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제조 시장 경쟁보다 스마트 홈, 전자 상거래, 광고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 의도

[테크 트렌드]
아마존은 왜 TV를 만들려고 할까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스마트 TV를 미국에서 출시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은 고급형 아마존 파이어 TV 옴니 시리즈와 저가형 아마존 파이어 TV 스틱 4K 맥스 시리즈 등 2개 모델을 10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아마존 TV는 43인치에서 75인치까지 다양한 스크린 사이즈를 가진 8종의 제품으로 구성되며 TV 설계·제조는 중국 TCL이 맡는다.

아마존이 이미 다른 TV 제조사와 협력해 파이어 운영체제를 TV에 탑재해 왔다는 점에서 자체 브랜드 TV 출시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전자 상거래 업체가 자체적으로 대규모 TV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 출시될 TV 플랫폼에는 틱톡을 포함해 몇 가지 새로운 기능들이 적용된다. 우선 새로운 알렉사 대화(Alexa Conversations for Fire TV) 기능을 사용해 사용자가 알렉사에 개인 맞춤형 TV 오락이나 영화 추천을 요청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장르·배우·수상작이 궁금하면 이에 대한 음성 검색도 가능하다. 웹캠을 연결해 화상 통화가 가능한 알렉사 콜링 기능도 제공하고 영상 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인 ‘줌’이 기본으로 설치돼 있다.

또한 파이어 TV 옴니 핸즈프리 음성 조정 기능을 사용해 재생·자막·밝기를 제어하거나 TV 또는 사운드 바 볼륨을 조절할 수도 있다. 사용자는 음성을 통해 파이어 TV와 스마트 조명을 켜고 날씨 예보를 공유하거나 일정 알림을 설정할 수 있다.

이런 똑똑한 기능을 갖춘 아마존 TV는 기존 TV 시장에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TV와 미디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아마존의 위치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아마존은 이미 넷플릭스 시청이나 음악·비디오 게임을 위해 사용하는 디지털 미디어 플레이어와 마이크로 콘솔 기기인 파이어 TV를 1억 대 이상 판매했다. 아마존 베이직 TV는 2020년 말부터 인도에서 판매되고 있고 최근에는 베스트바이와 제휴해 파이어 TV 소프트웨어에서 실행되는 도시바·인시그니아 TV도 판매하고 있다.

파이어 TV 이외에도 아마존은 고해상도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포트에 연결해 모든 TV를 스마트 TV로 바꿀 수 있는 스틱형 셋톱박스인 아마존 파이어 TV 스틱도 가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분야에서도 아마존은 넷플릭스의 경쟁 서비스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2011년부터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작년 말 기준 1억50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며 넷플릭스에 이어 미국 OTT 시장의 2위 서비스다. 지난 5월 ‘007 시리즈’와 ‘매드맥스’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MGM스튜디오를 인수해 본격적인 영상 콘텐츠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아마존은 왜 TV를 만들려고 할까
아마존의 브랜드 TV 전략

이처럼 이미 TV 제조와 서비스 분야에서 광범위한 사업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번 자체 브랜드 TV 출시로 자사 미디어 콘텐츠 관련 사업에 날개를 단 형국이다.

