동에서 공유 오피스 사업을 운영하는 대표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임차인이 신규 브랜드 입점 등으로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데 이익은 임대인에게 돌아간다. ‘이를 함께 공유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루센트블록을 시작하게 됐다.”

-핵심 수익 모델과 집중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 사업 모델이 있다. 먼저 부동산 증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수익 모델이다. 부동산을 루센트블록 플랫폼에 상장할 경우와 투자자가 플랫폼으로 부동산 증권 거래를 하는 경우 향후 부동산이 청산될 때 발생하는 수수료 등이 주된 수익원이다. 우량 기업이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것처럼 한국 곳곳에 셀 수 없이 많은 우량 건물을 상장시킬 예정이다. 2019년 기준 1000억원 이하의 부동산 거래 규모는 21조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4조5000억원으로 커졌다. 큰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관·펀드·자산가들의 영역이었는데 이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둘째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찾은 신사업이다. 중소형 부동산에 특화된 건물 관리 솔루션이다. 중소형 부동산을 상장시키고 발품을 팔며 건물주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았는데 대부분 관리에 큰 고민을 안고 있었다. 큰 건물은 관리를 맡은 업체의 시스템이 체계화돼 있다. 반면 중소형 부동산은 여러 가지 이유로 관리가 어렵다. 이는 건물의 수익률과도 직결된다. 루센트블록은 거래 플랫폼과의 직간접적 시너지를 내기 위해 관리 솔루션도 개발해 운영 중이다. 처음에는 플랫폼 상장 건물에 쓸 용도로 개발했지만 현재 입소문을 타고 다수의 업체가 이용을 요청한 상태다.”

-수익은 건물 임대를 통한 임대료 수입과 건물 매도 시 발생하는 시세 차익 분배도 있다. 투자자가 다른 이익도 얻을 수 있나.

“부동산 증권 거래 플랫폼답게 투자자는 실시간으로 관련 증권을 사고팔 수 있다. 수익 증권을 보유한 소유자는 월세를 기반으로 한 배당금을 받을 수 있고 추후 건물 매도 시 발생하는 시세 차익에 대한 분배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증권 거래 플랫폼인 만큼 투자자가 건물 매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해 오늘 증권을 매수했다가 다음 주에 매도하면 건물 가치가 상승했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고가 상업용 빌딩 증권화…모든 이에 부동산 소유 기회 제공”
-부동산을 일부 매수한 임대인(투자자) 외에도 임차인 역시 어느 정도 이점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이익이 있나.

“경제학 수업을 들으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을 배운다.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돼 중산층 이상의 계층의 유입돼 기존 저소득층 원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이다. 이를 건물 등에 비유하면 고민과 노력을 통해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이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소비자가 찾아오게 되면 가치가 상승해 임대료가 오르고 쫓겨나는 자영업자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인 임차인이 건물을 살 만큼의 자금이 없더라도 장사를 통한 수익금의 일부를 본인이 임차한 건물에 투자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건물 가치를 올리는 주체 중 하나인 임차인 역시 가치 상승에 따른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다.”

-안명숙 전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장 등 우수 인력을 최근 많이 영입하고 있다. 현재 임직원은 40여 명인데 앞으로도 채용 인력을 계속 늘릴 계획인가.

“당연하다.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능한 동료라고 생각한다. 스스로도 매일 임직원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안명숙 이사 외에도 정말 많은 인재들이 있다. 올림피아드 메달리스트와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인재가 인재를 불러 모은다. 루센트블록은 대전이 낳은 대전에서 가장 핫한 기업이라고 자부한다. 앞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많은 분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향후 신규 투자와 새롭게 시작할 사업 계획이 있을지 궁금하다.

“금융위원회에서 올해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전 3년간 정말 많은 이들의 도움을 얻었다. 금융 당국과 유관 기관에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시점이다. 도움을 받은 만큼 사업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우선 본질에 집중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양질의 부동산에 보다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플랫폼을 구축해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향후 5년 안에 부동산 매매에 대한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는 음원 저작권·그림·명품 등의 거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기업 대표로서 임직원과 투자자, 많은 이해관계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우리에게는 큰 꿈이 있다. 모든 이에게 소유의 기회를 준다는 사명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모두가 부자가 될 수는 없다. 단, 최소한 일반인도 자산가가 투자하던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연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약자도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역사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서울과 대전을 200여 번 오갔다. 지구 반 바퀴 이상을 이동한 셈이다. 처음부터 어려웠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지만 매일 감사하는 마음과 간절한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루센트블록의 경영 철학을 반드시 달성하겠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