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이익 공공 환수 둘러싼 논란들
양질의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원칙 지켜야

[스페셜 리포트]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 대장 도시개발구역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시비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인허가 절차상 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고 여야 모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상대 탓만 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 관계는 추후 사법 당국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대장동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살펴본다.


대장동 사태의 원인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사람들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기존의 사람이 뼈를 깎는 반성을 하든, 새로운 사람으로 바뀌든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면 그 고양이가 하얀색이든 검정색이든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고양이 자체를 생선가게와 격리해야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는 하얀색 고양이가 잘했는지, 검정색 고양이가 잘했는지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만 일삼고 있는 것이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가슴은 고구마를 먹은 듯 갑갑하기만 하다.

대장동 사태로 드러난 택지 개발의 문제점

그러면 대장동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더 나아가 대장동뿐만 아니라 한국 택지 개발 방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대장동 사태가 세간의 관심을 끈 것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을 받는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막대한 이익 규모에 있다.

출자금 5000만원짜리 작은 회사에서 577억원의 배당금 이익을 거뒀고 화천대유과 관련된 천화동인 1∼7호는 3463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가면서 특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몇 천억원대의 분양 수입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이 놀라고 분노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화천대유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의 수익률을 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벨 경제학상을 탈 만큼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내 사업에 성공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누구든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따르면 그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반도체 산업이나 2차전지 산업과 같은 막대한 자본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단돈 5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5000만원 정도의 자본금은 앞으로 수익만 확실하다면 국민 누구나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천대유가 투자에 성공한 것을 보여 줬으니 같은 방식으로 따라 하면 아무나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너무 순진한 것이다. 민간 기업은 토지 개발로 수익을 낼 수 없다. 세 가지 권한이 민간 업체에는 없기 때문이다.

첫째, 수용권이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민간 사업인 지역주택조합을 예로 들어보자. 지역주택조합은 실수요자들이 모여 자금을 모아 대지를 확보하고 입찰 경쟁을 통해 시공사를 정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건설사나 분양사에 갈 이익을 실수요자들이 차지할 수 있는 완벽한 내 집 마련 수단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세계에서는 수많은 지역주택조합이 좌초되고 있다. 첫째 단계인 대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바로 ‘알박기’가 그 원인이다. 아파트 건설 대상 지역의 중간중간에 대지를 팔지 않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알박기는 그야말로 본인 소유의 땅값을 시세보다 상당히 높게 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땅을 팔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조합이 90%의 대지를 확보했더라도 나머지 10%의 대지를 매수하기 전에는 시공이 전혀 진척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나머지 대지를 매수하기까지 사업은 지체되고 이에 따라 90% 대지 확보에 들어간 자금에 대한 막대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지역주택조합의 성패는 전체 대지를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하는 것에 있는데 이런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악덕 지주들이 자신의 땅을 터무니없는 값에 사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알박기라고 해도 모두 나쁘다고 볼 수만은 없고 선의의 알박기도 있을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재개발 지역의 허름한 주택에 살고 있는 힘없는 철거민에게 어느 날 깡패처럼 생긴 철거 용역이 들이닥쳐 세간살이를 부수고는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 장면을 보면 철거 용역에 대한 적개심이 생기는 한편 거기에 저항조차 못 하는 철거민에게 동정심마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영화에 나오는 후자, 즉 철거민이 바로 ‘선의의 알박기’다. 그 동네에서 평생을 살아 왔기 때문에 그 지역을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선의의 알박기든, 악의적인 알박기든 알박기가 발생하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중단되고 그때부터 표류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이론적으로 완벽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공률이 떨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원수에게 추천하는 투자 종목이 지역주택조합이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물론 지역주택조합에서 정상적인 거래로 100% 토지 모두를 확보할 필요는 없다. 95% 이상의 토지를 확보하면 나머지 5%의 미만의 토지에 대해서는 수용권, 다시 말해 매도 청구권이 주어진다. 악의적인 알박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 업체들은 95%의 대지마저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국민의힘 김은혜(오른쪽부터), 송석준, 박수영, 이헌승, 김형동 등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의원들이 9월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현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은혜(오른쪽부터), 송석준, 박수영, 이헌승, 김형동 등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TF' 의원들이 9월 16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현장을 찾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공의 이름으로 토지 강제 수용…막대한 수익 올려

