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NFD 프레임워크 공개까지 2년…1200개 평가 기업의 생물 다양성 보호 평균 점수는 32점

[ESG 리뷰]
기후 변화 다음은 생물 다양성…‘TNFD’ 공식 출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0년 ‘글로벌 위험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인류가 맞이할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로 생물 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를 꼽았다. 전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은 자연 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연 손실은 곧 재무적 위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연 자본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NFD)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자연 자본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TNFD는 2020년 7월 발표한 이니셔티브를 기반으로 올해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아 공식 출범했다. TNFD는 자연 자본에 대한 지속적이고 자발적인 정보 공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30개의 회원 단체가 모여 만들어진 협의체다.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 유엔개발계획(UNDP), 글로벌 캐노피, 세계자연기금(WWF) 등이 프레임워크 제작에 참여해 2023년까지 보고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업이 보유한 자연 자본 관련 위험성을 공개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UNEP FI는 “세계 GDP의 0.1% 정도만 투자해도 생태계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TNFD 참여 이유를 밝혔다. WWF는 자연 자본을 지키기 위한 TNFD와 같은 시도가 2030년까지 매년 10조1000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TNFD ‘생태 위기는 곧 재무 위기’

데이비드 크레이그 TNFD 공동위원장은 특히 자연 자본과 관련한 재무 정보 공개는 자연 파괴에 대비할 수 있는 시장 기반 해결책 중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은 리스크를 명료하게 판별하는 기반이 되고 보다 지속적인 투자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TNFD가 규정하는 자연 자본은 살아 있는 생물 자연은 물론 물·토양·광물을 모두 포함한다. TNFD의 활동 방향은 6월 4일 발표한 보고서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TNFD는 거버넌스, 전략, 위험 관리, 측정 지표·목표 운영 등 4개의 프레임워크 축을 설정했다. 이는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TCFD)와도 연관성이 깊다. 다만 TNFD는 TCFD보다 넓은 범위의 리스크를 포함하는 만큼 각 축에서도 정보를 더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또한 과학적 접근에 근거한 목표를 설정해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생물 다양성 리스크 극복 위한 남은 과제는

TNFD가 2023년 공개할 프레임워크는 시장 이용성, 과학 기반 접근법, 자연 관련 위험, 자연 자본 의존성 및 영향, 목표 중심, 통합적 프레임워크 구축, 기후 및 자연 관련 위험에 대한 통합 접근법, 전 세계 포괄적 접근 등 7가지 원칙으로 구성된다.

TNFD 프레임워크를 정식으로 공개하기까지는 2년이 남았다. 이 기간 동안 TNFD와 기업 모두에 남은 과제가 적지 않다. 글로벌 신용 평가사가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200개 평가 기업의 생물 다양성 보호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32점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상태다. TNFD 공시 전까지 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것과 TNFD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TNFD는 기업들이 자연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투자자·금융회사·정부도 설득 대상에 포함된다. TNFD는 예상되는 자연 자본과 관련한 위험이 국가·지역·계절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표준화 작업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오범택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장은 “기후 변화 데이터는 거의 모든 분야 산업에서 규격화와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생물 다양성은 산업·지역·생산 형태 등 고려 변수가 많아 표준화 작업이 어려운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전생애주기평가(LCA)의 확대와 신규 공장 건설 시 시행하는 환경 영향 평가 등으로 세부 데이터 관리가 가능해 보인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기업이 공개해야 할 리스크에는 단기적인 재무적 위험뿐만 아니라 장기적 자연 자본에 대한 의존도와 그 영향이 포함된다. 즉 자연이 기업의 즉각적인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긍·부정적 영향과 함께 장기적으로 기업이 자연에 미칠 수 있는 긍·부정적 영향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욱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 팀장은 “기업이 영위하는 산업이 생물 다양성 고위험군인지 검토하고 TCFD와 같이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되면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NFD의 구체적 방향은 10월 중 중국 쿤밍에서 개최될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후 변화 다음은 생물 다양성…‘TNFD’ 공식 출범
[인터뷰] TNFD 언론 대변인

“TCFD와 대칭적 운영…기업 혼란 줄인다”

TNFD는 엘리자베스 므레마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크레이그 리피니티브(Refinitive) 대표 겸 런던증권거래소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협의체 내에는 30여 명의 정부, 규제 기관, 비정부 기관(NGO) 등이 포함돼 있다.

- TNFD가 맞이한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기업과 금융회사가 어떤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다는 점이다. TNFD 프레임워크는 기업이 새로운 자연 관련 위험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 TCFD와 유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관리할 예정인가.

“TNFD는 TCFD의 형식과 원칙을 토대로 기업과 금융회사가 쉽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자연·기후와 관련한 위험이 동시에 해결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가지 위험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기업이 혼란을 빚지 않는 선에서 두 가지를 대칭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TNFD가 정식 출범하기까지 2년 남았다. 이 기간 동안 기업들이 TNFD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것은 무엇인가.

“기업과 금융회사는 위험 노출에 대한 초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성을 검토하는 것이 먼저다. 기존에 기업들이 사용하던 접근법을 사용해도 좋다. 일례로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지난해 네덜란드 금융회사의 생물 다양성 위험을 추정하기 위해 자연자본금융연합(Natural Capital Finance Alliance)이 개발한 ENCORE(Exploring Natural Capital Opportunities, Risks and Exposure) 툴을 참고했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성은 지역별로 다르기 때문에 기업의 리스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TNFD에서 요구하는 정보 수준만큼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