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금융 플랫폼 ‘신한플레이’ 승부수
혁신 금융 서비스만 10개 보유
신한카드의 거침없는 진격의 중심엔 임영진 사장이 있다. 4기 체제에 돌입한 임 사장은 2017년 대표이사로 부임해 2년 임기를 채우고 2019년, 2020년 각각 1년 연임과 2021년 다시 2년 연임에 성공하며 ‘장수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렸다.
임 사장은 플랫폼 서비스, 데이터 판매, 자동차 할부 금융 등 신사업을 주도하며 그룹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그는 혁신 금융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신한카드는 개인 사업자 CB 서비스를 포함해 총 10개의 혁신 금융 서비스 아이템을 보유 중이다. 두 자릿수 혁신 금융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금융권에서 신한카드가 유일하다.
젋은 부서장 발탁하고 추진단 꾸려
한국 카드사들이 수수료와 이자 수입의 의존도를 낮추고 새 수익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고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위협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 역시 악화된 영업 환경을 넘기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임 사장이 주목한 부분은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다. 그는 취임 이후 줄곧 ‘생활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라는 미래상을 그리고 있다. 결제 데이터 등을 가공·활용해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임 사장은 매년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기반을 닦았다. 그가 취임한 2017년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신한판(FAN)을 관리하는 FAN사업팀과 MPA추진팀을 통합해 ‘디지털마케팅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이듬해인 2018년 디지털 관련 부서를 플랫폼 사업그룹으로 통합하고 젊은 본부장과 1970년대생 부서장 등을 대거 발탁해 디지털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디지털과 빅데이터 사업본부 산하에 인공지능(AI), 디지털 연구·개발(R&D), 페이테크(Tech), 마켓센싱 등 10개의 셀(cell) 조직을 구성했다. 셀은 5∼8명으로 구성된 팀급 단위 조직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가 유연하다.
2019년엔 디지털과 빅데이터 사업을 맡고 있는 플랫폼 사업 그룹을 중심으로 에자일(agile) 조직 문화를 구축했다. 그룹 내 각 본부에 있는 셀 조직이 그룹장 또는 본부장 권한으로 연중 주어진 업무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직을 재구성하고 운영하도록 한 것이다.
2020년엔 기존 태스크포스(TF)에서 담당했던 개인 사업자 CB 사업 담당 팀을 따로 배정하며 본격적으로 데이터 판매 사업을 준비했다. 올해 들어선 데이터·디지털 기반의 3대 신사업을 전담하는 추진단을 본부급으로 신설하고 사업 인허가 취득과 플랫폼을 기획·개발·운영하는 조직을 부서급으로 승격했다.
3대 신사업은 결제부터 금융 상품, 자산 관리에 이르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구현하는 ‘소비 밀착형 생활 금융 플랫폼’과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와 비금융 혜택까지 제공하는 ‘라이프 플랫폼’, 개인 사업자 대상 금융 지원과 자금 관리·마케팅 등 가맹점 운영 지원을 종합 제공하는 ‘개인 사업자 금융 플랫폼’ 등이다. 추진단을 이끌어 갈 수장으로 신한카드 신사업 분야에 잔뼈가 굵은 박창훈 본부장을 선임하며 신사업 진행에 힘을 실었다.
데이터 기반 수익원 추가
신한카드의 신사업 추진 성적표는 ‘A’다. 간편 결제 플랫폼인 신한페이판은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 수 1300만 명, 월 방문(MAU) 520만 명을 기록하며 연간 결제액 13조원에 달하는 대형 결제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신한페이판의 성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신한카드는 올 10월 신한페이판을 확대 개편해 모든 자산 관리가 가능한 생활 금융 플랫폼 ‘신한플레이’를 선보였다. 향후 쇼핑·게임·커뮤니티 등 생활 전반의 편리한 가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정리하면 신한카드는 카드업을 통해 쌓은 결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생활 곳곳에 맞닿아 있는 종합 금융 플랫폼 회사로 거듭날 채비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카드사 회원 수(2750만 명)를 내년까지 3000만 명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판매 사업도 첫 발을 떼는 데 성공했다. 신한카드는 2019년 금융 당국으로부터 혁신 금융 서비스(금융 규제 샌드박스) 사업자로 지정받아 그해 ‘마이크레딧’을 론칭했다. 마이크레딧은 전국 270만 가맹점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사업자 600만 명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사업이다.
이후 신한카드는 올해 10월 카드업계 최초로 개인 사업자 CB업의 정식 라이선스를 얻었다. 자영업자 대출과 연계한 CB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신한카드는 가맹점 매출, 상권 위치, 연체 내용 등을 데이터화해 개인 사업자 신용 등급의 정확도를 높이는 강점을 내세워 CB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사업이 법제화를 거쳐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 연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개인 사업자 CB 시장이 선점 사업인 측면이 강한 만큼 신한카드가 다른 카드사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데이터를 금융사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영업자를 위한 종합 금융 서비스 등을 내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3년마다 적격 비용을 재산정하는데, 2019년까지 12년간 총 13차례에 걸쳐 인하됐다. 현재 최대 수수료율은 2.3%다. 올해 역시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될 것이란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2022년부터 적용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은 다음달 중으로 발표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수료율이 낮아진다면 내년에 예상되는 카드사 전체 영업이익 감소 규모가 최대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돋보기
카드사, 자동차 금융 시장 공략 잰걸음
자동차 금융은 할부 금융과 리스 등으로 구성된다.
수년 전부터 카드사들은 캐피털업계의 텃밭으로 꼽히던 자동차 금융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잇단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전통적인 수익원(신용 판매)이 위축된 카드사들의 새 먹거리 중 하나로 자동차 금융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동차 금융의 시장 규모는 약 34조원에 달한다.
실제 일부 카드사들은 자동차 금융 사업에서의 수익으로 주력인 카드 부문 매출 축소의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신한카드도 그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카드의 신용카드 부문 수익은 1조41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반면 할부금융(771억원)과 리스(1856억원) 등 자동차 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3%, 45.1% 증가했다. 특히 신한카드는 임영진 사장이 취임한 뒤부터 자동차금융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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