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떨어진 신용 등급, 회복 청신호 켜졌다
시황·코로나19 영향 완화에 수요·실적 회복

[마켓 인사이트]
포스코 포항제철소 수소생산설비. 출처: 포스코
포스코 포항제철소 수소생산설비. 출처: 포스코
포스코가 최고 신용 등급을 되찾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방 산업 수요 회복과 영업 실적 호조로 신용 평가사가 신용 등급 상향 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신용도를 갖춘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2015년 철강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AAA’에서 ‘AA+’로 등급이 내려앉은 바 있다.

한 차례 무산된 신용도 회복에 시장 집중

올해 8월 포스코에 낭보가 전해졌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포스코의 신용 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현재 한국 채권 시장에서 통용되는 포스코의 신용 등급은 ‘AA+’다. 최고 단계인 ‘AAA’의 바로 아래다. 통상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이 부여되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안에 신용 등급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는 한 단계만 신용 등급이 오르면 ‘AAA’급 기업이 된다.

이번 신용 등급 전망 변경이 포스코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이유다. 2015년 ‘AAA’에서 ‘AA+’로 신용 등급이 낮아진 후 6년 만에 ‘AAA’ 복귀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AAA’ 신용 등급은 원리금 지급 확실성이 최고 수준이라는 뜻이다. 장래의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사업과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용어 그대로 사업이나 재무적으로 가장 우수한 기업이라는 타이틀이다.

‘AAA’ 신용 등급을 받은 한국 기업은 손에 꼽힌다. 공사나 공단,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하나은행 등 금융사를 제외한 비금융사 중에선 SK텔레콤과 KT 정도밖에 없다. 그만큼 상징성과 희소성이 있는 등급이다.

포스코는 한국 철강 후가공업계와 자동차·조선·가전 등 수요처에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배 구조 측면에선 민영화 이후 유의미한 대주주 없이 분산된 지분 구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10.2%)이다.

국가 기간 산업 내 핵심 기업인 만큼 포스코도 한때 ‘AAA’ 신용 등급을 받은 기업 중 한 곳이었다. 1980년대부터 변동 없이 ‘AAA’ 신용 등급을 유지해 왔다.

굳건하던 최고 신용 등급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 등이 맞물리면서 영업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국내외 철강 시장에서 탄탄한 경쟁 지위를 갖고 있었지만 영업 수익성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더욱이 계열 확대와 설비 투자 과정에서 차입 규모가 커지며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이 모두 둔화됐다. 신용 평가사들은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 구조, 포스코가 예정하고 있던 경영 전략 전환에 따른 사업 구조 조정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며 포스코에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 꼬리표를 달았다. 당장 포스코의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지는 않겠지만 ‘AAA’급 기업의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전 경고였다.

이러한 신용 평가사들의 경고에도 포스코의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2015년 한국의 신용 평가사들은 포스코에서 ‘AAA’급 지위를 빼앗았다. ‘AA+’로 한 단계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경쟁사들의 시장 진입으로 독점적 경쟁 지위가 약화된 점도 포스코의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해외 신용 평가사들이 평가한 포스코의 신용 등급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한국 신용 평가사들엔 부담 요인이 됐다.

2018년 들어 포스코가 ‘AAA’급 지위를 탈환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의 신용 평가사들이 포스코의 신용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다시 ‘긍정적’으로 부여한 것을 두고서다.

한국 신용 평가사들은 본원적인 현금 창출 능력이 좋아지고 재무 안정성 역시 향상됐다는 것을 이유로 포스코의 신용 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업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뀔 전망이어서 재무 안정성도 추가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포스코의 ‘AAA’ 신용 등급 복귀는 무산됐다.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만 달고 있다가 결국 지난해 다시 ‘안정적’ 신용 등급 전망으로 내려앉았다. 한국 신용 평가사들이 신용 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반면 이번 나이스신용평가의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 부여로 요원한 듯 보였던 ‘AAA’ 신용 등급 탈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포스코에는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이 단순히 신용 등급 한 단계 상향 조정 가능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여곡절을 거쳐 포스코의 사업·재무 상태가 가장 우수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을 시장에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한 단계 상향 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수익성 끌어올린 포스코, 6년 만에 ‘AAA’ 회복할 수 있을까
환경 규제와 투자 부담, 신용도 개선 ‘관건’

나이스신용평가가 포스코의 신용 등급 상향 조정 카드를 6년 만에 꺼내든 것은 영업 수익성 개선 덕분이다. 포스코는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이 줄어듦에 따라 전방 산업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제품 출하량이 늘었다.

2019년 이후 대내외 시장 환경이 저하되면서 포스코의 매출 외형은 줄고 판매 단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쳐 수요 둔화가 심화되면서 판매량과 판매 단가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포스코의 올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9% 늘어난 17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10.9%로 올라섰다. 지난해에는 4.2%에 그쳤다. 2018년에는 8.5%, 2019년에는 6.0%였다.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비교적 원활하게 제품 가격에 반영한 데다 생산·판매량 증가로 고정비 부담이 완화된 덕분이다.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도 2019년 11.4%, 2020년 10.4%에서 올 상반기엔 16.1%로 뛰었다.

수치상으로는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포스코의 ‘AAA’ 등급 복귀가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를 제외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여전히 포스코의 신용 등급을 ‘AA+’로 평가하면서 ‘안정적’ 등급 전망을 매기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포스코의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할 의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 채권 시장에서 유효한 신용 등급으로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두 곳의 신용 평가사에서 동일한 신용 등급을 받아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나 한국기업평가 중 한 곳 이상이 나이스신용평가의 평가 결과를 추종해야 포스코의 ‘AAA’ 신용 등급 회복 가능성이 생긴다는 말이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의 투자 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시황 변화가 빨라지고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포스코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19년과 지난해의 실제 투자 집행 규모는 3조원 안팎으로 보수적인 재무 정책을 견지했다”며 “최근 생산 능력 확충과 탈탄소 기술 개발 관련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향후 성장 동력 확보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에 맞춰 투자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