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규모는 내년에도 우상향 전망
산업 변곡점에서 앞서려면 보다 공격적 전략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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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차그룹이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사진) 현대차그룹이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테슬라를 비롯해 완성차·빅테크 기업들이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기존 자동차 산업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미 성숙된 완성차 산업은 지난 10년간 정체된 판매 실적을 유지해 왔다. 정체된 시장 환경에서 주요 업체들의 치열한 점유율 경쟁은 낮은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투자자의 이목을 끌기 쉽지 않은 환경이 계속됐다.

테슬라는 2019년 4월 ‘오토노미 데이’에서 자율주행 기술의 고도화가 실현할 ‘로보 택시’ 비즈니스 모델을 공개하면서 기존 모빌리티 사업 수익 구조 변화의 가능성이 대두됐다. 현재 택시·승차 공유 사업의 수익 구조에서 매출의 80%에 해당하는 운전자 비용과 10%의 보험 관련 비용이 제거되면 차량 소유자가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 자체적으로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로보 택시로 불리는 이러한 사업 모델의 경제적 가치가 구글보다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격(P)과 판매량(Q)에 대한 접근법 역시 달라진다. 이익 발생 시점이 차를 판매하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매된 차량에서 추가적 이윤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Q는 누적 개념으로 전환된다. 소비자들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데이터 기반의 보험 상품, 인포테인먼트, 차량 기능 개선 등을 위해 추가 지출을 용인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일으킬 수익 구조의 변화와 비즈니스 모델의 추가를 통해 자동차 산업은 연매출 기준 2000조원 규모의 완성차 제조 산업에서 7000조원 규모의 모빌리티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과거 정체된 시장 환경 속에서 현대차의 기업 가치는 순이익과 동행해 움직여 왔다. 지난 15년간 현대차의 연결 순이익과 시가 총액의 상관 계수는 0.91에 달한다. 다시 말해 지난 20년간 시장은 현대차 등 기존 완성차 기업의 밸류에이션 확대에 공감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포착된다. 첫째, 2019년 4월 테슬라의 모빌리티 비즈니스 서비스에 대한 비전 공유 이후 45%에 달했던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2년 동안 30% 미만으로 하락했다.

둘째, 지난 1월 현대차와 애플의 협업 보도 이후 현대차는 지금까지 머무르던 8~9배의 주가수익률(PER) 밴드에서 벗어나 장중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한 바 있다. 물론 실질적 협업 진전의 부재로 기업 가치는 다시 기존의 프레임으로 회귀했다.

이 두 변화는 현대차의 모빌리티 비즈니스 비전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시장은 이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언제나 기회를 노리고 있다. 현대차가 모빌리티 산업에서 구조적 성장을 누리기 위한 핵심 역량에 대한 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다.

다행스러운 것은 모빌리티에 대한 현대차의 준비가 기존 완성차 업체들 중 앞선 수준이라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자율주행을 위한 기본적 선행 조건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폭스바겐에 이어 완성차 업체 중 둘째로 출시했고 타사 대비 뛰어난 전력 효율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은 또한 2017년 정의선 회장 체제 이후 모빌리티 비즈니스 밸류 체인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개발을 주도할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해 더 많은 데이터 확보와 고도화된 AI 개발을 위해 매진 중이다.

하지만 잠깐 앞선 수준에서 무조건적 낙관은 위험하다. 올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출시 계획을 발표했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기차 제조 기술은 2023년 전후로 차별화 격차가 축소될 수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20종 모델을 2025년까지 출시하고 100만 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고수 중이다.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모빌리티 진전에 전향적인 완성차 업체들은 더욱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모셔널이 주도하는 로보 택시 서비스 출시 계획도 2023년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로보 택시 개발을 이어 가는 아마존 등 ‘빅테크’와 비교할 때 빠르지 않다.

모빌리티 산업에서 선두 주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전기차 판매 전략, 빅테크와의 협업, 독자적 모빌리티 기술 진전의 구체적 공유가 필요하다.

초과 수요의 시장 환경, 반도체 부족 이슈의 점진적 완화, 성공적 신차 효과에 힘입어 지난 10여 년간 현대차 주가의 동행 지표였던 순이익 규모는 내년에도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동시에 더 많은 업체들의 모빌리티 기술이 진전되고 비전이 공개되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가치 평가 프레임에 모빌리티 산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혼재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빨라지는 모빌리티 시계에 발맞추기 위해 현대차에 더 공격적인 데이터 확보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2021 상반기 자동차·타이어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