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종 등 한국 최고 대우 해주는 판교 기업들…대기업·금융사도 인재 찾아 판교로
[스페셜 리포트] ‘혁신 성지’ 판교밸리에서 본 미래 기업이 있으면 인재가 있고 인재가 있으면 기업이 성장한다. 그렇다면 성장한 기업이 모여 있으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대표적인 답은 ‘판교’다.판교는 지리적·교통적으로 인재들이 출퇴근하기에 용이하다. 서울의 땅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이 우후죽순 판교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그러한 스타트업들에 인재들이 모인 것은 당연지사다. 인재들은 스타트업들의 다양한 비전과 전망에 자신의 능력을 쏟아부어 기업을 성장시키게 된다. 성장한 기업들은 더욱 많은 인재들을 모으고 다시 인재들은 기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다.
이렇게 판교에 자리 잡고 있었던 스타트업(기업)들이 성장하고 판교의 규모 또한 성장하면서 판교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인재 블랙홀’이 된 상황이다.
인재 블랙홀, IT부터 인사·마케팅까지 확산
판교 인재 전쟁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초기 판교에 자리 잡았던 스타트업들의 특징은 주로 ‘정보기술(IT)’ 업종이다. 그렇게 IT 관련 직무인 프로그래머, 서비스 기획자 등이 판교에 자리 잡았다. 자연스럽게도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IT 관련 직무자들은 어느새 최상위급 프로그래머 혹은 서비스 기획자가 됐고 기존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들은 판교에 근무하는 최상급 인재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큰 기업들이 판교의 인재 모집을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판교의 인재를 서울로 출근하게 하며 연봉을 올려 주는 조건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IT 관련 직무 인재의 연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아지며 기업은 연봉을 올려 주는 조건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에 대한 차선책으로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들이 판교로 사옥을 추가 건설하거나 아예 사옥을 이전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IT가 아닌 타 직종들이 판교에 모여들면서 IT 관련 직종뿐만 아니라 인사·마케팅·경영 등의 다양한 인재들이 판교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또한 판교에 사옥을 가진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레 판교에서 근무하는 인재들의 수준이 상당 수준 높아지며 판교의 편의 시설, 교통 수단 등의 수준도 향상됐다. 판교의 전체적인 위상이 제고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판교는 외국에서 온 인재들과 한국인 인재들이 영어로 대화하며 일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우리는 이제 판교를 ‘K실리콘밸리’라고 부른다. 판교의 기업들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판교의 수준 높은 근무 환경, 교통 수단,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고액의 연봉 등을 제시한다. 당연하게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는 기업들은 좋은 인재가 필수 조건이고 이러한 기업에 근무하는 인재들은 최상급 대우를 받기를 희망한다. 여러 직무를 영위하는 인재들 중 IT 분야의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재들의 몸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IT 분야의 특수 기술은 자연어 처리, 얼굴 인식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특수한 분야의 인재들은 기존의 공채와 같은 많은 지원이 발생되는 채용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고스펙의 좋은 대우를 받는 직장인들이 이직과 관련된 소문이나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이직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근 기업들은 소위 임원급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이용하던 헤드헌팅 채용을 일반 직원(대리~부장)급 채용에 적용해 적합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말한 특수한 분야의 인재들은 헤드헌터들에게 이직 제안을 받는다.
판교에 있는 헤드헌팅 플랫폼(히든스카우트)을 통해 의뢰해 온 기업들 중 50% 정도가 중견기업 이상이고 중소기업들도 점차 헤드헌팅 채용을 통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헤드헌팅 채용 중 약 30%는 대외비로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 간 연봉의 정보나 보상 체제 방식에 대한 정보를 경쟁사에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교는 기업 간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평균적으로 특수한 분야에 경력을 가지고 있다면 2억원에서 최대 5억원 이상의 수준 높은 연봉을 제안 받는다. 이러한 인재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최고의 대우를 제공해 주는 판교의 기업에 몰려든다. 연봉 외 스톡옵션으로 고스펙 인재 확보
또한 판교의 인재들은 연봉 외적으로 다른 옵션을 제시 받길 원하는 이들이 많다.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및 주식매수선택권)’이 대표적이다. 기업은 보통 스톡옵션을 제시하는데, 카카오가 초기 스톡옵션을 활용해 인재를 유치한 일화는 유명하다. 카카오는 2017년께 대표와 임원급 인재들에게 스톡옵션 22만 주를 부여했다. 해당 스톡옵션은 주가가 50% 인상되면 일부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고 100%가 오르면 해당 스톡옵션을 모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스톡옵션으로 돈을 벌기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0년 카카오의 주식이 급등하면서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각각 주식 4만 주와 3만 주를 8만원대에 살 수 있었다.
카카오의 초기 멤버(인재)들이 카카오의 주가가 상승함에 따라 큰돈을 벌게 된 이야기를 통해 스톡옵션의 중요성이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유입됐다. 이처럼 고스펙의 인재들은 점차 스톡옵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판교 여러 스타트업들 역시 인재들을 스톡옵션을 통해 유입하기도 한다. 다른 클러스터보다 스타트업이 많은 판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울에 있는 대기업의 인재들이 판교로 이직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에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대기업은 물론 시중은행·공기업 등 특정업계마저 인력 지키기에 비상이다. 어떤 기업들은 아예 판교에 사옥까지 지으며 인재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KT는 서울 광화문에 자리하고 있지만 벤처·스타트업과의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고 디지털 뉴딜 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판교에 거취를 새로이 마련했다. 2022년 준공될 예정이다. KT의 미래 융합 기술을 개발, 실증하며 이곳 업무 공간의 20%를 벤처·스타트업에 최대 10년간 무상 임대하고 이들 기업의 글로벌 진출과 네트워크 활동, 자사 사업과의 연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제조 회사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타이어그룹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지난해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판교가 IT의 요람으로 혁신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만큼 이번 본사 이전으로 기술 기반 그룹 이미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판교 시대 시작은 타이어 제조업의 이미지를 탈피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방현배 히든스카우트 대표/'히든스카우트 이직·채용 트렌드' 저자
헤드헌터 연결 플랫폼 서비스 제공 전문기업인 히든스카우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하고 창업진흥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운영하는 판교 창업존 입주기업이다. ‘소문 없는 이직’을 통해 성공적인 커리어관리 기회로의 연결을 돕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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