그 무엇보다 협력사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하드웨어를 만들기 때문에 자사에 필요한 다양한 기능과 플랫폼 역량을 더 빠르고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TV 제조 라인을 직접 제어하다 보니 가격 설정에서 유연성까지 확보하게 됐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다른 영상 관련 제품 및 서비스와 더 긴밀한 통합을 구축하면서 콘텐츠와 영상 기기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미 TV의 경쟁력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중심으로 옮겨 가면서 TV가 플랫폼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TV 가전사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TV 환경에서는 미디어 콘텐츠 유통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TV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여겨졌던 화질은 거의 임계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스마트 TV의 메인 칩셋인 프로세서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단지 TV 화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앱을 처리하고 고용량의 데이터와 영상 처리를 위한 프로세서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스마트 TV에서 TV 화질은 콘텐츠 시청을 위한 다양한 품목의 일부이고 실제로 스마트 TV는 개인 시청과 일상생활에 최적화된 스마트한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 기기로 진화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면 아마존이 자체 브랜드 TV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아마존이 기존 스마트 TV 제조 업체인 삼성·LG·소니와 경쟁하기 위해 TV를 만들려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는 미래 정보 통신 산업의 격전지로 떠오르는 가정(home)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스마트 홈 전략이다. 실제로 아마존 TV의 등장은 스마트 가전 생태계라는 자사의 기존 포트폴리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 8500만 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파이어 TV는 로쿠(Roku)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커넥티브 TV 제품 중 하나다. 기존 아마존 서비스, 스마트 홈 제품과의 연결은 아마존이 가정 내에서 주요 플레이어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아마존은 AI 음성 비서 알렉사를 모든 기기와 이용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알렉사 에브리웨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올해 말 TV에 표시되는 소프트웨어 대시보드를 이용해 집 주변의 조명·카메라·온도 조절기와 같은 스마트 기기 제어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즉, 스마트 홈 대시보드를 통해 사용자가 음성으로 집 전체에 연결된 가전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이어 TV 옴니 시리즈는 TV를 시청하면서 스마트 카메라로 집 안팎을 볼 수 있는 라이브 뷰 PIP(Picture-in-Picture) 같은 스마트 홈 기능으로 링 비디오 초인종 보기를 통해 누가 문 앞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아마존의 자체 TV 출시는 스마트 홈 생태계 구축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이해해야 할 듯하다. 아마존은 최근 스마트 홈 기능을 통합한 엑스박스용 음성 비서 알렉사 앱도 출시한 바 있는데, 이는 대표적 홈 엔터테인먼트 기기인 게임 콘솔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물론 아마존의 이러한 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파이어폰의 실패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파이어 TV, 킨들 및 알렉사 기술을 도입한 에코 스마트 스피커 등 그간 이룬 성과를 볼 때 아마존의 시도가 달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둘째로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전자 상거래와의 연계다. 이번 아마존 TV의 출시는 단지 TV 제조업 시장에서의 아마존의 입지를 다진다는 의미보다 아마존 TV가 알렉사를 통해 더 많은 쇼핑 기회를 제공하고 온라인 소매 거래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즉, 전자 상거래의 대표적 기업인 아마존이 TV라는 스마트 홈 대표 기기를 통해 전자 상거래의 접근성과 연계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따라서 알렉사에 내장된 자체 운영체제가 있는 아마존 TV는 온라인 소매 거래 생태계를 구축해 전자 상거래 시장을 한 단계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이미 킨들, 파이어 태블릿, 에코 장치 등 콘텐츠 및 전자 상거래 판매의 관문인 저가 하드웨어를 만드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다. 아마존은 이미 광고로 가득 찬 글로벌 규모의 전자 상거래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은 여기에 자체 TV를 판매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시청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광고 데이터 수집에 대한 추가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즉, 자체 스마트 TV를 통해 시청자에 대한 귀중한 사용자 데이터에 독점적으로 액세스함으로써 이를 통해 주요 광고주를 유치할 수 있는 것이다.

생태계 구축 위한 광폭 행보

이미 삼성·LG와 같은 스마트 TV 제조업체는 대량의 익명화된 자동 콘텐츠 인식(ACR : Automatic Content Recognition)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판매하고 있다. ACR은 사용자가 어떤 영상을 시청하는지 지속적으로 인식해 시청 패턴을 통해 사용자에게 개인형 맞춤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런 장점으로 경쟁사인 로쿠(Roku)도 플랫폼에 무료 광고 지원 채널을 만들어 대규모 고객 기반 데이터를 광고주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아마존이 광고 수익을 위해 킨들을 출시한 것과 같은 이유로 자체 브랜드 스마트 TV를 출시하는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마존은 실제 킨들 하드웨어 자체 판매 수익이 저조하지만 광고 수익으로 연간 평균 3억 달러에서 5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향후 전자 상거래의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디어·가전·스마트 홈 시장으로 광폭 행보를 넓히고 있는 아마존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된다.

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