그런데 대장동 사태에서는 기가 막힌 편법이 등장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의 지분을 가진 페이퍼컴퍼니인 ‘성남의 뜰’을 통해 토지를 강제 수용한 것이다. 지방공사가 50% 이상 출자한 페이퍼컴퍼니는 기존 토지 소유자의 동의 요건 없이 토지를 강제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알박기’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명분 때문에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이런 편법에 동원된 것이다. 이처럼 공공의 협조 없이 순수 민간 사업자의 힘만으로는 사업 진행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토지 수용의 벽을 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민간 업체에는 없는 둘째 권한은 ‘용도 변경’이다. 민간 사업자가 공공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노력으로 어렵게 토지를 100% 수용했다고 하더라도 그다음에는 더 높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민간 사업자가 기존의 땅 주인에게서 사들인 땅은 논이나 밭 또는 임야와 같은 자연 녹지가 대부분이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대지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같은 대지라고 하더라도 1종 일반 주거지역과 2종 일반 주거지역, 3종 일반 주거지역마다 지을 수 있는 주택의 수는 다르다.

법정 허용 용적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1종 일반 주거지역에 주택 200채를 지을 수 있다고 하면 2종 일반 주거지역에는 250채, 3종 일반 주거지역에는 300채까지 지을 수 있다.

3종 일반 주거지역은 1종 일반 주거지역에 비해 같은 면적의 땅에 50%나 더 많은 주택을 짓고 분양할 수 있기 때문에 수익도 더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어떤 땅의 용도를 지정하는 권한은 민간의 영역이 아니라 공공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용도 변경이 되지 않는 한 공공의 협조 없이 민간의 힘만으로는 절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1종 일반 주거지역인 어떤 단지에 아파트 200채를 짓기 위해 땅을 1000억원어치를 샀고 거기에 공사비 400억원(한 채당 2억원)을 투입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아파트 200채를 짓기 위한 자금은 1400억원이 들었으니 한 채당 원가는 7억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아파트들을 한 채당 10억원에 분양하면 한 채당 3억원, 총 600억원의 사업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업 수완(?)이 좋은 사업자가 로비를 통해 그 단지를 3종 일반 주거지역으로 종상향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그 단지는 같은 땅에 200채가 아니라 300채를 지을 수 있으므로 이때 들어가는 비용은 공사비만 200억원을 추가하면 된다.

그러면 총 원가는 1600억원이 되고 분양 총액은 3000억원이기 때문에 사업 수익은 1400억원으로 늘어난다. 그 땅이 1종 일반 주거지역이면 600억원의 수익밖에 거둘 수 없었던 것이 3종 일반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1400억원으로 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종상향 하나로 수익이 무려 133%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렇듯 건설 물량이 50% 늘어나는 것은 단순히 수익이 50%만 늘어난다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추가 수익을 안겨 주는 지름길이기 때문에 사업자로서는 종상향이나 토지 용도 변경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

화천대유의 경우 그 구성원들이 토지 개발 전문가가 아니라 법조인이나 언론인 등 권력에 끈이 닿을 수 있는 기득권층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공공의 협조로 만든 과실, 민간의 몫 아냐

민간 업체에는 없는 셋째 권한은 ‘주변 지역과 연계된 도시 기반 시설 확충’이다. 어떤 지역을 개발한다고 해서 그 지역이 자족 도시의 기능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그 지역에 있는 일자리 수는 한계가 있으므로 일자리가 많은 지역까지 출퇴근하는 입주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의 일자리가 많은 지역까지의 이동 수단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새로 개발되는 지역 근처에 전철역을 개통한다든지 이번 대장동과 같이 판교까지 서판교터널을 만들어 주는 것과 같은 인프라 스트럭처의 확충이 필요하다. 물론 이때 그 지역 개발 이익의 일부가 이런 기반 시설 확충의 재원으로 활용되기는 하지만 공공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가기 어렵다.

이렇듯 ‘알박기’ 방지를 위한 수용권, 토지의 용도 변경권, 도시 기반 시설의 확충은 민간 단독으로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것들이고 이 과정을 통해 해당 토지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막대한 개발 이익이 생기게 된다. 이 세 가지 행위에서 공공의 역할이 지대한 만큼 이러한 개발 이익은 민간 개발업자의 몫이 아니다.

이번 대장동 사태의 문제는 공공 기관인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투자회사인 ‘성남의 뜰’이 사업을 시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민간 기업인 ‘화천대유’가 가져갔다는 것에 있다.

