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기술로 음란물 만들면 처벌하도록 법 개정…단 패러디물은 제외

[지식재산권 산책]
급증하는 ‘딥페이크’ 피해…어디까지가 불법일까[김윤희의 지식재산권 산책]
오늘날 컴퓨터의 모델이자 인공지능(AI)의 원류로 알려진 ‘튜링 기계’의 고안자인 앨런 튜링은 1950년 튜링 테스트라는 AI 판별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그는 50년이 지난 뒤에는 5분간 대화를 하면 대화 상대방이 컴퓨터인지 알아챌 확률이 70%가 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튜링이 이런 말을 한 지 약 7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대화 상대방이 컴퓨터 혹은 AI인지 알아챌 수 있을까.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지금까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AI가 존재하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하지만 대화가 아닌 영상을 보면 해당 영상이 실재(實在) 인물을 실제 촬영한 것인지, 실재 인물을 합성한 영상인 것인지, 실재하지 않은 인물을 만들어 낸 컴퓨터 그래픽 영상인지 더 이상 구분이 가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바로 ‘딥페이크’다. 딥페이크는 AI의 ‘딥러닝’과 거짓을 뜻하는 ‘페이크’의 합성어다.

올해 초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인 톰 크루즈가 골프를 하거나 여행을 가고 농담을 하거나 마술을 하는 영상이 영상이 모바일 비디오 플랫폼 ‘틱톡’에 올라와 화제를 끌었는데, 진짜 톰 크루즈가 아니라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이었다.

하지만 틱톡 영상을 보면 진짜 톰 크루즈로 보인다. 영상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사망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이용해 마치 그들이 새로운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딥페이크 음악도 등장했다.

한국 케이팝 스타들도 딥페이크 영상의 단골손님이다. 특히 안타깝게도 딥페이크 불법 음란 영상물 속 피해자 25%가 여성 아이돌이라는 네덜란드 디지털보안연구소의 2019년 보고도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인공지능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 표명에서 위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AI 기술이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예라고 밝혔다.

딥페이크 기술이 성범죄에 악용되자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를 신설하기도 했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음란물을 만들거나 반포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식재산권과 관련해 딥페이크 기술은 저작권 침해나 초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먼저 타인이 창작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변경한다면 동일성 유지권 침해나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타인의 저작물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패러디’에 해당한다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초상권 침해 문제가 있다. 딥페이크 기술이 사람의 얼굴에만 사용되는 기술은 아니지만 얼굴이 찍힌 사진이 있으면 딥페이크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해 10초 만에 자연스러운 합성 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이 수업하는 교사의 모습을 캡처해 딥페이크 앱으로 합성 사진을 만들어 유포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더 활기를 띠고 있는 메타버스(metaverse) 세계에서 딥페이크 기술은 바람직한 사용처를 찾았다.

메타버스에서 케이팝 아이돌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초상을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아바타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이헤리티지라는 사이트는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딥 노스탤지어’ 서비스를 공개했는데, 유관순 열사나 윤봉길 의사의 사진을 이용한 1~2초 정도의 짧은 동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언제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