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 비용 감소, 초소형 위성 붐 타고 도전장
해외로 사업 넓히고 IPO 준비도

[스페셜 리포트] 우주 개발 대항해 시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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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민간의 초대형 투자로만 가능했던 우주 항공 분야에 스타트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재사용 로켓의 등장으로 로켓 발사 비용이 감소하고 위성 부품의 소형화·표준화 등이 가능해지면서 우주 진출 비용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위성 발사의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대형 로켓에 대형 위성(1000kg 이상) 하나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보다 초소형 위성(100kg 이하) 여러 개를 묶어 띄우는 것이 위성의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준비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비용 감소와 함께 위성 발사 트렌드가 ‘대형-장기간’에서 ‘초소형-단기간’으로 변하면서 스타트업이 뛰어들 여지가 생긴 것이다.

우주 분야 시장 조사 업체인 유러컨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발사된 소형 위성은 1805기, 146억 달러(약 17조1200억원) 규모에서 향후 10년간 1만105기, 513억 달러(약 60조17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움직임이 분주하다. ‘창업=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제작’이라는 공식을 깨고 항공우주공학도를 꿈꿨던 젊은이들이 우주에서 돈을 벌겠다고 뭉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소형 발사체와 위성 제작, 기지국·위성영상 등 다양한 우주 산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부가 우주 개발을 이끌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가 저물고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참여해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는 진정한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지상국 사업자 ‘컨텍’, 사업 넓히고 IPO 준비
컨텍의 제주도 지상국 모습./사진=컨텍 제공
컨텍의 제주도 지상국 모습./사진=컨텍 제공
인공위성이나 발사체가 보내는 위치 정보, 상태 정보, 지구 촬영 정보 등을 받기 위해선 지상국을 활용해야 한다. 이때 지상국(기지국) 사업자는 인공위성에서 넘겨받은 데이터를 고객사에 넘겨 수익을 낸다. 한국에도 지상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5년 창업한 컨텍이다. 컨텍은 민간 우주 지상국 사업자다. 전 세계 위성을 상대로 지상국을 운영하면서 데이터 수신·처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컨대 위성 영상으로 얻은 정보를 분석하면 농업 생산량을 예측하거나 무허가 건물 탐지, 주차장 이용률, 교통 혼잡도 분석 등 도시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하다.

최근 컨텍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컨텍은 2019년 제주테크노파크에 첫 우주 지상국을 설치했다. 내년까지 아일랜드·스웨덴·알래스카 등 12개국에 지상국을 추가로 구축하는 등 글로벌로 영역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여러 개 지상국을 엮어 위성 정보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 지상국에는 직경 4m와 6m 크기의 안테나가 사용될 예정이다.

사업 영역도 넓힌다. 우선 컨텍은 해외 기업인 나노아비오닉스와 협력해 1.5m의 광학 위성을 개발하기로 했다. 발사일은 2023년을 목표로 한다. 또 상업용 소형 발사장을 구축해 발사 대행 서비스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국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컨텍은 코스닥 기술 특례 상장을 검토 중이다. 내년 상반기 중 주간사 회사를 선정한 후 2023년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컨텍이 받은 투자 규모는 136억원이다. 2019년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신한금융·크립톤·위벤처스 등에서 16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최근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B를 투자 받았다. 시리즈B는 운용 자산 4500만 달러(약 528억7500만원) 규모의 벤처캐피털(VC)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투자를 주도하고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컨텍을 이끌고 있는 수장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 공채 1기 출신 이성희 대표다. 이 대표는 항우연에서 16년간 일하며 안테나 시스템 개발부터 발사체 발사와 위성 관제 임무 지원까지 실무 경험을 두루 거친 베테랑 전문가로 꼽힌다.
잇달은 투자 유치 성공, 하이브리드 로켓 기업 ‘이노스페이스’
이노스페이스의 추력15톤 엔진 지상연소시험 모습./사진=이노스페이스 제공
이노스페이스의 추력15톤 엔진 지상연소시험 모습./사진=이노스페이스 제공
소형 위성 발사체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2017년 설립된 이노스페이스다. 이노스페이스에서 개발 중인 발사체는 주로 통신, 지구 관측, 원격 측정, 과학 실험 등에 활용되는 소형 위성을 우주 궤도로 올리는 데 활용된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 로켓은 동체 내부에 연료와 공기 역할을 하는 산화제를 탑재하고 이를 연소해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이때 연료와 산화제가 고체면 고체 로켓, 액체 형태면 액체 로켓, 연료는 고체이고 산화제가 액체라면 하이브리드 로켓이 된다. 하이브리드 로켓은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의 장점만 적용해 폭발 위험이 적고 가격이 낮다. 또 추력 제어도 가능하다.

