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부담률 상승세 OECD 국가 중 가장 가팔라…서민경제고통지수는 사상 최고
[경제 돋보기] 한국의 국민부담률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다. 2015년에서 2019년 사이 국민부담률은 23.7%에서 27.4%로 급속하게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가장 가파르게 늘었다. 같은 기간 프랑스가 0.1%포인트, 영국이 0.6%포인트 증가했고 미국은 오히려 1.7%포인트 감소했다. OECD 평균이 0.5%포인트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7배가 넘는 규모다.국민부담률은 조세부담률과 사회보장부담률을 합한 것이다. 조세부담률은 국세와 지방세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고 사회보장부담률은 4대 연금과 건강보험·고용보험 등 각종 사회 보장 관련 부담금을 합산한 금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준조세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세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사회보장부담금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10조원 정도 쌓여 있던 고용보험기금이 방만하게 운영된 결과 3년 만에 고갈된 것이다. 올해 말에는 기금 부족이 2조7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마구잡이 건강보험 확대 적용으로 인해 2018년부터 적자인 건강보험도 2026년에는 기금 고갈이 예상된다. 국민부담률의 급격한 증가는 가처분 소득을 낮춤으로써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제 활력을 저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생활지수와 관련해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를 갖고 있는 세계적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130.02를 나타냈다. 이는 대상국 83개국 중 42위에 해당한다.
2017년 지수는 162.49였고 순위도 67개국 중 22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만에 지수가 30포인트 감소했고 순위도 20위나 아래로 내려갔다. 한국의 경제 규모에 비해 훨씬 열악한 루마니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은 1년 동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 부동산을 구입하는 데 대략 몇 년이 소요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한국의 2021년 PIR은 23.63으로 약 24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의 12.38에 비하면 기간이 두 배 정도 늘었다.
이 지표는 순위가 높을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42위에서 2021년 12위로 높아졌다. 정책 실패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지수로, 증가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커지는 것을 뜻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경제고통지수는 6.6을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 2.6%와 실업률 4%를 반영한 결과다. 2016년 지수는 4.4였지만 급속하게 증가해 최고치에 도달했다.
체감 실업률과 생활 물가 상승률을 합한 서민경제고통지수도 2016년 11.1에 비해 크게 증가한 16.8을 기록해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은 고용 취약 계층을 노동 시장으로부터 내몰아 버렸고 지나친 확대 재정 정책으로 풀려나온 돈은 인플레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자리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국내 물가가 오름세를 지속한다면 경제고통지수와 서민경제고통지수도 계속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모든 부담이 미래 세금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이 그 무엇보다 우려스럽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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