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여객 수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국제선 정상화 없으면 마케팅 효과 제한적

[비즈니스 포커스]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는 항공기들.(/한국경제신문)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서 있는 항공기들.(/한국경제신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가져 온 항공업계의 위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기댈 곳’이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지난해보다 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에어부산 등은 모두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부분을 찾자면 국내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됐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내선 여객 수는 184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7%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여객 수가 1874만 명이었다는 것과 비교하면 근접한 수준으로 따라잡은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선 수요가 정상화되자 항공사들은 국내선 승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무착륙 비행으로 해외여행 기분 낸다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LCC 에어서울은 ‘무착륙 관광 비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국제선 여행에 목마른 소비자들을 공략 중이다. 9월에도 김포~김포 해외 무착륙 관광 비행을 3회 실시한다.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의 다카마쓰(가가와현)을 선회 비행한 후 다시 김포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에어서울은 9월 17일 처음으로 출발지와 도착지가 다른 해외 관광 비행을 실시한다. 이 관광 비행은 김포를 출발해 일본 상공을 선회 비행한 후 제주에 도착하는 여정으로, 롯데면세점 전세기로 운영될 예정이다.

제주항공도 9월 무착륙 국제선 관광 비행을 4편 운항한다. 출발 공항은 인천국제공항 2편, 김해국제공항 2편이다. 인천 출발편은 9월 11일·18일 오후 3시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대마도 상공을 거쳐 오후 5시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부산 출발편은 9월 11일·18일 오후 1시 30분에 김해공항을 출발해 일본 대마도 상공을 거쳐 오후 2시 30분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좌석 간 거리 두기로 114석만 판매된다.

무착륙 관광 비행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이 묶인 해외여행객들을 위한 서비스다. 이를 위해 항공사들은 비행기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요소를 마련했다. 해외여행의 꽃인 면세품 구매도 무착륙 비행에서 할 수 있다. 에어서울은 롯데면세점·신라인터넷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과 제휴, 면세점 할인과 적립금 혜택을 제공한다. 기내 면세품은 에어서울 예약센터에서 사전 주문, 주류·화장품 등을 최대 75%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국제 관광 비행 항공편의 1인당 면세 한도는 600달러, 구매 한도는 5000달러다. 여행객들은 시내 면세점과 온라인 면세점, 제주항공 온라인 면세점, 인천공항·김해공항 출국장 면세점에서 면세품을 쇼핑할 수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현대백화점면세점 등과 제휴 할인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 기내에서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듯한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에어서울의 이번 무착륙 비행은 일본 ‘사누키 우동’의 본고장인 다카마쓰(가가와현)의 테마 비행으로, 기내에서는 다카마쓰와 관련된 퀴즈 게임 등 다양한 경품 이벤트가 펼쳐진다. 경품으로는 코로나19 종식 후 인천~다카마쓰 노선 운항이 재개되면 사용할 수 있는 고토히라 온천 고토산가쿠 1박 숙박권을 비롯해 다카마쓰의 특산물 ‘사누키 우동’ 등이 준비돼 있고 에어서울 김포~제주 왕복항공권과 에어서울 로고숍 ‘민트몰’의 아기자기한 디자인 상품들도 추첨으로 제공될 예정이다.

제주항공의 9월 무착륙 국제 관광 비행은 괌 정부 관광청의 지원으로 4편 모두 괌 테마 비행으로 운항된다. 기내 이벤트와 추첨을 통해 괌 트래블 키트, 테르메덴 풀앤드스파 초대권 등을 준다.
무착륙 비행부터 와이파이까지…‘고군분투’ 나선 항공사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마케팅
아예 면세점과 손잡고 국내 여행과 면세품 구매를 더한 여행 상품도 나왔다. 아시아나항공은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김포~제주 국제선 관광 비행을 운항한다. 이 노선은 9월 24일 김포국제공항을 출발해 부산과 일본 상공을 비행한 뒤 오후 14시 5분 제주공항에 도착하는 국제선 겸 국내선 운항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제주 여행과 함께 면세품 쇼핑이 가능한 ‘일석이조’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국제선 운항이기 때문에 탑승객은 여권을 지참해야 하고 아시아나항공 기내 면세점을 비롯해 김포국제공항 면세점과 시내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단, 기내 면세점은 현장 주문을 할 수 없고 사전에 아시아나항공 인터넷 면세점에서 예약 주문해 구매할 수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취항에 나선 신규 항공사들은 고객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8월 11일 첫 취항에 나선 신규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는 기내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어프레미아는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당국의 허가를 받고 8월 14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에어프레미아에 따르면 이 항공사는 파나소닉 에비오닉스의 글로벌 위성 통신망을 통해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항공기 이륙 후 약 1만 피트 고도에 도달하면 기내에 와이파이 표시등이 뜨고 승객들은 이때부터 기내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는 용량이나 사용 시간대별로 총 4가지 유료 상품으로 구성됐고 상황에 맞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오픈 기념으로 국내선 운항 기간 중 탑승객에게 10MB 무료 이용 바우처를 제공한다. 10MB 용량으로는 이미지나 동영상 감상은 어렵지만 카톡 등의 문자 중심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내에서 와이파이 테스트 시행 결과, 약 30분 이상의 카카오톡 대화는 가능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초 에어프레미아는 미국 등 국제선 취항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계획에 차질을 입게 됐다. 이에 따라 첫 노선으로 김포~제주를 취항하고 국제선 고객들에게 제공하려던 서비스를 국내선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서비스를 통해 국내선 고객도 향후 국제선으로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는 국제선에만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국내선에서도 소비자 체험 기회 확대 차원에서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이 국내선을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으로 항공업계를 돌려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제선의 정상화밖에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서 올해 1~7월 국제선 여객 수는 148만 명으로 2019년보다 97% 감소했다. 여기에 정부가 항공사들에 지급해 온 유급 휴직 고용 유지 지원금이 9월 종료를 앞두고 있어 항공업계는 당분간 ‘안갯속’을 헤맬 것으로 보인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