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와 ESG 점수를 곱한 ‘ROESG’...기업 전략에 활용하는 기업 늘어나
ROESG는 결국 기업 가치 경영의 문제

[스페셜 리포트] 2021 ROESG 톱 50
ROESG는 ROE와 ESG를 동시에 추구한다. ESG를 고려한 수익성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 /연합뉴스
ROESG는 ROE와 ESG를 동시에 추구한다. ESG를 고려한 수익성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한다. /연합뉴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은 기업 평가 기준의 근본적 변화다. 자본시장에서 기업을 평가할 때 단기 이익보다 지속 가능한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까지 고려해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기관 투자자뿐 아니라 일반 투자자의 ESG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 통계 전문 조사 기관 데이터 트랙 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초 우량주·대형주와 ESG의 검색 비율이 3~4 대 1이었으나 최근 역전되어 1.2~1.9 대 1로 나타났다.

한편에선 ESG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ESG가 최고경영자(CEO)의 마케팅 수단이나 ‘워싱(Waching)’에 그칠 수 있어서다. ESG 경영을 실적 악화의 면피나 느슨한 비용 지출의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OESG가 부상한 배경은?

이런 상황에서 부상한 개념이 바로 ROESG다. ROESG는 일본의 이토 구니오 히토츠바시대 교수가 2014년 8월 ‘지속적 성장을 위한 경쟁력과 인센티브-기업과 투자가의 바람직한 관계 구축’의 최종 보고서(이토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ROESG란 ROE와 ESG 점수를 곱한 수치를 뜻한다. 수익성 지표인 ROE와 지속 가능성 지표인 ESG 두 지표를 통합해 기업 전략을 모색하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이토 보고서에서는 ROE 경영과 비재무적 활동인 ESG의 조화가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관점에서 기업과 투자가가 건설적 소통을 통해 지속적 성장과 경제활동의 선순환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일본에서 ROESG가 부상한 배경에는 ‘잃어버린 20년’이 있다. 이토 교수는 ‘ROE 8%’ 이상이라는 핵심 과제를 도출했다. 당시 미국 기업의 평균 ROE는 15%인 데 반해 일본은 7%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 유럽 대비 일본 기업의 ROE가 상당히 낮아 ROE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ROE 8%를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 것은 시장 요구 수익률을 반영한 결과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일본 시장의 시장 요구 수익률은 8.42~17.21%다.

회계의 재생을 위해 이토 교수는 손익계산서 최하단 항목의 최종 손익인 ‘Bottom Line(BL)’을 강조한다. ‘양질의 자본주의가 요구되는 시대에 BL을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에 대한 접근으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비재무적 성과를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확대 업적 보고서(Enlarged Performance Report, EPR)’를 제창했는데, 그 핵심은 다음 4종류의 BL로 표시된다. ① 손익계산서상의 회계적 이익, ② 회계상의 경제적 이익(당기순이익-자본비용), ③ ESG 스코어(사회적 이익), ④ ROESG(지속 가능성 이익). ①·②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이토 보고서 1이며, ③·④의 이익에 대해 정리한 것이 보고서 2다.

결국, ROESG는 기업 가치 경영의 문제로 귀결된다. ROE 8% 이상의 목표를 세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하고, 동시에 ESG를 같이 추구해야 기업 가치가 향상된다는 주장이다.

일본에선 야나기 료헤이 에자이 CFO를 중심으로 ‘ESG가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실증적 연구가 나오고 있다. “ESG의 추진 동력이 실적이며, 실적이 뒷받침돼야 ESG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에자이는 2005년 세계 최초로 정관에 ESG 철학과 목적을 넣은 일본의 제약 기업이다. ‘환자의 만족 증대(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를 기업 정관에 넣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그 결과 기업 가치를 상승시켰다. 일례로 단기적 수익 창출을 위한 인건비 과다 삭감은 정관에 위반되는 행위다. 야나기 CFO는 ‘ESG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이란 개념을 만들고 이를 ‘통합 보고서 2020’에 반영하면서, 기존 EBIT 대비 3배 이상 높은 이익 창출을 증명했다.

ESG의 본질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변화 위기가 맞물리면서 한국에서도 ESG 경영·투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업들이 앞다퉈 ESG 경영을 선언하는 이 시점에서, ESG와 ROE를 통합적으로 보는 ROESG 전략이 유의미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면헌 동반성장위원회 운영부장은 “기후변화 등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게 ESG라면, 사회적 가치뿐 아니라 수익성도 같이 추구하는 ROESG는 기업 전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단기 실적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중장기적 ROESG 경영을 추진하는 것은 CEO, 투자자의 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ROESG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SG의 본질은 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한 요건이라는 데 있다.

기업이 핵심 이해관계자인 주주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수익성 관리가 기본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은 기업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ROE를 중요시하는 이유다.

한편 기업은 주요 이해관계자인 자연환경, 관계사 및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주요 이해관계자 중 어느 한 축만 무너져도 리스크가 커진다. 김준섭 KB증권 ESG솔루션팀장은 “기업의 리스크를 낮춰 주주가 투자한 자본의 할인 요인을 낮추는 것 역시 기업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ROESG는 ROE와 ESG 점수를 산출해 곱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계산하는 방법론이다. ROE가 높고 ESG 점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높다는 개념이다. ROE가 높아도 ESG 점수가 낮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낮아진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ROESG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ESG 경영을 수행함에 있어 실적 및 기업 가치에도 신경을 쓰면서 ESG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SG 기업은 착한 기업이 아닌 ‘환경과 사회를 고려하면서 투명하고 공명정대하게 돈을 버는 현명한 기업’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보여주기식 ESG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 CEO 및 전 사원이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할 때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버드대 조지 세라핌 교수는 “ESG 경영 전략 방향 중 첫 번째로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업성과 적합한 부분부터 ESG 활동을 강화하면서 차별화 역량을 쌓아나가는 것이 ROE와 ESG를 통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도 ROESG는 참고 기준이 될 수 있다. ROE가 높은 기업은 어떤 노력을 통해 이익 성장을 달성했는지, ESG 점수 또한 어떤 기준에 의해 산정됐는지 분석할 때 ‘옥석 가리기’가 가능해진다.

이현주 한경ESG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