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제한 풀려 공식 복귀 앞둔 최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도와 그룹 내 경영 보폭 확대 전망
‘미래 먹거리 핵심축’ SK이노베이션·SK E&S 통한 복귀 거론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참석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에서 두번째)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  /한국경제신문
2020년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 참석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에서 두번째)과 함께 설명을 듣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 /한국경제신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의 취업 제한이 10월에 풀리면서 경영 복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4년 SK그룹 계열사 펀드 출자금을 선물옵션 투자에 사용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2016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취업 제한 5년을 적용 받았다.

이 때문에 SK그룹의 주요 관계사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수없어 그동안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없었다. 이달 취업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최 수석부회장의 SK그룹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 복귀가 가능해졌다.

취업 제한 5년간 경영 현안 챙기며 ‘그림자 경영’

최 수석부회장은 2014년 SK E&S 대표이사와 SK네트웍스 이사직에서 사임하고 현재 SK(주)와 SK E&S에 미등기임원으로만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출소 후 주요 관계사의 등기이사를 맡지는 않았지만 CES 2020, 최고경영자(CEO) 세미나, 다보스 포럼 등에 모습을 나타내며 활발한 활동을 보여왔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게 되면서 최 수석부회장의 그룹 내 경영 보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최 수석부회장이 어느 계열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최 수석부회장이 그동안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총지휘했던 만큼 SK이노베이션이나 수소 등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는 SK E&S를 통한 복귀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미국 브라운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이후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아 기획력과 재무분석 능력도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에는 SK그룹 글로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해외 사업을 이끌어 글로벌 전문가로 통한다. 특히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에서 자금 조달, 2004년 SK엔론(SK E&S의 전신)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탁월한 경영 수완을 인정받았다.

배터리·수소 등 미래 먹거리 사업 진두지휘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초기 단계부터 이끌며 총책임자 역할을 맡았다. 최 회장에게 SK이노베이션의 정유·석유사업을 대체할 유망 산업으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투자 확대를 권유한 것도 최 수석부회장으로 알려졌다.

최 수석부회장은 2012년 9월 SK이노베이션의 충남 서산공장 준공식에서 “2020년까지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위 달성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수석부회장은 출소 이후에도 꾸준히 배터리 사업 현안을 직접 챙기며 변함없는 애착을 드러냈다. 2017년에는 SK이노베이션의 서산공장을 방문했고, 2018년에는 헝가리 코마롬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2019년에는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도 참석했다. 지난해 7월 충남 서산에 있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공장에서 최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만날 때도 최 수석부회장이 동석했다.

올해 7월 최 회장이 미국 현지 사업 투자 진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을 때도 최 수석부회장이 동행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함께 미국 내 배터리 사업 현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E&S도 최 수석부회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이 거론되는 곳이다. 구속 수감 되기 전까지 최 수석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를 맡았다. 지주회사인 SK(주)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SK E&S는 최 회장의 장남 인근 씨가 전략기획팀으로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고 있어 오너 사관학교로도 주목받고 있다.

SK E&S는 오너 일가 2명이 참여하고 있고 SK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수소,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어 향후 그룹 내 위상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SK E&S를 통해 2025년까지 수소 사업에만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1위 수소 사업자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SK E&S에는 최 수석부회장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유정준 부회장이 있어 두 사람이 SK그룹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유 부회장은 2003년 소버린 사태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고 2010년 최 수석부회장의 이라크 등 글로벌 현장 방문 때도 동행, 2013년에는 최 수석부회장과 SK E&S 공동 대표이사를 맡을 정도로 오너가 신임이 두텁다.

최 수석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SK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