화천대유의 단독의 능력으로 사업을 집행했다면 막대한 이익이 났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능력이고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공공의 권한으로 일을 진행하고 수익은 민간이 가져갔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그 와중에 비리가 있었는지는 사법 당국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바꿔야 할까. 토지 개발에서 공공의 역할이 지대한 만큼 개발 이익의 대부분은 공공의 몫으로 남겨 둬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토지 개발은 왜 하고 주택 공급은 왜 하는 것일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고상하게 표현하면) ‘공공의 수익 창출’,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국민을 상대로 한 땅장사’ 때문이라고 하면 개발 이익 대부분을 공공의 몫으로 남겨 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누누이 강조한 대로 공급을 통해 ‘적정 가격에 국민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면 그 개발 이익은 ‘국민의 몫’이 돼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국민이 구체적으로 누구냐’라는 것이다. 개발 전 토지의 원 소유주들도 국민이고 개발을 주체한 민간 개발업자도 국민이고 개발된 토지에 지어진 주택을 분양받은 실수요자들도 국민이다. 물론 그 지역 개발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반 국민도 있다. 그 개발 이익을 누구에게 많이 줘야 할까.

첫째, 토지의 기존 소유주들에게 개발 이익이 많이 돌아가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개발 이익이 토지의 원래 가치보다 개발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익의 발생 시점 이전에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개발 이익을 많이 나눠 주는 것은 석연치 않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토지 투기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도 하고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연초에 불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개발 정보를 먼저 접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개발될 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LH 사태는 토지 수용가가 투자금에 비해 지금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토지가 수용돼 손해라고 하면 LH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개발 정보를 선점한 LH 직원들이 먼저 사 놓는 일은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둘째, 민간 개발업자에게 개발 이익을 많이 주는 것은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앞서 서술한 대로 개발 행위의 핵심은 공공이 하는 것인데 그 과실을 화천대유와 같은 민간 업자가 취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대장동 사태의 문제점이 이것이다.

그러면 남는 것은 셋째와 넷째뿐이다. 셋째는 개발된 토지 위에 지어지는 주택을 분양받는 실수요자에게 그 이익을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분양가를 최대로 낮춰 분양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분양가는 토지 조성을 위한 실비와 공사비 수준에서 결정되면 된다. 이런 사례가 MB 정부 때 인기를 끌었던 ‘보금자리 주택’이다.

이 선택의 장점은 실수요자에게 양질의 주택을 지속적으로 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주택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단점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같이 개발 이익이 운이 좋은 일부 계층에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마지막 넷째 방법은 개발 이익이 분양을 받은 일부 계층에게만 돌아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분양가를 시세대로 하는 방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성된 개발 이익을 공공이 취하면서 그 이익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게 하는 방법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넷째 방식이 솔깃하게 들릴 것이다. 더구나 분양 받을 계획이 없는 사람들로서는 분양가를 낮춰 수익을 일부 계층에게 몰아주는 것보다 전 국민에게 그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넷째 방식이 현 정부의 정책이다.

당신은 셋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넷째 방식이 맞다고 생각하나. 결정을 못하겠다면 맨 처음 질문을 되새겨 보자. 토지 개발은 왜 하고 주택 공급은 왜 하는 것일까.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는 목적이라면 셋째 방식을 취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공공의 수익 창출을 위한 목적이라면 넷째 방식을 취해야 한다.

토지 개발 이익은 ‘국민의 몫’ 돼야

왜 현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지 못했을까. 왜 현 정부에서는 공급에 소극적일까. 왜 현 정부에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백안시하나. 이 질문들이 각각의 이슈이고 지금까지 서술한 이슈와는 별개로 보이지만 본질은 모두 같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시장 가격의 균형을 깨뜨리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수요보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시장에 양질의 주택이 꾸준하게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 참여자 사이에 퍼지게 되면 가수요도 사라지게 되고 패닉 바잉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공급가다. 예를 들어 시장 평균 가격이 5억원인데,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새 아파트’라는 이유로 10억원씩에 분양된다면 시장 가격은 전혀 잡지 못한다. 오히려 시장만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시장 평균 가격이 5억원인데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를 4억원에 분양한다면 어찌 될까.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로또를 맞은 것처럼 수익이 생길 것이다. 아무리 적게 올라도 시장 평균 가격 이상으로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앞으로 분양되는 아파트는 계속 4억원에 분양될 것이라는 믿음이 실수요자들 사이에 퍼져 나가게 되면 시장 평균 가격은 4억원에 수렴하게 된다.

