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들여 청년 창업자 양성
9월부터 전국 200개 BBQ 신규 매장 차례로 오픈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8월 23일 경기 이천의 ‘치킨대학’에서 열린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 교육’에서 회사의 역사와 프로젝트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사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8월 23일 경기 이천의 ‘치킨대학’에서 열린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 교육’에서 회사의 역사와 프로젝트 의미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국 최대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인 제너시스BBQ는 청년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에 합격한 200개 팀을 최종 선정해 8월 18일 회사 홈페이지에서 발표했다.

6 대 1 경쟁률 뚫은 예비 청년 창업자들

제너시스BBQ는 합격 팀을 6개조로 나눠 경기 이천의 ‘제너시스BBQ 치킨대학’에서 창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이수한 합격자들은 제너시스BBQ에서 각 8000만원 상당을 지원받아 9월부터 순차적으로 매장을 연다. 지원금에는 포장·전송(배달) 전문인 BSK(BBQ Smart Kitchen) 매장 오픈 지원을 비롯해 인테리어·설비·초기 운영 자금 등이 포함된다.

윤 회장은 8월 23일 열린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 교육’에서 “청년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더해진 취업난과 일자리 부족의 현실에 포기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그들의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기 위해 프로젝트를 마련하게 됐다”며 “합격자들이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파격적으로 지원해 외식 산업을 이끌어 나갈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 교육에 참석한 합격자가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사진)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 1기 교육에 참석한 합격자가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윤 회장은 올해 들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일환으로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총 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제너시스BBQ는 지난 7월 6일부터 30일까지 프로젝트에 응모한 7000여 명, 3500여 개 팀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공지능(AI) 역량 검사 등을 통해 8월 7일 500개 면접 대상 팀을 선발했다. 8월 13일부터 이틀간 치킨대학에서 진행한 심층 면접 등의 최종 심사를 거쳐 200개 팀을 합격자로 선정했다.

합격자들은 서울·경기·강원·충청·영남·호남 등 6개 권역에서 평균 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선발됐다. 권역별 지원율은 경기가 전체의 36%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경쟁률은 호남이 6.8 대 1로 가장 높았다.

제너시스BBQ는 심층 면접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상황를 감안해 체온 측정, 인원 제한, 거리 두기, 마스크 착용, 면접장 분리 등의 방역 수칙을 준수했다. 윤경주 제너시스BBQ 대표이사 부회장, 김태천 제너시스BBQ그룹 부회장 등 임직원 6명과 강북스타점 남승우 사장, 광장점 염현석 사장, 천안 백석점 김태풍 사장 등 패밀리 6명, 이승창 글로벌 프랜차이즈협의회 회장,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윤영걸 드림컨설팅원장 등 외식·창업 전문가 13명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면접장에는 각자의 사연을 지닌 전국의 지원자가 모였다. 20세부터 65세 최고령자까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한 지원자들이 창업 성공에 대한 간절함과 열정으로 도전해 결실을 봤다.
(사진) 면접자들이 제너시스BBQ 직원의 안내로 심층 면접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사진) 면접자들이 제너시스BBQ 직원의 안내로 심층 면접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던 경기 성남의 20대 이 모 씨는 우연한 기회에 예비 청년 창업자가 된 사례다. 이 씨는 최종 면접날 10년지기 친구와 함께였다. 그는 “취업한 선배들의 현실적 고민을 들으면서 취업 뒤에도 미래에 대한 걱정은 달라질 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 초년생부터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회사에 다니던 친구를 설득해 프로젝트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젊은 감성을 활용한 마케팅 등으로 이른바 ‘대박 매장’을 만들어 간다는 목표다.

대구에 거주하는 30대 지원자 김 모 씨는 어머니와 함께 BBQ 마크를 새긴 흰색 티셔츠를 입고 면접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김 씨는 10년 동안 버섯농장, 식품 가공업 등 연이은 사업 실패 뒤 커피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적은 수입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뉴스에서 프로젝트를 접한 어머니는 딸이 보다 안정적으로 생활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를 제안했다. 김 씨도 최종 합격자 명단에 올랐다.

각양의 사연으로 심사위원 마음 움직여

아버지와 함께 참가한 20대 지원자도 있었다. 대전에 사는 이 모 씨는 고깃집·치킨집·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해 왔다. 퇴직을 앞둔 아버지는 알바로 불안정하게 생활하는 막내아들을 평소 안타깝게 여겼다. 우연한 기회에 프로젝트 정보를 알고 아들이 안정적 수입 기반을 마련할 기회라고 판단해 설득 끝에 참여하게 됐다. 아버지는 면접 당일 아들과 양복을 맞춰 입고 ‘BBQ 필승’이라는 문구를 새긴 빨간띠를 머리에 감았다. ‘희망의 등불 생명 운명’이라고 적힌 어깨띠도 둘렀다. 아들이 프로 사업가가 되길 잔절히 바라는 마음을 심사위원에게 어필해 합격을 선물할 수 있었다.

충북 제천에 거주하는 20대 지원자 최 모 씨 모자의 사연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 씨의 아버지는 희귀 난치병인 크론병을 앓고 있다. 사업을 하다가 고소에 휘말려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가정 형편이 더욱 기울자 최 씨의 어머니가 홀로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최 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가족을 책임지려고 한다. 면접날 최 씨와 함께 참석한 어머니는 “내가 가장이 돼 생계를 어렵게 이어 왔는데 어린 아들이 새로운 가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위해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면서도 많이 걱정된다”며 눈물을 훔쳤다.

남매 지원자도 눈에 띄었다. 울산의 20대 지원자 김 모 씨는 부모가 일찍이 이혼해 아동 보호 시설에서 자라는 등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김 씨는 어려운 상황에도 좌절하는 대신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고 남동생을 검정고시 학원에도 보내며 뒷바라지해 왔다. 비슷한 처지의 남편을 만나 아이도 낳았지만 살림과 육아는 물론 동생까지 지원하느라 모아 둔 돈이 없다. 김 씨는 “이번 프로젝트가 남동생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로 생각돼 같이 지원했다”며 “어려웠지만 열심히 살아온 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성실히 배우고 매장을 잘 운영해 꼭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 남매는 울산에 치킨집을 차릴 수 있게 됐다.
(사진) 가정의 미래를 위해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부부가 최종 면접에 임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사진) 가정의 미래를 위해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에 지원한 부부가 최종 면접에 임하고 있다. /제너시스BBQ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실직자가 된 30대 가장도 새 출발을 앞두고 있다. 경기 평택의 강 모 씨는 계약직으로 일하며 정규직 전환을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용 계약이 자동 종료돼 생활이 막막해졌다. 고용 시장이 얼어붙어 새로운 직장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강 씨는 가정의 생계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창업을 고려하던 중 프로젝트 공고를 접하고 부인과 함께 지원했다. 그는 “힘든 시기 가장으로서 용기를 내 지원했다”며 “가족을 위해서라도 기회를 발판 삼아 성공한 아빠이자 남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심사 면접관으로 참석한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현장에서 다양한 사연을 들으면서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가 현실의 벽에 부닥쳐 능력과 열정을 펼치지 못한 이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면접장을 둘러본 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줌으로써 청년들이 열정을 갖고 도전할 기회를 만드는 게 기업의 역할이자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도 청년 창업 지원 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