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은 뛰어난 리더가 반드시 갖춰야 할 자질…상대방에 집중하고 자제력 길러야

[경영 전략]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면 ‘잘 듣는’ 연습을 하라[임주영의 경영 전략]
필자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성공을 주요 주제로 강의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어디 가서 풍월은 읊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필자에게 누군가가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단 한 가지만 꼽아 달라고 한다면 바로 ‘경청’이라고 말할 것이다.

너무 진부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필자가 그동안 경험한 모든 문헌·위인·리더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것은 경청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복습해 보자. 경청의 사전적 의미는 기울일 경, 들을 청, 즉 ‘귀를 기울여 듣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청의 효과는 무엇일까. 셀 수도 없이 많다.

말을 잘하는 비결이 될 수 있고 원하는 정보도 얻어낼 수 있다. 상대와 신뢰를 쌓을 수 있음은 물론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리고 상대를 설득할 수 있다.

심지어 경청이 좋은 배우자를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비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청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명확하지만 현실에서 실행하는 것은 잘 안 된다. 단순히 귀를 기울여 듣기만 하면 되는 경청을 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일까.경청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우선 원인부터 살펴보자. 경청이 잘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들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시간이 없어서’다. 성과를 내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 한가히 들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들어 봤자 별다른 좋은 이야기가 안 나와서’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리고 앞선 두 대답을 아우르는 하나의 전제가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내 머릿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니 리더가 됐고 위로 올라가다 보니 자신의 해결 안에 힘이 자연스레 붙기 시작한다.

답도 자기 머릿속에 있고 지위적 권력도 있으니 부하 직원들에게 알려 주거나 지시만 하면 되는데 왜 굳이 듣겠는가. 사실 이런 분석 또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얘기일 수 있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는데 실제 행동이 바뀌지 않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럴 때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야 하는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경청을 잘하기 위한 행동 훈련법을 소개한다.

첫째, ‘상대방에 먼저 집중하기’다. 경청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집중하며 듣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경청 훈련 시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으로 ‘몸 맞추기’와 ‘말 맞추기’가 있다.

몸 맞추기는 ‘행동 미러링(mirroring)’ 기법이라고 하는데, 상대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따라 하는 것이다. 상대가 웃으면 자기도 웃고 고개를 갸우뚱하면 자신도 갸우뚱하고 손을 올리면 자기도 움직이는 것이다.

말 맞추기는 ‘백트래킹(backtracking)’ 훈련이다. 상대방이 대화할 때 언급한 주요 단어들을 그대로 자기 말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필자가 강의 도중 받는 질문을 다시 되짚으며 대답하는 것도 당신의 말을 집중해 듣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렇게 따라 하기를 하다 보면 상대에게 집중하는 훈련이 저절로 된다. 기억하자. 미소를 지으며 듣기 위해서는 미소부터 짓는 연습을 해야 한다.

둘째, ‘자제력 기르기’다.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리더의 자격으로 의욕이 있고 역량이 있고 경청할 수 있는 자제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자제력을 가진 리더는 본인이 알고 있어도 직원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

그렇다면 자제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지 말고 끝까지 듣자.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이를 간과한 채 서로 얘기하려고 한다.

들을 때는 그냥 듣자. 필자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회의 관리법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면서 리더가 ‘먼저 충분히 들어야 한다’는 핵심 메시지를 제안한 적이 있다.

이에 자리에 있던 리더들은 입을 모아 본인이 충분히 듣는다고 생각한다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먼저 끝까지 들어라’라고 바꿔야 한다고 응수했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의 ‘반복’요즘 젊은 직장인들의 멘토로 유명한 조용민 구글 솔루션 매니저는 그의 저서 ‘언바운드(UNBOUND)’를 통해 구글에서 그가 배운 성공 방식을 풀어 내고 있다. 그는 상대가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것 같더라고 일단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비록 틀린 정보일지라도 그 속에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틀린 정보’는 있지만 ‘필요 없는 정보’는 없다.

또 회의에서 본인의 발언 점유율을 10% 미만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말이 쉽지 1시간 회의에서 자신은 10분만 얘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일단 목표로 삼고 시작은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 것으로 해 보자. 설마 상대가 30분을 혼자 말하겠는가(물론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상사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낼 수도 있다).

자제력을 기르기 위한 다음 방법은 ‘기다리기’다. 잘 듣기로 유명한 국민 MC 유재석 씨가 작곡가 유희열 씨가 이끄는 ‘안테나’로 소속을 옮기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필자는 유희열 씨가 진행한 여러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참 똑똑하고 유연하게 진행을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역시 그 또한 ‘경청의 화신’이란 말을 듣는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그는 “듣기 위해 기다린다”는 멋진 비법을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그렇다. 경청을 위해 우리는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얘기가 끝나자마자 자신의 이야기가 총알같이 튀어나오는 사람이 있다. 그건 상대가 들으면서 그다음 말을 준비했다는 것이고 우리는 상대가 자기 말을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먼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은 후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약 1초간의 시간을 기다린 후) 자기 대답을 하는 행동을 시도해 볼 것을 추천한다.

기다리기의 또 다른 영역은 상대가 얘기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신의 답을 꾹 참으며 질문을 먼저 던지지만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답답해 결국 강제 지정해 의견을 듣는다. 필자 역시 답이 즉각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강의 분위기가 어색해진다는 이유에서 먼저 답을 말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강의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한 번씩 하고 있다.

질문을 던지고 청중 혹은 카메라를 응시하고 마음속으로 5초를 아주 천천히 센다. 죽을 맛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5초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연다는 것이다. 역시 기다리는 자가 승리한다.

셋째, 상대의 말을 ‘요약하기’다. ‘패러프라이징(paraprazing)’ 기법이다. 듣고 난 후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자기가 요약해 다시 전달해 주는 것이다. 리더들은 코칭 피드백 면담을 통해 구성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때 매우 유용한 기법이다.

구성원 스스로 필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기 머릿속이 아니라 상대의 머리와 가슴을 자극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가 한 이야기를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전달자로서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잘 요약해 주는 것이 자기 일이다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완벽한 경청을 연습할 수 있다. 요약을 잘하기 위해 메모를 할 필요도 있다.

이제 앞서 언급된 행동들 중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 반복하면 여러분의 경청 능력은 반드시 좋아질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 넘어야 할 산이 남았는데, 바로 반복이다.

어떻게 하면 반복해 행동하게 할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다. 메모지에 적어 책상 앞에 붙여 자기 눈에 가능한 한 보이게 만드는 것뿐이다. 더 쉽고 효과적인 다른 방법이 있다면 필자에게 꼭 알려 주길 바란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