50년 전쯤 한국 학생들 사이에 우표를 모으는 취미가 유행이었다. 연초가 되면 체신국에서는 그해에 발행할 우표의 종류와 시기를 공표한다. 예를 들어 국악기 시리즈 또는 천연기념물 시리즈 등의 우표도 있고 대통령 취임이나 외국 원수 내한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한다.

그러면 우표를 모으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우체국 앞에서 긴 줄을 섰다. 동네 우체국에는 배정된 물량이 적거나 없기 때문에 서울 중구 소공로에 있는 중앙우체국 앞에는 언제나 인파가 몰렸다.

새 우표를 사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에 1인당 3~4장밖에 팔지 않았고 이 때문에 새 기념우표는 희소성이 보장됐다. 한 장에 10~20원 정도 되는 기념우표는 사자마자 2~3배 가격에 팔렸다.

새 우표를 얻는 즐거움 대신에 아침잠을 잔 친구에게 넘기거나 학교 앞 문구점에 팔 수도 있다. 프리미엄도 붙고 환금성도 있어 우표를 사는 것을 돈 낭비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고 오히려 ‘건전한’ 취미 생활로 여겨졌다.

그런데 그렇게 인기가 높던 우표 모으기가 어느 시기 이후에 봄눈 녹듯 사라졌다. 우체국의 과잉 친절 때문이다. 기념우표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지자 우체국에서는 충분한(?) 물량을 발행하면서 대량으로 주문하는 사람에게는 집까지 배달하는 서비스를 실행한 것이다.

새 우표 3~4장을 사기 위해 새벽 첫차를 타고 큰 우체국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문제는 누구나 액면가로 본인이 원하는 수량만큼 새 기념우표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새로 발행되는 우표에 더 이상 프리미엄이 붙지 않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환금성도 없어졌기 때문에 (편지 봉투에 붙이지도 않을) 우표를 사는 것은 더는 취미가 아니라 돈 낭비가 돼 버린 것이다. 시장의 프리미엄을 없애는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방법은 무차별 공급밖에 없다는 교훈을 이미 50년 전에 얻을 수 있었다.

현 정부든, 새 정부든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려면 무식(?)할 만큼의 공급 폭탄을 쏟아내면 된다. 물론 우표를 찍어내는 것과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에 양질의 주택이 ‘싸게’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이 퍼질 때까지 공급을 지속하면 집값은 잡힐 수밖에 없다.

이때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개발 이익을 공공이 취해서는 절대 안 된다. 실비 수준의 토지 개발 비용과 주택 건설 비용을 커버하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지금 대장동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대장동 아파트들은 이미 분양이 완료됐고 입주까지 마친 단지도 많다. 개발 과정에 이익 배분 문제로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는 사법 당국에서 다룰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의 관심 주제도 아니다.

지금 3기 신도시를 포함한 새로 개발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대규모 개발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토지 개발 이익을 실수요자가 아니라 공공이 취하게 될 때 부작용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한다.

공공이 개발 이익의 대부분을 취하지 못하는 공급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과 재개발이다.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은 100% 민간 사업이다. 쉽게 말해 ‘자기 땅에 자기 돈 들여 자기 집을 짓겠다’는 것이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이다. 100% 대지가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역주택조합과는 전혀 다른 안정적인 공급 수단이다.

특히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만이 양질의 주택을 시장에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공공의 시각에서 이를 보면 자신들에게는 전혀 이익이 남지 않는 사업이다. 기부채납이나 초과 이익 환수와 같은 것이 있기는 해도 대장동 사태와 같은 막대한 개발 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이 활성화돼 상급지에 양질의 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된다면 3기 신도시와 같이 공공에 수익이 떨어질 사업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흥행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공공의 이익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을 백안시하는 것이다.

대장동 사태를 맞는 정치인들의 눈에 국민은 없다. 원래 국민에게 돌아갈 이익을 누가 얼마나 취했는지를 가지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공공으로 갈 개발 이익을 몇몇 민간 개발업자에게 몰아준 대장동 사태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모든 개발 이익은 공공이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잘못된 것이다. 그 개발 이익은 바로 국민이 취해야 하는 것이다. 민간이 바로 국민이다. 권력에 빌붙어 단물을 빨아대는 일부 민간업자와 대부분이 선량한 민간인을 구분해야 한다.

주택 시장을 안정시키고 국민 주거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의지가 정부에 있다면 개발 이익을 공공이 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을 대상으로 땅장사를 한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양질의 주택을 싸게 충분히 공급해야 하는 책무는 바로 정부에 있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