이노스페이스는 고체 연료와 액체 산화제를 같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로켓’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엔 우주 발사체의 고체 연료 활용이 제한돼 왔었는데 지난해 7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제한이 풀리면서 하이브리드 로켓 개발에 드라이브를 건 것이다. 지난해 5톤 엔진 시험에 이어 올해 9월부터 15톤 엔진 시험에 돌입, 내년에는 적도 인근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에서 시험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다. 위성 운송 서비스는 2023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 이노스페이스는 창립 2년 만인 2019년 엔진 연소시험장을 구축했다. 충남 금산 소재의 엔진 연소시험장은 최대 20톤 추력까지 시험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올해 들어 33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1월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80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7월에는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다. 시리즈B 투자에는 복합 소재 전문 기업 코오롱글로텍이 6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가장 저렴하게 위성 배달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2019 유튜브 방송 화면 캡쳐
블루포인트 데모데이 2019 유튜브 방송 화면 캡쳐
또 다른 소형 위성 발사체 스타트업은 2016년 설립된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다. 이 회사는 초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에 특화한 스타트업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소형 발사체 ‘블루웨일’은 길이는 8.8m이고 무게는 2톤 미만이다. 탑재할 인공위성의 무게는 50kg 안쪽이다. 미국의 대표 스타트업 로켓랩이 개발한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이 길이 17m, 무게 12.5톤인 점을 고려하면 블루웨일은 길이는 절반, 무게는 10분의 1에 불과한 ‘초소형’ 발사체인 셈이다.

소형 발사체의 1회 발사 비용은 약 수십억원대로 수백억원에 이르는 대형 발사체보다 저렴하고 생산 기간도 짧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작은 발사체로 제작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2018년 엔젤 투자(14억원)를 받아 기존 유한회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이듬해인 2019년 삼성벤처투자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기관투자가로부터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이끌어 냈다. 지난해엔 100억원이 넘는 시리즈B 투자를 받는 데 성공했다. KDB산업은행에서 총 5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민간 VC까지 투자에 참여하면서 당초 투자 유치 목표액(100억원)을 초과한 125억원을 유치한 것이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신동윤 대표가 이끌고 있다. 신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 위성을 500km 상공의 궤도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대표는 “발사체는 물건이든 사람이든 우주로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운송 수단”이라며 “통신 위성을 저궤도에 올리기 위해선 굉장히 많은 수의 인공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야 하는데 쏘아 올린 후 산발적으로 인공위성들의 교체 수요가 발생한다. 이 경우 대형 발사체로 대응하는 게 불가능하다. 고장난 인공위성을 한 개씩 대체하는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초소형 위성으로 ESG 틈새 시장 노린다
10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서울지사에서 박재필 대표(오른쪽)와 박기연 선임연구원이 옵서버-1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서범세 기자
10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서울지사에서 박재필 대표(오른쪽)와 박기연 선임연구원이 옵서버-1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서범세 기자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뉴 스페이스 시대를 대표하는 사업인 초소형 인공위성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2015년 박재필 대표를 비롯해 학부 시절부터 박사 과정까지 초소형 위성 개발 한 분야만 집중적으로 파고든 ‘외골수’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6년이 지난 현재 직원 수는 29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초소형 인공위성은 옵서버-1(Observer-1)와 부산샛(BusanSat)이다. 부산샛은 부산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산시 해양공간관리를 위한 위성이다. 예를 들어 초소형 위성을 띄어 부산항을 1시간 이내 간격으로 상시 관측해 연안에서 멀리 떨어진 선박 위치를 파악하고 불법 어업과 해양환경오염 등을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부산샛에 달 크리에이터를 촬영하던 편광카메라를 지상 관측용으로 활용, 항만 미세먼지 및 기상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옵서버-1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소유의 초소형 인공위성이다. 16유닛(1unit,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20cm, 20cm, 40cm), 25kg 위성으로 1m보다 큰 물체가 식별 가능한 해상도를 목표로 한다. 박 대표는 이 위성을 데이터 사업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스마트시티, 및 금융 등 정보 수집해 수익성을 낸다는 구상이다.

빅데이터 서비스를 하기 위해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초소형 위성 분야의 모든 것을 준비 중이다. 미국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랩스처럼 직접 위성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위성 설계부터 영상 제공까지 초소형 위성 종합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023년 상반기 발사 실험에 성공하면 초소형 위성을 대량 생산 체제로 생산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현재 크게 3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위성 기술 개발과 지구 관측 서비스, 초소형 위성 관련 교육 컨설팅이다. 위성도 팔고 영상도 팔고 있는 셈이다. 앞으론 자체 위성으로 확보한 데이터를 고객에게 팔고 싶다. 예컨대 최근 환경 문제가 크게 거론되면서 ESG 경영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런데 ESG 경영을 입증할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위성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주력할 분야다”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