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일’ 처리했다면…분할 이후 회사에서도 똑같아야”

[법알못 판례 읽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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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인정해 주는 회사에 다니던 김 씨. 어느 날 회사가 쪼개졌다. 분할된 회사로 옮겨 간 이후 회사는 새롭게 단체 협약을 고쳐 대체 공휴일을 무급으로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 경우 김 씨는 대체 공휴일에도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아니면 개정된 규칙을 따라야 할까.

회사가 분할된 이후에도 분할 전 회사에 있었던 노동 관행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체 공휴일의 유급 휴일 적용을 배제당한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해 휴일 근무 수당 등을 지급받게 된 사건이다.

“분할 전 회사 관행대로 ‘유급’ 대체 휴일 인정”

9월 2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구지법 포항지원 이은희 판사는 김 모 씨 등 노동자 31명이 C 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지급 소송에서 “회사 측은 김 씨 등에게 휴일 근무 수당 등 86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김 씨 등은 포항제철소의 하청 업체인 C 사에서 운수 하역 업무를 해왔다. C 사의 전신인 B 사는 상주 및 교대 근무자 모두에게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인정했다. 김 씨 등은 2018년 7월 회사가 B 사에서 C 사로 분할된 이후에도 대체 공휴일인 그해 추석에 유급 휴일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회사 측이 노동조합(노조)과 단체협상을 벌여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개정한 이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김 씨와 같이 하역 작업을 담당하는 교대 근무자에게는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가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상주 근무자에게만 이를 인정했다.

김 씨 등은 반발했다. 회사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지만 검찰은 불기소 처분했다. C 사에서 교대 근무자에게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가로 인정한 것이 한 차례에 불과해 관행으로 보기 어렵고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는 별개로 김 씨 등은 회사를 상대로 임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김 씨 등을 지원한 법률구조공단 측은 “김 씨 등은 C 사가 분할되기 이전인 B 사 근무 시절부터 대체 공휴일에 대한 유급 휴가를 인정받아 왔다”며 “C 사가 분할돼 떠난 이후에도 B 사는 여전히 이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서에 관련 사항이 명문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체 공휴일에 대한 유급 휴일 인정 관행이 부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취업규칙 개정 당시 사측이 노동자나 노조에 기존 교대 근무장에게 인정해 왔던 대체 공휴일에 대한 유급 휴일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공고하거나 설명하지 않은 것도 지적했다. 반면 사측은 검찰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것을 근거로 김 씨 등의 청구가 이유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은희 판사는 △B 사로부터 C 사가 분할된 이후 두 회사가 비슷한 취업규칙 규정을 갖고 있다는 점 △분할된 B 사가 여전히 관행에 따라 교대 근무자에게도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인정하는 점 △C 사 취업규칙 개정 당시에 교대 근무자들로부터 대체 공휴일과 관련해 동의를 받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주 근무자와 달리 교대 근무자에게 대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인정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진행한 공단 측은 “분할 전 회사에 어떤 근로 관계 관행이 있다면 분할 이후에도 관련된 관행이 승계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이번 판결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서도 관련 내용을 노동자들이 주지할 수 있도록 충분히 공고되고 설명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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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휴일’ 정해 놓았다면 수당 못 받아

하지만 노동자가 언제나 휴일 근로 수당을 받을 수는 있는 것은 아니다. 휴일에 근무하는 대신 평일을 휴일로 하는 휴일 대체가 단체협약 등에 근거 규정이 있다면 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8년 말 대법원은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노동자인 강 모 씨 등 7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깬 뒤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바 있다.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노동자인 강 씨 등은 정부를 상대로 휴일 근로 수당인 통상임금의 150% 가운데 통상임금의 100%를 공제한 나머지 통상임금의 50% 등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공휴일에 근로하는 대신 다른 날에 쉰 것은 휴일을 대체한 성질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앞서 2000년 10월 호암교수회관과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르면 휴일 근로 수당은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했다. 또 공휴일 등을 유급 휴일로 하며 회관 운영상 필요한 경우 본인의 동의를 얻어 휴일 근로를 명하되 그에 따른 대체 휴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원래의 휴일은 통상의 근로일이 되고 그날의 근로는 휴일 근로가 아닌 통상 근로가 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휴일 근로 수당을 지급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법 재판부는 “호암교수회관과 노조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에 휴일 대체에 관한 근거 규정을 두고 있는 등 적법한 휴일 대체로 인정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단체협약 등에서 특정된 휴일을 근로일로 하고 대신 통상의 근로일을 휴일로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거나 노동자의 동의를 얻은 경우 미리 노동자에게 교체할 휴일을 특정해 고지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적법한 휴일 대체가 된다”고 덧붙였다.



[돋보기]
대체 ‘빨간날’에 일하면 수당은 얼마 받을까

10월엔 유달리 대체 공휴일이 많다. 그동안 설이나 추석 연휴, 어린이날에만 적용되던 대체 공휴일이 올해부터 3·1절을 비롯해 광복절·개천절·한글날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 다른 공휴일과 겹치면 대체 공휴일을 지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하지만 대체 공휴일이라고 해서 모든 회사의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사업주와 노동자가 특별한 약정을 하지 않는 한 3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대체 공휴일은 유급 휴일이다. “원래의 공휴일이 대체 공휴일로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공휴일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대체 공휴일에 근무하는 경우 임금 계산법도 별도로 있다. 사업주와 노동자 대표의 합의에 따라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휴일에 일했을 때 대가로 지급하는 수당인 ‘휴일근로 가산 수당’을 받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 시급·일급을 받는 노동자와 월급 노동자의 계산 방법이 각각 다르다. 시급제·일급제의 경우 유급 휴일 수당 100%, 휴일 근로 임금 100%, 가산 수당 50%(8시간 이내) 등 총 250%를 받아야 한다. 월급제는 휴일 근로 임금 100%, 가산 수당 50% 등 총 150%를 받게 된다.

대체 공휴일에 일하는 대신 다른 날 쉴 수도 있다. 한글날의 대체 공휴일인 10월 11일에 일하는 대신 원래 일하는 날(소정 근로일)에 하루 쉬는 방식이다. 이때는 대체 공휴일에 근무하더라도 휴일 근로 가산 수당이 발생하지 않는다.


안효주 한국경제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